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금요일 저녁엔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5 첫 번째 모임을 가졌습니다. 시즌4부터 함께 모임을 만든 민영 님 덕분에 가장 고민이 많은 첫 모임을 여느 때보다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든든한 파트너 민영 님) 이번 모임이 편안했던 건 지난 시즌에서 함께 했던 멤버들이 새로운 시즌을 함께 이어가준 덕분입니다. 혜민 님과 윤정 님과 채영 님, 태희 님, 아름 님이 시즌4에서 또 호준 님과 현 님이 시즌3에 이어서 <리서치 하는데요>를 더 지적으로, 여전히 잔잔하지만 단단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다섯 번째 시즌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난 모임을 함께 해준 멤버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며 이번 시즌 첫 모임을 회고합니다.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5 모임 멤버구성
- 이번 모임으로 트레바리를 처음 시작한 비율 47%
- 가장 많은 연령대 30대 (72%)
- 가장 많은 성별 여성 88%
- 하고 있는 일 또는 준비하는 일
- UX 리서처 또는 리서처로 직무전환,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 디자이너 (프로덕트, 서비스, 데이터 부문)
- 마케터
- SCM, 운영효율화
- UX 컨설턴트
- UX 라이터, 콘텐츠 에디터
- UI 개발, 기획자
이번 첫 모임에서는 다음 모임부터 마지막 모임까지 함께 읽을 3권의 책 중 가장 기대하는 책과 그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자기소개를 곁들였습니다. 책을 샀지만 아직 읽지 못해서, 요즘 가장 관심 있는 주제여서, 함께 읽으면서 지적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과거에 읽었던 책이 지금 내게 갖는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싶어서 등 그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6표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4표
-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 4표
모임에서 함께 나눈 지적 대화의 쿠키들
1. 사용자는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불편을 극복하고 그 불편을 극복한 순간 어떤 것은 더 이상 불편이 아닌게 된다.
식자재 주문 서비스를 만들 때 사장님들이 식당에서 주문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것. 크게 인쇄한 종이를 코팅해서 보드마카로 당일 필요한 식자재를 적은 후 사진을 찍어서 카카오톡으로 전송하는 패턴이었다. 디지털화가 되어 있지 않아도 사용자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최적화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디지털 프로덕트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 혜민 님의 이야기를 듣고 메모한 것
사용자는 “이렇게도 쓰는구나”를 단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사례가 있습니다. 구글 검색창에 “따라올 수 있겠나?“를 검색하고 ‘겹홑낫표’를 복사해서 사용하는 사용자가 있습니다. 기호 이름이 어려운데 문장 안에서 참고한 자료의 출처를 밝힐 때 책 제목이나 신문이름 앞뒤에 사용하는 『』 기호의 이름입니다. 홑낫표(「」)는 소제목이나 예술 작품의 제목, 법률이나 규정을 나타낼 때 주로 사용하죠.
특수부호 입력하기 위해서 윈도우에서 한자키를 사용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음을 누르고 한자키를 누르는 방식입니다. 또는 네이버 스마트보드와 같은 도구에 자주 쓰는 문구로 추가해두기도 하죠. 가장 흥미로운 케이스는 트위터에서 본 것으로 ‘따라올 수 있겠나’입니다. 일단 구글에 “따라올 수 있겠나”를 검색해 보세요. 그럼 첫 번째 검색결과가 디시인사이드의 게시글인데, 검색결과 요약에 ” 「 ────따라올 수 있겠나? 웃기고 자빠졌네」 “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걸 복사해서 붙여 넣고 가운데 텍스트는 필요한 내용을 바꾸는 방식입니다. 이 트윗은 @meemem_void 님이 올린 것인데, 조회수가 73만 회가 넘었습니다. 사용자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고 리서처는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그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단순한 불만이기나 학습해서 해소한 불편인 경우에는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2. “시간 많아?”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실패할 시간도 없어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들면 지금 그럭저럭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줘도 괜찮습니다. 리서치를 잘하기 위해서,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품이 들고 손과 발, 그리고 입이 바쁩니다. 질을 높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양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리서치입니다.
때로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들기 전에 누군가 “시간 많으세요?”라고 날이 선 말을 던지기도 합니다. 가치판단을 떠나서 더 나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공급자의 이해득실로 따질 때 쉽게 나오는 말입니다. 문제를 정의하는 일 자체가, 리서치를 통해 제품 조직에서 임팩트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정과 예산 안에서 출시를 늦춘다는 것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리서치로 문제를 정의하는 건, 리서처가 자신의 역할을 증명하기 위해서일까요? 혹은 실패 확률을 줄이고 제품이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일까요? 리서치는 실패할 확률을 줄이고,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를 더 높은 타율로 달성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만드는 일입니다. 그 선한 의도를 전달하는 것까지가 리서처의 일입니다.
만약 그렇게 하고 있는데 조직 내 리서치를 요청하는 동료와 불편한 관계가 형성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불편한 관계는 일에서 양보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이럴 거면 뭐 하러 UT 해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동료는 UT를 해서 디자인을 수정하느라 출시 일정이 늦어진다는 것을 대표님께 이야기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렇다고 UT를 해서 심각한 사용성 문제를 발견했고 해결이 되지 않았는데 그대로 출시한다는 것은 괜찮을까요? 결국 “UT를 하느라 디자인 수정이 거듭되고 때문에 출시가 지연되었으니 출시하면 무조건 잘 되어야 한다”라는 마음을 제게 그릇되게 표현했던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UT를 해서 사용성 문제를 검증하는 목적은 사용성을 확보한 상태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사용성 만으로 제품이 사랑받지 않습니다. 고집스럽더라도 갈등을 피하지 않고 안 되는 것과 되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차라리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았을 때에는 빠르게 출시하고 실제 사용자 반응을 빠르게 보면서 Live UT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롤백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땐 거절하는 것까지 리서처의 일입니다.
3.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이 정도면 괜찮다” “당연하다”, “쉽다”, “직관적이다”라는 것은 상대적 기준입니다. 장애인 사용자가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TV에서 사용할 때 평소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관찰했던 예지 님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키보드로 검색할 때 ‘전체 삭제’ 버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로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하나의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힘이 든 일입니다.
자판에서 ‘Q’자를 기준으로 왼쪽으로 끝까지 가서 한번 더 누르면 맨 오른쪽 자판으로 선택영역이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막혔을 때, 누군가에게 삼킬 수 있는 불만이 누군가에게는 좌절이 될 수 있습니다. 놓치고 있는 사용자 그룹이 있는 것은 아닌지, 비즈니스 논리 앞에 사용자를 충분히 대변하고 있는지 조직 내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리서처의 일입니다.
관련해서 모임 카톡방에서 말씀드렸던 기사의 일부 내용을 소개합니다.
- 서울시는 2025년 2월 14일 시청 다목적홀에서 상반기 ‘디지털 안내사’ 위촉식을 개최
- 디지털 안내사는 서울 주요 공공장소에서 디지털 약자가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때 해소해주는 사업이다
- 올 상반기 디지털 안내사는 총 125명으로 최연소는 23세, 최연장자는 79세이다.
- 이들은 주황색 조끼를 입고 2~3인이 한 조를 이루어 지하철역, 복지시설, 공원 등에서 표 예매, 길 찾기, 택시 호출 등 앱 사용, 키오스크 사용을 돕는다.
- 도움받은 시민은 60대 이상이 90%로 가장 도움이 많이 된 장소는 지하철역(39%)이다.
책과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
- It’s Not Luck ‘The Goal 2’ (호준 님 소개)
- 제약조건이론(TOC, Theory of Constraints) – 어떤 시스템이든 그 성과를 제한하는 최소 하나의 제약이 존재합니다. 마치 사슬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사슬 전체의 강도를 결정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 문제 정의와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례 – 문제 해결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종종 잘못된 우리(내부자, 공급자)의 가정이기 때문에 정확한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 경쟁사들이 낮은 가격으로 즉,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더 낮추려고 하는 것이 실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책에서 주인공 알렉스는 ‘가격 경쟁’ 대신 납품 시간을 극적으로 줄이는데 집중하면서 “빠른 배송”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습니다. 고객은 “빠른 배송”에 충분한 프리미엄을 제공할 의사가 있었던 것을 알아차린 덕분입니다.
- 레드버스백맨 – <사용자를 완벽히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용자가 되는 것입니다>
- 레드버스백맨 – <방통위는 왜 ‘아고다’ UX에 칼을 빼들었을까?>
- 우드핸들텀블러맨 – <UT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