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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힘, 연약함

금일 Intro는 ‘자연스러운 힘, 연약함‘입니다.
새해 다짐을 어떻게 하셨어요? 궁금합니다. 매년 이 즈음이면 느끼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구나. 한살 더 늘었구나. 소중한 걸 놓치고 살아가는구나. 올해는 이룰 수 있는 목표를. 

Tim Pychyl

사람들은 흔히 그동안 이루지 못한 일이나 목표를 새해 소망으로 비는 경향이 뚜렷하다.

Tim Pychyl

새해에는 자연스럽게 상반된 감정을 갖게 됩니다.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겠다는 지난해의 씁쓸함을 복기하면서도,
작년에 다짐했지만 이루지 못한 목표를 올해는 꼭 달성하겠다는 넘치는 파이팅.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심리학자인 Pychyl에 따르면 그 동안 이루지 못한 일이나 목표가 순간적으로 만족감을 줍니다.
매번 잘 해오던 일이나 꾸준히 해왔던 일로는 새해 다짐으로서 만족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거죠.
버킷리스트처럼 내가 아직은 못 했지만, 그래서 더 하고 싶어지는 일들을 상상하면서 심적 만족감을 얻는다는 겁니다.

저명한 심리학자에 따르면 단순히 만족감을 주는데 그치지 않도록 새해 소망에는 분리가 필요합니다.
결심을 이루기 위해서 내가 이성적으로 떠올리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그 행동들에는 자연스럽게 감정이 수반됩니다. 예를 들면 잠에 들기 전에 치실을 사용하는 일을 떠올려보세요. 이건 치실로 치아를 관리하는 행동이고, 치아건강을 지키는데 유용합니다. 여기에 감정이 수반됩니다. 성가심이나 귀찮음. 부정적인 감정이 치실을 사용하는 행동에 연결되면 예상치 못한 ‘정서 예측(Affective Forecasting)’이 일어납니다.

함정에 단서가 있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치실질을 하는 것과 성가심이라는 감정의 분리. 치실질이 나쁜게 아니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거죠. 여기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치실 사용을 의식적으로 귀찮음이란 감정에서 분리함으로써 하나씩 이룰 수 있는거죠. 새해결심.

Brene Brown

여러분은 유연함의 힘을 믿으시나요?
작년 11월, 유연함을 주제로 Daily Report를 소개했던 적이 있습니다.

몸이 유연한 사람은 자신의 몸을 쓸 줄 알고,
회복탄력성이 큰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볼 줄 압니다.

2016년 11월 28일, Daily Report ‘유연’ 중에서

유연함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에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이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점점 더 불확실해져가는 시기에, 상처받기는 더 쉬워집니다.
다음은 철학하는 과학자의 이야기입니다.

새해가 온 게 아니라 지구가 자전한 거란 페친의 글을 봤다.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구나. 사실 ‘새’ 해가 아니라 ‘옛’ 해이다. 공전궤도상 작년 위치로 돌아온 거니까. 더구나 태양도 은하계를 중심으로 공전하니 우리 은하상 동일한 위치도 아니다.

김상욱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다른 사람이 내가 가진 이걸 알거나 보게 되면, 나는 관계 맺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고 말거야.‘하는 두려움. 수치심은 타인과 공감하거나 연결하는 능력이 없는 몇몇 소수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입니다

Brene Brown, 심리학자 겸 스토리텔러

Brene Brown은 불안, 수치심, 취약성 등 현대인이 겪는 고통의 근원을 연구하는 심리전문가입니다. 20분의 여유가 있다면, 그녀의 TED 강의 ‘취약하다는 것의 힘‘을 보시면서 새해 계획의 수정을 자연스럽게 여기시면 좋겠습니다.

Wholehearted

2017년 Daily Report를 쓰기 위해 한 가지 단어를 Theme으로 정했습니다.
한 가지 단어는 위 TED 영상에서 Brene가 언급한 ‘Wholehearted‘입니다. 번역하면 ‘온 마음을 다해’ 혹은 ‘전심을 전력으로’ 정도겠네요. 작년을 돌아보니 고민했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1년만 쓰고 그만할까? 주3일 : 월, 수, 금으로 바꿔볼까? 일을 하고 학교에 갑니다. 학교를 가는 길에 편의점이나 빵집에서 저녁으로 요기할 것을 삽니다. 그걸 먹으면서 학교에 가고, 학교가 끝나면 다시 회사에 온 날이 있었죠. 간혹 사무실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왜 다시 왔어?” “혹시 너 그거 메일(매일?) 쓰는 것 때문에 온거야?”라며 의아한 눈길로 볼 때도 많았죠. 점점 낯설지 않아졌습니다. 돌이켜보니 전 제가 불완전하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네, 그 메일 쓰려고 다시 왔어요”라고 말했는데 사실 그건 남에게 들려주려는 대답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힘든 감정을 마비시키면, 행복을 느끼는 감정마저 마비된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의미있게 본 정보를 정리해서 공유한다는 건 제가 하루종일 하는 일 중에 가장 의미있는 일입니다. 나머지는 그냥 저를 위해서 하는 것들이거든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근육량을 키우기 위해 무거운 덤벨을 두고 중력과 씨름합니다. 그런데 100번 정도 쓰다보니 이게 나를 위해서도 좋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내가 아는 것을 정리해서 남에게 전하면서, 내가 가장 잘 알게되는구나. 내가 쓴 글을 보고 내게 메일을 보내고, 구독신청을 하는구나. 그 중에는 아직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또 누군가를 함께 아는 이도 있었습니다. 2017년에는 두 가지 주제를 가능하면 더 많이 다루려고 합니다. 하나는 학부전공에 그친 ‘심리학’이고 두번째는 IT Trend의 큰 줄기 ‘AI’입니다.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달라졌다고 불안해하지 않을 겁니다. 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그때마다 Daily Report에 대한 자유로운 조언을 서슴지 말아주세요. 자연스러워지려면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은 연결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지난 달에 소개해드렸던 NYT AI 기사 ‘위대한 AI, 깨어나다‘를 전문 한글번역을 해주신 고마운 분이 있습니다.구글 번역기의 성능이 괄목할만하게 개선된 배경, 구글이란 거대한 조직에서 Google Brain이 어떻게 일해왔는지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