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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시즌5, 네 번째 모임을 마치고 – 물성이 느껴지는 업에 대하여

트레바리 시즌5 4번째 모임 단체사진
트레바리 시즌5 4번째 모임 단체사진

7월의 첫 번째 금요일,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5 마지막 모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 모임에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또 사전에 잡혀있던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분들께 안부를 전합니다. <리서치 하는데요>가 잔잔하고 단단한 모임을 지향하는 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지내다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

이번 시즌 첫 번째 모임을 시작하면서 가장 기대되는 책과 그 이유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는데요. 시작할 땐 『도둑맞은 집중력』 이 가장 많은 멤버들이 선택했던 책이었는데 시즌을 마칠 때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를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한 멤버들이 많았습니다. 문장이 짧지만 멈춰서 생각하게 만든다, 삶에 대한 태도가 느껴진다, 하루키라는 위대한 작가도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구나, 덕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등 멤버들마다의 이유도 다양했습니다. 혼자 책을 읽을 때와 함께 읽을 때,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 스며든 독후감을 읽고 북토크를 이어가는 것만으로 아, 이번 시즌도 꾸역꾸역 시작하길 잘 했구나 생각했습니다.

  • 2번째 모임 『도둑맞은 집중력』 5표 -> 1표
  • 3번째 모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표 -> 6표
  • 4번째 모임 『지적자본론』 3표 -> 3표
<리서치 하는데<리서치 하는데요> 네 번째 모임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요> 네 번째 모임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
<리서치 하는데요> 네 번째 모임에서 함께 읽은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 ©REDBUSBAGMAN

모임에서 함께 나눈 지적 대화의 쿠키들

지적자본론 중에서 밑줄 친 문장모음 01 ©REDBUSBAGMAN
『지적자본론』 중에서 밑줄 친 문장모음 01 ©REDBUSBAGMAN
『지적자본론』 중에서 밑줄 친 문장모음 02 ©REDBUSBAGMAN
『지적자본론』 중에서 밑줄 친 문장모음 02 ©REDBUSBAGMAN
『지적자본론』 중에서 밑줄 친 문장모음 03 ©REDBUSBAGMAN
『지적자본론』 중에서 밑줄 친 문장모음 03 ©REDBUSBAGMAN

1. 변화를 이어가려는 발제문

지난 모임 회고에서 적은 것과 같이 발제문의 북토크 주제를 4~5개 정도로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조건이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멤버들이 2가지 정도를 골라서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려는 마음에서 발제문을 쓰는 방식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발제문은 형식이고 그 안에 담는 본질적 콘텐츠는 발제문에 담긴 질문, 멤버들의 독후감을 읽고 나서 함께 나누려는 생각, 각자의 다름에서 오는 경험의 차이, 소개할 만한 사례들의 종합일 것입니다. 형식적 조건은 모임 전에 <리서치 하는데요> 모임을 함께 하는 멤버들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라고 생각하고 완성도를 높이려고 애를 쓰는 중입니다. <리서치 하는데요>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1. 발제문은 형식이고 북토크는 콘텐츠이므로 관점의 확장을 이어갈 것
  2. 독후감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질 것
  3. 다른 멤버들의 독후감을 읽고 그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대화로 이어갈 것

『지적자본론』은 2015년에 1판 1쇄가 나왔으니, 10년도 더 된 책입니다. 그럼에도 2025년 한남동에 츠타야는 팝업을 열었습니다. 서점이 팝업은 연다? 교보문고가 시부야에서 팝업을 연다고 생각하면 츠타야가 갖는 기획력이나 제안 능력은 서점이라는 형태에 갇히지 않는 게 분명합니다. 발제문이라는 형태에 갇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시즌5 모임 전에는 함께 음식을 나누며 번개모임을 하고, 또 번개가 없을 때에도 모여서 음식을 나누었는데요. 저도 가능하다면 모임시간 보다 일찍 모임방에 도착해서 멤버들과 안부를 나누려고 했습니다. 어쩌면 5번째 시즌을 하면서 <리서치 하는데요>라는 커뮤니티에 저 스스로도 자연스럽고 편안해진 것 같아서 이전 시즌 멤버들께 특별한, 왠지 모를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2.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비사회의 3단계

  1. 퍼스트 스테이지 | 물자 부족 시대
  2. 세컨드 스테이지 | 풍요 시대 – 다종다양한 상품을 원함
  3. 서드 스테이지 | 초과포화 시대 – 고유한 취향과 ‘제안(능력)’을 필요로 함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다 –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

서점의 위기가 서점이 책을 팔기 때문이라는 발상. 왜 사람들이 서점에 올까? 책을 사지 않아도 서점에 오는 사람은 왜 오는 것일까? 그들이 책을 하나 산다고 했을 때 어떤 책을 고를까? 그 책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유지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마스다는 ‘강물의 상류와 하류‘라는 비유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기존 흐름, 예컨대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다와 같은 인식에 익숙해지는지 지적합니다.

흔히 생산자에게 가까운 쪽의 물을 강물의 ‘상류’로, 소비자에게 가까운 쪽을 ‘하류’로 부르는데 그 강문 속에 계속 몸을 담그고 있으면 어느 틈엔가 흐름에 익숙해져 상류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살에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게 되어 버린다. –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

3. 자연스럽고 편안한 휴먼스케일

사용자가 자연스럽고 편안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만이 본질적 가치가 아닐까? 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상품의 디자인, 서비스와 공간에 대한 경험 설계에 디자인이 하는 역할은 부가적인 것이 아니라 핵심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저자의 표현처럼 디자인을 ‘부가 가치’라고 말한다면 그건 본질적으로는 중요하지 않은 덤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디자인은 제안이고, 제안은 관계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제안을 잘하는 것이고, 그 제안을 통해 관계를 만들고 지속하는 것일 겁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다 몇 가지 장소를 서로 나누었습니다.

  • 연희동 더블실린더 삭스샵 – 주은 님께서 추천해준 곳으로 발이 예민한 사람이 신발이 아니라 양말로도 편안한 경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한 진심이 느껴지는 곳으로 나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양말을 경험할 수 있는 곳
  • 선릉역과 한티역 사이 리틀로프 – 윤정 님께서 모임 때마다 맛있는 빵을 선물해 주신 곳으로 하드계열과 일본식 빵 위주로 쫀득한 식감의 특별한 바게트를 맛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퍼펙트 데이즈 –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 사이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어떤 일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이 들 때마다 찾는 영화로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영화
  • 감정이 느껴지는 자막 – 태희 님께서 독후감에서 소개해주신 콘텐츠로 다시 봐도 놀라운 솔루션입니다.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외화를 볼 때 이런 자막으로 볼 수 있다면, 같은 콘텐츠가 전달되는 밀도가 훨씬 더 깊어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 배우의 대사는 단어, 글자마다 감정이 느껴지는데 자막은 왜 같은 크기에 같은 속도로 지나갈까?
    • 자막의 본질이 커뮤니케이션이라면 비언어적 음성신호도 자막에 담겨야 하는 게 아닐까?
    • 인물에 따라 다른 자막의 색깔, 강조하는 단어와 발화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타이포그라피의 크기와 움직임으로 자막에 감정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 디자인의 역할은 이렇게 자막에 감정을 불어넣는 것이 아닐까?
감정이 느껴지는 자막
감정이 느껴지는 자막 ©YouTube

4. 자유와 지금 편안한 선택 사이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자유는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해야 할 일을 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에 대해 사명감을 갖는 것”입니다. 청교도적 사고방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것이 ‘자유’라니. 자유라는 것은 어쩌면 강력한 행동규범과 지켜야 하는 선 안에서 주어지는 엔트로피일까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에서 이야기하는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가 떠올랐습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 실행은 수직적! 문화는 수평적~
  • 쓰레기는 먼저 본 사람이 줍는다.
  • 가족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는다.
  •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창출’과 ‘고객만족’이다.

지각에 대해 과도할 만큼 엄격하다고 알려져 있으면서 동시에 휴가나 퇴근 시 눈치 주는 농담은 하지 말라고 하는 회사. 일을 더 잘하려면 창의적이어야 하는데, 그 창의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행동규범을 명시적으로 정해둔 것이 인상적입니다. 배민 서비스의 과도한 수수료, 진정한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지만 회사가 초기부터 자유로움을 이야기하며 명확한 행동규범을 강조한 것은 마스다가 이야기한 자유의 정의를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책과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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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맵 지도 위 움직이는 지하철 ©Kakao Map
  • 네이버 웹툰 콘텐츠 정렬하기 (채영 님)
    • 왜 내가 좋아하는 챕터, 그 회차들만 모아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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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이런 기능을 처음부터 생각하지 못했을까?
    • 우린 발견하는 것보다 발명하는데 집중하는 게 아닐까?
  • 애플 iOS 업데이트와 피츠의 법칙
    • ‘목표물까지의 거리와 목표물의 크기에 따라 사용자의 동작시간이 결정된다’는 피츠의 법칙
    • 애플에서는 ‘스누즈(Snooze)’와 ‘알람 끄기(Stop)’ 버튼을 같은 크기로 디자인해서 실험했습니다.
    • 결과는 놀라웠는데요. 아래 이미지의 좌측처럼 2가지 버튼이 같은 크기일 때 늦잠을 잘 가능성이 30% 늘었습니다.
    • 잠이 덜 깬 상태에서도 알람을 끄기 쉽다면 “일어나야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 알람 메뉴에서 중요한 디자인 목표는 사용자의 각성입니다.
    • 사용자가 보기 쉽고 누르기 쉽다고 좋은 디자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iOS 피츠의 법칙
iOS 피츠의 법칙 ©Ap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