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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시즌7, 첫 번째 모임을 마치고 – “이걸 왜 안 쓰지?”라는 물음에 대하여

TREVARI 시즌7 첫 번째 모임
TREVARI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7 첫 번째 모임

3년째가 되었습니다. 2년 4개월을 보낸 군 복무 시절도 참 길다고 생각했는데, 3년째 하는 무언가를 즐겁게 한다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입니다. 꼭 트레바리가 아니더라도 제 삶에서 3년째, 한 달에 한 번 나와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가능한 길게 지속해야겠다고 다짐하며 토요일 아침을 시작합니다. <리서치 하는데요>에 함께 해주셨던 분들께 넉넉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파트너로 함께 모임을 만들어주는 ‘좋은 동료’ 민영 님 고마워요.

<리서치 하는데요>를 처음 시작할 때와 시즌 7 첫 모임을 시작할 때 달라진 것들이 있습니다. 시작하는 부담이 줄었습니다. 이건 진작부터 줄이고 싶었는데 제 얼굴이 걸린 썸네일 이미지가 트레바리 홈 화면에 나타나고, 인기투표처럼 1위부터 10위까지 나타나는 캐러셀은 신경 안 쓰려고 해도 잘 되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만 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트레바리 크루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들도 있습니다. 매달 신규 멤버를 충원하며 클럽을 운영하는 방식이 다수가 된 상황이라, <리서치 하는데요>처럼 시즌제(4개월씩 끊어서)로 클럽을 운영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고 합니다. 7번의 시즌을 연속해서 진행한 것은 <리서치 하는데요> 포함해 대표적으로 3개 정도만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은 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쉽게 멈추지 않습니다.

첫 모임 같지 않았다.” 이번 모임을 마치고 마무리 토크를 하는 중에 기억에 남는 멤버들의 표현이었습니다. 각자 이 느낌을 느끼는 방식과 강도는 다르겠지만, 고개를 끄덕거릴 만큼 꽤 공감했습니다. ‘첫 모임’은 긴장도 설렘도 있기 마련이고 트레바리가 처음인 멤버들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망설일 때도 있습니다. 낯선 환경에 놓인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고, 금요일 저녁에 4시간 가까이 물을 마시면서 지적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익숙한 경험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저희는 살면서 이런 조합으로 어제 처음 만났습니다!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해졌습니다. 제 마음도 그러했습니다. 매 시즌을 시작할 때마다 이 클럽에 오신 분들을 최대한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을 느끼곤 했는데 그게 제 마음처럼 잘 되지 않더라고요. 이건 강의도 아닌데 왜 이런 부담을 느낄까? 내가 뭔가 가르치려고 하는 건가? 내가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이런 물음도 자가발전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 부담을 내려두기로 했습니다. 부담을 내려놓더라도 책임은 다하자는 생각으로 책을 두 번 읽고, 발제문을 쓸 때 내가 낼 수 있는 시간을 모두 할애하며, 멤버들이 쓴 독후감은 모두 읽고 그의 생각에 귀 기울이자. 그리고 모임에서는 다르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자. 3년째가 되어서야 그 바람이 이뤄졌습니다. 그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몰라 조그만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7 시작 전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7 모임 시작 전 도착한 이유 ©REDBUSBAGMAN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7 모임시작 전 도착한 이유는 ©REDBUSBAGMAN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7 모임 시작 전, 내가 좋아하는 펜과 노트를 봉투에 포장했다 ©REDBUSBAGMAN

모트모트 스프링 필사 노트 맨 앞장에는 파일로트 쥬스업 0.4mm 볼펜으로 글씨를 담았습니다.

언제나 리서치하시길
언제나 사용자이시길

트레바리 시즌7에서 함께 읽는 4권의 책

    1. 박소령, 『실패를 통과하는 일』
    2. 애니 장바티스트, 『구글은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3. 김겨울, 『책의 말들』
    4. 찰스 틸리, 『왜의 쓸모』

    첫 번째 발제문에는 저자 박소령 님의 ‘사적인 말’을 담았습니다. 모임에서 시도한 ‘저자의 사적인 말’로 세 번째인데요. 처음으로 발제문을 통해 멤버들에게 생각을 전해준 생각노트 님의 『디테일의 발견』도, 『경험의 멸종』을 편집하며 품은 생각을 전해주신 강민영 편집자 님도 떠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망하는 생각노트 님과 인연을 맺은 것도 퍼블리 덕분이었는데, 퍼블리를 만든 소령 님의 사적인 말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콘텐츠가 사람을 변화시킨다‘라는 믿음의 증표 같다는 생각을 하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TREVARI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7 첫 번째 모임 단체사진
    TREVARI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7 첫 번째 모임 단체사진, 지연 님께서 함께 찍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REDBUSBAGMAN

    모임에서 함께 나눈 지적 대화의 쿠키들

    『리서치 하는데요』 중에서 밑줄 친 문장모음 01 ©REDBUSBAGMAN
    『리서치 하는데요』 중에서 밑줄 친 문장모음 01 ©REDBUSBAGMAN
    『리서치 하는데요』 중에서 밑줄 친 문장모음 02 ©REDBUSBAGMAN
    『리서치 하는데요』 중에서 밑줄 친 문장모음 02 ©REDBUSBAGMAN
    『리서치 하는데요』 중에서 밑줄 친 문장모음 03 ©REDBUSBAGMAN
    『리서치 하는데요』 중에서 밑줄 친 문장모음 03 ©REDBUSBAGMAN

    발제문에 형광펜을 그어 둔 문장

    • 시신 해부를 하는 목적은, 이 과정을 통해 다음에는 ‘좀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상처가 아물어도 남은 흉을 바라보며 담담히 읽는 이 기록이 실패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비록 우리 모두가 창업가는 아니지만, 치열하게 ‘나’를 증명하며 일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결국 창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매일 답을 내야 하는 일’이라는 책 속의 문장처럼 말이죠.
    • 일을 한다는 것은 나의 기질, 한계, 욕망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1. ‘좋은데 안 쓴다’라면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가 만든 서비스는 사용자를 ‘계몽’하려 했는가? ‘구원’하려 했는가?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서비스의 공통점은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성공한 글로벌 서비스를 일대일로 매칭하는 방식입니다.

    1. 교만 – 인스타그램
    2. 시기 – 페이스북
    3. 분노 – 트위터(X)
    4. 나태 – 넷플릭스
    5. 탐욕 – 링크드인
    6. 탐식 – 옐프 (배민, 쿠팡이츠)
    7. 색욕 – 틴더

    저자는 고객이 우리 제품의 기능을 아직 몰라서, 잘 쓰지 못해서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을 ‘계몽’에 빗대었습니다. “이 좋은 걸 왜 안 쓰지?“라는 질문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류가 있습니다. 고객은 좋으면 씁니다. 덜 좋아서, 가격에 비하면 그렇게 좋지 않아서 안 쓰는 것일 테지요. 쓸모와 유용함이 있다면 그리고 그 지불 가치가 적정하다면 고객은 마케팅을 덜 해도 씁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관점에 대해 ‘계몽’과 ‘구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몇 가지 흥미로웠던 생각을 기록해 둡니다.

    • ‘계몽’하려고 할 때 느껴지는 상대(플랫폼이라 하더라도)의 우월감이 주는 불쾌감이 문제가 아닐까?
    • ‘계몽’하려는 것이 잘못일까? ‘계몽’을 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은 아닐까?
    • 결국 팔리는 것이 있어야 ‘계몽’하려고 하는 거대한 계획도 실행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현금 흐름이 안정적으로 있어야, ‘계몽’에 드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당하며 버텨낼 수 있는 건 아닐까?
    •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문제’와 ‘해결’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 문제 = 기대 – 실제 효용의 차이
      • 심각한 문제 = 여러 문제 중 비즈니스에 직격탄을 날리는 요인 (이탈, 구매전환 하락 등)
      • 해결
        • 공급자 입장 – VoC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따라 대응하는 것
        • 사용자 입장 – 내가 지불하는 비용 대비 가장 합리적인 솔루션인가? 대체 불가능한 것인가?
    • 누구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가?
      • 사용자 – 공급자
      • 내부 이해관계자 – 외부 이해관계자
    • ‘좋다’, ‘충분하다’라는 것을 어떤 속성으로 평가하는가?
      • 콘텐츠라고 치면 재미있거나 새롭거나 유용하거나
      • 서비스라고 하면 빠르거나 간편하거나 쉽거나 성장한다고 느끼게 하거나
      • 대체가 불가능해야 지속성이 있다

    2. 비타민과 진통제, 드시모네와 타이레놀

    고객을 ‘계몽’하려는 상품은 진통제라기보다는 비타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퍼블리에서 주니어 직장인을 타깃으로 ‘실무 노하우’를 ‘랜선 사수’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비타민’이 아닌 ‘진통제’를 팔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비타민과 진통제,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가장 큰 차이가 ‘리드 타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타이레놀을 먹는 순간,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합니다. 더 나아가 6시간이나 12시간 지속되길 바랍니다. 만약 타이레놀을 하나 먹었는데 효과가 별로라고 느끼면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1알 더 먹거나, 다른 성분으로 만든 진통제를 찾습니다. 진통제라는 것은 즉각적인 효용을 기대하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상품입니다. 고객은 진통제를 먹고 차가 충분히 우러날 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럼 비타민은 어떨까요? ‘Nice to Have’와 ‘FOMO’의 결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도 먹어야 눈 건강이 좋아요’, ‘광합성이 부족한 현대인은 이것도 먹어야지요’, ‘알약보다 액상이 효과적이에요’. 마케팅은 ‘건강’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현대인들에게 비타민을 먹어야 한다는 두려움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형질의 비타민을 판매합니다. 최근 제가 먹은 감기약은 비타민C로 코팅이 되어 있었는데, 현대인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상품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대화 속에서 비타민 같은 이런 관점을 나눴습니다.

    • 처음엔 모두 비타민으로 시작하는 건 아닐까요?
    • 세상엔 비타민에 만족하는 서비스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 만약 비타민이 잘 팔리지 않는다면 그건 제품의 문제일까요? 마케팅의 문제일까요?
    • 비타민은 리드 타임이 길기 때문에 그 사이에 많은 변수들이 작용합니다. 그럼 비타민으로 건강 상태가 더 좋아졌다는 것을 체감하며 비타민을 먹는 걸까요? 아니면, 좋아질 것만 같은 기대감이 아이허브를 찾게 만드는 걸까요?

    3. 메타인지를 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방법들

    독후감에서 ‘메타인지’를 이야기하는 멤버의 생각에 공감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百戰不殆).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일을 하는 사람과 나는 어떤 관계를 원하는가? 나는 좋은 리더인가? 좋은 동료인가? ‘좋다’라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 메타인지를 하는데 효과적이었던 우리들의 방법
      • 나를 새로운 공간에 혼자 두는 것, 혼자 여행하기
      • 혼자 여행하며 예술과 전시를 가까이하고 책을 읽으며 사색하기
      • 지도 App을 사용하지 않고 낯선 도시에서 길을 헤매며 시간을 보내기
      • 내가 만든 서비스를 나의 시간과 돈(법인카드 안 됨!)을 들여 온전한 사용자로 써 보기
      • 한 달에 한 번 커피챗을 하기 – 나와 다른 사람과 연결되며 성장하기
      • 나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컨설팅 받아보기
      • 채용공고로 JD를 꾸준히 살펴보고 인터뷰까지 진행하며 다른 이의 평가를 받아보기
      • AI 도구에 “나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비평해 줘” 역할을 부여하기
      • 분기별로 리더, 동료와 회고하기
        • 나의 잘한 점 3개, 못한 점 3개
        • 상대의 잘한 점 3개, 못한 점 3개
    • 수정 님께서 제안해주신 나의 다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방법 (시도해봐요!)
      • 조금이라도 즐거웠던 것들을 종이 한쪽에 적어두기
      • 조금이라도 잘한다는 것들을 다른 한쪽에 적어두기
      • 2가지 사이에서 ‘돈이 되는 것’을 하이라이트하기
      • 하이라이트한 것들을 찍어 먹어보기
        • 유튜브를 찾아보며 독학하기
        • 제대로 배워보기
        • 해보기

    이번 시즌에는 개발자, MD, PM, 기획자, 마케터, 마케터 출신의 제너럴리스트, 프로덕트 디자이너, UX 연구원, 미술치료사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다음 모임에서도 다양한 관점을 잔잔하지만 단단하게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아요. 2026년에 지적 대화를 함께 나눌 분들께 응원의 마음을 담아, 혜민 님이 독후감에 띄운 정현종 님의 시를 나눕니다.

    아침 - 정현종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는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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