제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무인양품. 도쿄를 대표하는 번화가에 자리한 ‘무인양품 긴자’는 무인양품의 대표적인 플래그십 스토어로 슬로건부터 인상적입니다.
“음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식문화’ 중심으로 매장을 리뉴얼한 무인양품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좋은 생활’은 무엇인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균형 잡힌 쇼핑경험은 무엇인지 SPREAD by B와 무인양품 긴자의 GM(General Manager) 나루카와 타쿠야 인터뷰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1️⃣ 무인양품 긴자는 ‘무지 호텔’이 들어선 최대 규모의 매장으로 주목받아 왔는데요. 브랜드를 상징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자리매김한 이곳을 약 4년 만에 리뉴얼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큰 계기였습니다. 저는 2021년까지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 강남의 인파가 사라져 버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긴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어요. 사실 무인양품은 일용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라 비교적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택가 인근의 매장은 상황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긴자처럼 도심에 자리해 방문할 엄두가 나지 않는 매장들이 힘겨운 시기를 겪었죠. 팬데믹이 끝난 후 손님들이 긴자 매장을 방문했을 때 “역시 도심에 자리한 매장은 무언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다시 찾아온 손님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수많은 무인양품 매장 중에서 일부러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리뉴얼을 진행했습니다.
2️⃣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존 매장에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뺐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4년 동안 잘되지 않았던 부분을 개선하고, 새로운 도전을 더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예를 들어 과자를 손님이 원하는 만큼 계량해서 판매하는 코너 대신 이탈리아 식문화에 초점을 맞춘 공간을 새롭게 선보였어요. 과자 코너의 경우 낭비 없이 판매한다는 점에서 취지는 좋았지만, 많은 손님의 지지를 받은 건 아니었기에 리뉴얼을 계기로 변경했죠. 또한 무인양품 긴자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점에서 매장 전반을 재검토하고 세밀하게 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패션 부문에서 유니섹스에 초점을 맞춰 아이템을 기획하다 보니 스커트나 원피스 같은 상품이 소외되곤 했어요. 이를 개선하고자 상품군을 명확하게 나누어 개발하고 있고요. 리뉴얼 전에는 한 층에 성별 구분 없이 상품을 진열했다면, 현재는 확실하게 층을 나누어 여성복과 남성복 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장이 브랜드의 방향성을 표현하는 역할도 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죠.
3️⃣ 무인양품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만날 수 있는 ‘무지 커피’ 또한 흥미로운 코너였습니다. 훌륭한 카페나 로스터리가 충분히 많은 도쿄에서 무인양품 긴자가 커피에 특화한 공간을 선보여 놀랍기도 했는데요.
이번 리뉴얼은 무인양품의 수많은 매장 중 긴자만의 특별함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전문적인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무인양품이라는 하나의 매장 안에 다양한 전문점이 자리하는 듯한 콘셉트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일본도 커피를 굉장히 일상적으로 즐기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자신의 원두 취향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약배전과 강배전, 신맛과 쓴맛 등 다양한 취향이 있을 수 있잖아요. 스페셜티 커피가 대중화된 시대에 매장에서 원두의 향과 맛을 체험하며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무지 커피 MUJI Coffee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무인양품이 엄선한 12종류의 원두를 가장 알맞은 로스팅 강도로 판매하며, 커피 스페셜리스트를 배치해 손님의 니즈에 맞춰 응대하도록 하고 있어요.
4️⃣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무인양품 긴자의 추천 코너나 루트가 궁금합니다. 손님들이 어떻게 리뉴얼한 매장을 즐기길 바라나요?
특정 코너나 공간보다는 앞서 말한 것처럼 무인양품 긴자의 전문 지식을 지닌 스태프들을 알맞게 활용하시길 바라요. 커피 스페셜리스트와 와인 소믈리에는 물론 채소 코너에는 채소 소믈리에가 있고, 패션 코너에는 스타일링 어드바이저가 있어 컬러 진단과 코디 상담도 받을 수 있어요. 화장품 코너에서는 피부를 진단하고 알맞은 상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사실 이건 제가 한국에서 보고 도입한 것입니다.(웃음) 리빙 코너에도 수납과 인테리어 전문 어드바이저가 있어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적인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비스를 즐기면 좋겠습니다.
5️⃣ 식문화에 중점을 두면서 2층부터는 패션, 리빙, 여행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상품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6층에는 ‘무지 북스’부터 ‘커피 앤 살롱’, 그리고 ‘무지 호텔’ 등이 자리해 긴자 매장 내에서 모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궁극적으로 무인양품 긴자가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가요?
팬데믹 이후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행위가 상당히 보편적이 일이 됐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많이 진열해 놓고 파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죠. 즉 오프라인 매장은 이곳을 방문하는 의미가 있어야만 합니다. 무인양품 긴자가 더 나은 삶을 위한 발견과 힌트를 제공하고,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나 새로운 배움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리뉴얼을 통해 각 카테고리의 전문화를 목표로 한 것도 마찬가지이고요. 지하철역에 입점한 매장은 빠르게 물건을 사서 바로 귀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무인양품 긴자와 같은 특별한 매장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어야만 합니다. 올 때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고, 긴자에 들를 때마다 들여다보고 싶은 매장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