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따르지 않는 브랜드는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무인양품은 시대의 유행을 따르지 않습니다. 세대의 선호를 자극하지도 않습니다. 이 제품을 반드시 가져야만 한다는 소유욕과도 거리가 멀죠. 다만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일상을 관찰하고 적절한 균형점을 찾습니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유행을 따르는 것일까요? 시대의 유행을 따른다는 것은 다시 말해 오래 지나지 않아 모두 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트렌드에 충실한 브랜드의 5년 전, 10년 전 모습을 보면 일관성은 고사하고 촌스럽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시류를 따르면 실패할 확률을 단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것은 오래 지속하지 않습니다.
넨도(Nendo) 대표 오키 사토가 디자이너에게 가져야 할 이상적 감각에 대해 했던 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가져야 할 이상적인 감각은 ‘당연히 그곳에 있어야 하는데 웬일인지 아직까지 없었던 것’을 보충한다는 정도의 감각입니다.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은 2009년 Vogue와의 인터뷰에서 쓰이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단서를 찾았습니다. 무지호텔에 대한 레드버스백맨 콘텐츠는 퍼블리를 통해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즈오카의 작은 여관에서 묵었는데 불필요한 것은 하나도 없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어요. 하얀 면 시트에 누워 이불을 덮고 정말 기분 좋게 잠들었죠. 다음 날 여관 주인에게 어떤 이불인지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일 햇볕에 말렸을 뿐입니다’라고요. 이런 기분을 무지 호텔에서 느껴야 하죠
유행을 선도하는 플레이어들은 또 다른 유행을 빠르게 만들어냅니다. 힙하다는 것,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불안감을 자극하는 트렌드의 늪에 빠지지 않고 정체성과 철학에 입각해 자기만의 비즈니스를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지속한다는 것은 유행이란 파도에 휩쓸리는 대신 하늘의 별을 보며 나아가는 것과 닮았습니다. 휩쓸리지 않고 묵묵하게 해내는 것, 억지로 사용자의 시선을 잡아 끄는 대신 어느 날 문득 바라보았을 때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한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