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페이지짜리 리서치 보고서를 2주에 걸쳐 썼습니다. 인터뷰 녹취 정리,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스크린샷 첨부까지. 꽤 잘 쓴 보고서라고 생각했어요.
메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2주 뒤 팀 회의. PM이 전체 채널에 물었습니다. “이 기능 관련 사용자 데이터 있는 분?” 제가 2주 전에 보낸 보고서에 전부 있었습니다. “길어서 아직 못 봤어요.”
보고서가 안 읽히는 건 내용보다 형식의 문제였습니다
억울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PM 잘못이 아니었어요. PM에게는 오늘 처리할 티켓이 27개 있고, 디자이너는 내일까지 시안을 넘겨야 합니다. 30페이지를 읽는 데 30~40분. 이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정성 들여 쓴 보고서는, 받는 사람의 시간 예산에는 없었던 거죠.
보고서가 안 읽히는 건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형식의 문제였습니다.
형식을 바꾸자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그 뒤로 형식을 바꿔봤습니다.
50페이지 PDF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5페이지 요약과 상세 링크는 요약만 대부분 읽혔습니다. 그리고 1장 핵심 요약과 15분 회의가 가장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리서치 공유의 목적은 읽히는 것이 아니라, 그 근거로 결정을 만들게 하는 데 있다.
개인 실무 경험에서 얻은 교훈
한 장 요약은 회의 시작 30초를 바꿨습니다
1장의 구조는 간단합니다. 상단에 “5명 중 4명이 주소 입력에서 이탈. Critical 2건.” 중단에 이슈별 한 줄 요약. 하단에 “이번 스프린트에 반영 권장.” 이 한 장을 회의 시작 30초에 띄우고 시작합니다.
긴 보고서를 줄인 게 아니라, 의사결정에 필요한 문장만 남긴 형식으로 바꾼 셈입니다.
보고서는 읽어달라는 문서가 아니라 결정 도구여야 합니다
핵심은 리서치 공유의 목적을 바꾸는 겁니다. “읽어주세요”가 아니라 “이걸 근거로 결정합시다.” 보고서는 읽히는 문서가 아니라, 결정을 만드는 도구여야 합니다. 목적이 의사결정이면 사람들이 참여해요.
30페이지 보고서를 2주 동안 쓴 건 헛된 일이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1장으로 줄이는 법을 배웠으니까요. 다만 순서가 반대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