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하는데요>는 작년부터 시즌제로 이어가고 있는 독서모입입니다. UX 리서치에 관심이 있거나 더 나은 사용자 경험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민하는 잔잔한 모임을 꼬박 1년을 이어왔습니다.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4는 12월부터 시작합니다. 11월 한 달 동안 12월부터 읽을 4권의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시즌 1, 2, 3에서 함께 읽은 12권의 책도 다시 펼쳐볼 예정입니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나눌 때마다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모범답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문제가 객관식이라기보다는 주관식에 가깝고 브랜드 정체성이나 업의 특성, 업의 정의에 따라 고유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속 읽고 다른 생각을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즌 4 모임과 3번째 ‘별책부록’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클럽장 발제문 코멘터리 모음
- UX 리서치도 UX 라이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고할 수 있는 여러 케이스들이 많고 책도 살펴볼 게 많아요. 그런데 그걸 하나라도 적용하려고 할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사용자 경험에서는 단 하나의 원칙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해요”체를 쓰겠다고 결정을 내렸다고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해요”체로 해야 할까요? 공식 사과문과 디스클레이머에서는 “합니다”체를 사용하는 것이 목적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 잘 되는 서비스는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나온 겁니다. 그들의 특징 1가지를 벤치 마킹한다고 우리 서비스가 잘 될까요? 자칫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어색한 동작을 남발하는 것처럼 기괴해질 수 있습니다.
클럽장 발제문 필기 모음
1. 링크드인에서 ‘인맥 성장’을 보며 느꼈던 감정
한국어 UX 라이팅은 한국어로 쓰이는 것으로만 충분할까요? 우리는 ‘번역’과 ‘현지화’의 차이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번역은 멀리서도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현지화는 가까이에서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thanks to 민영 님의 마무리 토크)
저자는 책에서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글로벌 서비스의 문장을 읽으며 한국인의 언어 감각과는 조금 맞지 않는 듯한, 묘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는가?” (p.11)라고 묻습니다. 링크드인 하단 메뉴바에서 ‘인맥’이라는 번역을 사용하는 것, ‘인맥’을 누르면 ‘인맥 관리’와 ‘인맥 성장’이 나타나는 점. ‘인맥’도 성장할 수 있을까요? 번역을 했지만 여전히 불편한 마음이 일렁이는 건 현지화까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 “해요”체와 “합니다”체에 대한 오해와 이해
저자는 “증권이나 보험 앱과 같은 금융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서비스 전반을 해요체 범벅으로 만들면 사적으로 아는 사이처럼 격의 없는 느낌을 줄 수 있겠지만, 사용자를 지나치게 만만하게 본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p.135)라고 이야기합니다.
한때 UX 업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만능”해요”체의 함정에서 자유로워지려면 UX 라이팅의 본질이 사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지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공식성(전문성)이 필요할 때와 친근함(편안함)이 필요한 순간은 모든 관계에 공존합니다. 친근함이라는 것은 말투를 바꾼다고 구현되는 것이 아닙니다. 낯선 이가 갑자기 친근한 말투를 건넨다면 많은 사람은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죠.
“혹시 저 아세요?”라는 반응이 나타납니다. “~하기”, “~해요”라는 어미를 일관되게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하는 태도입니다. 사과문 등 공식적인 입장을 표현할 때, 디스클레이머 등에서 오해가 없어야 하는 환불, 증정품 지불 조건 등에 대해서는 “합니다”체를 사용하는 것이 목적에 맞는 정확한 UX 라이팅입니다.
3. A/B테스트를 통해 단기적인 성과가 증명되는 순간 비즈니스와 윤리 사이의 균형
많은 제품 조직은 AB테스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들에 대해 실험을 하고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A/B테스트의 표본이 대표성을 갖지 않거나, 테스트 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을 알면서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이를 근거로 삼아 안심하죠. 문제는 사용성 문제는 누적된 계단 그래프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사용자가 불편하더라도 익숙하니까 처음엔 그냥 참고, 두 번째는 고민하다 적립금 때문에 참고, 세 번째에는 진지하게 다른 서비스를 사용하기로 결심하는 식이죠. AB테스트 결과 앞에서 UX 리서치를 통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방법은 AB테스트가 놓친 부분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 A/B테스트 기간을 길게 가져가서 신규 기능이 미치는 부작용의 반응을 확인한다
- A/B테스트 대상 Heavy User, Novice User 등 특성에 따라 그룹을 나누어 진행함으로써 서비스 이해도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설을 확인한다
- 정성조사를 통해 신규 기능이 미치는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확인하고 의사결정 자리에서 그대로 공유한다 (예: 쿠팡에서 고객이 위시리스트 대신 자기만의 리스트 정리 목적으로 물건을 담아두며 사용했던 ‘장바구니’ 화면에 광고상품이 들어갔을 때 “내 일기장을 훔쳐본 것 같아요”라는 반응)
4. 표준화(standardization)로 만들 수 있는 범용성과 개인화(personalization)로 만들 수 있는 뾰족함
많은 디지털 프로덕트를 쓰다보면 점점 더 개인화된 메시지를 던지는 경향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예컨대 금융 서비스에서는 금융 서비스 “대출이 필요하시죠?” or “고객님을 위한 맞춤 금융 상품”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고요. 커머스에서는 “00님, 이 상품 빠뜨린 것 같아요!” or “00님, 이 상품 놓치면 후회할 거예요”라며 다른 상품을 결제 직전에 추천하죠. 맥락에 맞는다면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정에 한 단계가 추가되는 것이지만 익숙한 닫기 버튼을 누르거나 ‘다음에 볼게요’를 누르면 원하던 결제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도 문제는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이야기한다고 느낄 때”의 불편함입니다. 무신사에서 남성상품을 구매했는데 여성 이너웨어를 추천하는 상황이거나, 100번의 구매 중 1번 실리콘 건과 실리콘을 구매했을 뿐이데 홈화면에는 온갖 공구를 추천하고 있을 때처럼 말이죠. “책 한 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용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추천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하는 태도입니다. “내가 해봐서 알아”라는 무례한 태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커뮤니케이션은 서비스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마련입니다.
함께 보고 싶었던, 같이 보면 좋을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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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기반으로 몰랐던 굿즈를 추천하는 사례 | A24 굿즈샵 – 수빈 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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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ing
오늘 우리는 UX 라이팅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닌 사용자와의 깊이 있는 대화, 즉 커뮤니케이션까지도 ‘경험의 일환’이라는 점에 대해 함께 토론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문장은 “UX 라이팅은 나를 뽐내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다.“였습니다.
우리는 문예 창작에 관한 글쓰기를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사용자에게 익숙한 ‘관습적 디자인’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정답이라고 생각한 것이 정말 사용자 입장에서 더 나은 경험인지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처럼, 이질감 없이 거슬리지 않도록 하는 경험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만드는 이가 애써야 하고 수고스러워야 한다고 믿습니다. 시즌3, 마지막 모임에서 나눈 우리의 대화가 더 진정성 있고 의미 있기를 바라며 새로운 시즌과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