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북클럽 <리서치 하는데요> 3번째 책 『쇼핑의 과학』은 오프라인 리테일 경험을 중심으로 사용자 행동과 소비자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관찰에 기반한 통계 데이터들은 책이 나온 지 2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합니다. ‘부딪힘 효과’, ‘이동 지대’, ‘상체 숙이기’와 같은 보편타당한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는 모바일 경험에도 유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본질은 ‘인간에 대한 관찰’과 ‘관찰에 기반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사용자를 관찰한다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다른 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 책의 표현은 p241. “아이의 쇼핑 – 쇼핑은 상품과 함께 ‘노는 것’이다”였습니다.
1️⃣ 순서 효과
이 책은 지난 첫 번째 모임에서 읽은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이나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마!>에 비해 무거운 책이었습니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이라 물리적인 무게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판형 자체도 크기 때문에 앞의 2개 책의 무게를 합친 것만큼 무거운 책이자, 삽화가 거의 없는 번역체인 탓에 읽는 속도가 도무지 나지 않습니다. 클럽을 만들고 책을 고른 제가 이렇게 느낄 정도면 이 책을 읽는 멤버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다는 것을 독후감, 모임에서의 코멘터리로 알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예상했던 지점이었습니다. (클럽을) 만드는 이가 어렵다면, (클럽을) 사용하는 사람도 어렵다. 그래서 3번째 책으로 선정했습니다. 좀 더 대중적인 책, 유명한 책을 앞에 배치하고 (기)(승)전(결) 순서에 맞추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오래되고 무거운 책을 3번째에 배치한 것은 어떤 순서로 정보를 전달하는가, 어떤 순서로 배치하는가를 고민하면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2️⃣ 오프라인와 온라인 경험 사이의 닮은 꼴과 다른 꼴
저가 커피 브랜드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난 2회 차 모임에서 나눴습니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백다방 그리고 바나프레소를 이용해 본 경험과 그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바나프레소’ 모바일 App에서 제공하는 차별화된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모바일 App에서 주문하고 나서 대기하는 동안 내 앞에 제조하는 메뉴를 썸네일 이미지와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더 나은 경험을 만든다는 점이었죠. 실제로 다른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동일한 메뉴가 비슷한 순서로 제조되었을 때 자기 메뉴라고 생각하며 가져가거나, 정신없이 바쁜 직원에게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을지로입구 메가커피와 같이 출근시간, 점심시간마다 분주한 매장은 직원이 네임펜으로 직접 주문번호를 컵홀더에 마킹해야 하는 수고스러움까지 있었죠. 바나프레소는 인쇄된 라벨에 주문번호, 메뉴명, 전화번호 뒷자리까지 표기되어 있어서 이 수고스러움을 직원과 사용자가 아닌 시스템이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모임 전에 함께 바나프레소에 가서 모바일 App으로 주문한 메뉴를 픽업했습니다. 업무로 식사를 함께 못한 3명의 멤버들의 메뉴는 트레바리 강남아지트로 모바일 주문을 해서 함께 음료를 마시며 <쇼핑의 과학>을 윤독했습니다. 모바일 App으로 사전 주문한 메뉴를 매장에서 찾는 경험, 배달 주문을 해서 받는 경험. 컵에 붙은 라벨지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해서 운세나 할인쿠폰을 확인하는 경험 사이에 어떤 것이 닮았고 그 차이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3️⃣ ‘이동 지대’와 ‘본질’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모두 소개하기 어렵지만 ‘이동 지대’, ‘상체 숙이기’, ‘재고 품절’ 등의 개념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유효할 수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동 지대(decompression zone)’에 놓인 제품은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그냥 지나갈 때가 많아 인지 대비 전환의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과 마트 매대 하단에 있는 제품을 살펴보거나 꺼내기 위해 좁은 통로에서 몸을 숙이는 동작은 ‘사용자를 생각하게 만들거나’, ‘수고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재고 품절’ 상황에서 공급자는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어디에 있는지, 동일한 성분의 재료로 만든 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안내할 수 있지 않을까? 온라인이라면 언제 재입고할 수 있는지, 일정 기간 이후에는 알림을 받지 않도록 규칙을 설정하도록 퀵버튼을 제공해서 덜 번거롭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금요일 저녁 11시가 넘어서까지 본질에 대해 했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생각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트레바리라는 커뮤니티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지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들에 더 적극적으로 닿기로 결심했습니다. ‘녹비‘, ‘브리딩‘ 그리고 ‘어글리어스‘라는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서비스를 만드는 분들과 연결될 수 있는 행운은 덤입니다.
레드버스백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