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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로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일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해야 일을 잘할 수 있을까?”인데요. 질문을 바꿔서 생각해봤습니다. “어떻게 연습해야 실전해서 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실험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책에 있어 소개합니다.

체육 시간에 여덟 살짜리 아이들 한 무리가 바구니에 콩 주머니 던져 넣기 연습을 했습니다. 그중 반은 바구니에서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주머니를 던졌습니다. 나머지 반은 60센티미터와 12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번갈아 주머니를 던졌죠. 12주 후 아이들은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콩주머니 던져 넣기 시험을 보았습니다. 이 중 월등히 뛰어난 성적을 거둔 아이들은 60센티미터와 120센티미터를 오가며 연습하고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한 번도 연습하지 않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직관과 실제 효과적인 학습 결과는 불일치할 때가 많습니다.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데 어떻게 연습하는 게 효과적인지 판단할 때에는 지각된 학습효과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인데요. 많은 경우에는 한 가지 목표에만 몰두해서 연습해야 더 잘 배울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나의 원리나 기술을 완벽히 익힐 때까지 한 가지씩 집중해서 연습해야 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종류의 연습을 ‘집중 연습(massed practice)’ 혹은 ‘대량 연습’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한 가지에 집중해서 시간을 사용하면 눈에 보이는 변화가 빠르게 나타납니다. 문제는 얼마나 지속되느냐? 에 달려있죠. 
학습을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익히고 나중에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는데 동의할 수 있나요? 그렇다면 ‘집중 연습’은 얼마나 빨리 익힐 수 있고 따라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겁니다. 핵심은 ➊ 배운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할 때까지 남아있는가?연습한 환경과 달라진 조건 속에서 발휘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차원입니다. 연습이 학습과 기억에 필수적인 것은 당연하지만, 연구들에 따르면 시간 간격을 두고 이루어지는 분산된 연습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집중 연습으로 빠르게 익힌 기술은 눈에 잘 보이지만 그 후 이어지는 빠른 망각이 뒤따르기 때문이죠.
연습 사이에 시간 간격을 두고, 다른 종류의 학습과 병행하면서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연습해야 지식과 기술을 더 오래 보유하고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간격을 두고 변화를 주면서 연습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죠. 노력이 더 드는 건 바로 느낄 수 있지만 그 노력이 가져올 수 있는 이득은 즉각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마치 “더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배우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듭니다. 몰아서 연습했으면 바로 느낄 수 있는 향상과 확신이 느껴지지 않는 거죠. 실제로 연구에서 참가자가 간격을 둔 연습을 통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얻었더라도 정작 참가자 본인은 향상되었음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몰아서 연습을 했을 때 더 잘 배웠다고 믿습니다. 
시험공부를 예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시험을 하루 앞두고 밤을 새우면서 당장 내일 있을 중간고사를 준비하면 그럭저럭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암기해서 풀어낼 수 있는 문제라면 말이죠. 하지만 기말고사가 되었을 때 대부분의 지식은 사라진 지 오래일 것이고 처음부터 다시 벼락치기를 해야 합니다. 그 결과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분량은 2배가 되었는데 동일한 시간에 암기할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동시에 응용하는 문제라도 나온다면 어떨까요? 보통 우리가 일을 하는 환경은 '암기' 보다 '응용'에 가깝습니다.
간격을 두고 연습할 때 덜 생산적이라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연습을 쉬는 사이에 약간의 망각이 일어나므로 그 개념을 회상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들이는 노력의 양이 더 큰 방법이죠. 이런 경우에는 배우고 있는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노력을 더 들였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하는 겁니다. 다음 실험은 연습 사이에 간격을 두는 경우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외관 수련의 38명이 현미경을 이용하여 미세한 혈관을 다시 잇는 수술에 대해 네 차례의 짧은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업은 교육을 조금 받은 후 연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들 중 절반은 정상적인 업무 일정에 맞추어 하루 네 번의 수업을 받았고, 나머지는 똑같이 네 번 수업을 받되 수업과 수업 사이 일주일씩 간격을 두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마지막으로 수업이 끝나고 한 달 후 진행된 테스트에서 일주일 간격을 두고 수업을 받은 집단이 모든 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평가의 기준은 수술에 걸린 시간, 손을 움직인 횟수, 살아 있는 쥐의 절단된 동맥을 제대로 연결했는지 등이었습니다. 두 집단의 수행 차이는 인상적이었는데 하루 만에 네 번의 수업을 모두 받은 집단은 모든 기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을 뿐 아니라 그중 16%는 쥐의 혈관을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시켰으며 수술을 끝내지도 못했습니다.
왜 집중 연습보다 간격을 두고 한 연습이 더 효과적이었을까요? 새로운 지식을 장기 기억에 새겨 넣으려면 통합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억 흔적(memory trace, 새로운 지식에 대한 뇌의 표상)을 강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사전 지식과 연결하는 이 과정은 몇 시간 내지 며칠에 걸쳐 일어납니다. 속사포처럼 몰아치는 연습은 단기 기억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학습이 오래 지속되려면 심리적 연습과 더불어 통합 과정이 일어날 시간이 더 필요하죠. 따라서 간격을 둔 연습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사용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는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내가 모든 기능을 살펴보고, 코치 마크나 온보딩 영상, 툴팁 메시지와 FAQ 등 자료를 살펴본 후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대신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능을 선택하죠. 그렇게 하면 상대적으로 지각된 효용을 더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습을 해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직관에 의존해서 가장 그럴듯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사용자와 서비스의 관계가 일시적이거나 단기적으로만 유효하다면 이런 경향은 더 크게 나타납니다.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하기 전에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제품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케아 가구를 조립할 때나, 쓰다가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죠. 리스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직관에 의존해서 사용하는 것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지각된 효용을 높이는 경제적인 의사결정인 셈입니다. 일을 잘하려면 학습 효과를 높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각된 단기적 효용을 높이기보다는 장기적 효용을 높일 수 있는 학습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시간 간격을 두고 연습하거나, 바꿔가면서 연습해야 합니다.

Source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