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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시즌3 두 번째 모임을 마치고, 파인딩과 인사이트에 대하여

<리서치 하는데요>는 작년부터 시즌제로 이어가고 있는 트레바리 독서모임입니다. UX 리서치에 관심이 있거나 더 나은 사용자 경험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민하는 잔잔한 모임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덥고 습한 이 계절에도 함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서로 다른 경험에서 자기만의 관점을 공유하는 지적 대화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10번째 모임에서는 <글로벌 UX 연구원은 이렇게 일합니다>를 함께 읽었습니다. 지난 2번의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에서는 사용자 경험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인문학, 철학에 대한 책을 먼저 읽고 실용적 지식과 방법론에 대해 소개하는 책을 이어서 읽는 퐁당퐁당 방식으로 책을 선정했습니다. 지난 시즌 모임에서 좋았던 부분은 유지하고,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은 새로운 시도를 더하면서 지적 대화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모임을 만들 생각입니다. 지적 허영심으로 치부하기엔 실질적으로 유용하고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생각을 나눠주는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3 멤버 분들께 마음을 담아 감사함을 전합니다. 잔잔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도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 충분한 모임을 이어나가겠습니다.

클럽장 발제문 필기 모음

1. 파인딩과 인사이트, 아이디어에 대하여

  • 파인딩 없는 인사이트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 하지만 파인딩 없는 아이디어는 있지 않을까요?
  •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를 구분하는데 중요한 건 타당한 리서치 결과일까요? 아니면 제품감(Product Sense)일까요?
  • 유민 님의 독후감에서 ‘제품감‘ 정의 – 제품감은 사업적 목표, 기술, 사용자, 그리고 의사결정자의 니즈까지 총체적으로 촘촘하게 보고 방향성을 결정하는 감각입니다.

2. Internal Politics는 미래 지향적 리서치로 이어지는 방법이 아닐까?

  • 소프트 스킬과 하드 스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Internal Politics’가 소프트 스킬 차원으로 시니어에게 더 중요해진다는 점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 일을 하는 많은 기간 동안 저는 사내 정치나 라인을 탄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UX 리서처가 미래 지향적인 리서치를 하면서 제품 출시까지 뒷심 있게 파인딩부터 인사이트, 제품 출시의 당위성과 회사의 전략적인 목표를 맞춰가려면 주요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고려해야 하고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3. 영어를 잘 하는 사람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것 vs. 기술을 잘 아는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

  • 일을 하면서 외국어에 능통한 구성원에게 소프트 스킬을 가르치면서 직무 전환을 흔쾌히 허락하는 사례를 많이 관찰했습니다.
  • 예컨대, 전문 한-영 통역사가 UX 리서처가 되거나, PO로 직무를 전환한 케이스인데 2년 이상 리더십 미팅에서 주요 의사결정 포인트, 리서치 결과, 프로젝트 우선순위 결정의 흐름 등을 확인하면서 제품감을 익힌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의 강점을 활용해서 직무 전환을 하고 적응하는 케이스였습니다.
  •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로 직무전환한 케이스는 없지만 PO, UX 리서처로 전환한 것을 보면 2가지 직무는 비교적 하드 스킬이 필요하다기보다 소프트 스킬이 더 중요한 제너럴리스트에 가깝지 않은가 생각하게 됩니다.

4. 예슬 님 독후감에서 인상적이었던 ‘리서치 하는 나침반, 3가지 lever’에 대한 메모

  • 첫째, 사용자의 경험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리서치인가? 아니면 디자이너, 공급자의 안도감을 위한 행위인가?
  • 둘째, 요청한 이들의 가설에 오류, 숨겨진 전제, 이미 답을 알고 있거나 리서치 결과와 무관하게 답을 내리려는 문제가 포함된 것은 아닌가?
  • 셋째, 이 문제를 해결했을 때 리서치는 비즈니스에 어떤 임팩트를 가져오는가?

우리가 함께 읽고 다른 생각을 나누며 토론했던 4가지 주제들

1. 파인딩과 인사이트, 그리고 아이디어에 대하여 (p.71)

  • 책에서 저자는 데이터에서 발견한 ‘패턴’을 파인딩, 패턴 뒤에 숨은 더 깊은 의미를 ‘인사이트’라고 부릅니다.
  • 일할 때 우리는 어떤 것을 파인딩, 또 어떤 것을 인사이트라고 부르는지.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에 대해 생각을 나눴습니다.
  • 유민 님의 독후감에서 ‘제품감’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품감은 아이디어에는 결여되어 있을 수 있지만 인사이트에는 녹아들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멤버들과 다른 생각을 나누며 발제문엔 이렇게 메모를 했습니다.
    • 민영 님 의견처럼 용어를 한글로 바꿔서 생각하면 용어에 대해 더 적확하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파인딩 대신 발견점, 인사이트 대신 시사점 또는 통찰. 촘스키 교수가 말한대로 인간은 언어를 사용해 추론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파인딩이 없는 인사이트가 있을까?
    • 충분한 파인딩이 쌓이고 그 사이를 관통하는 공통된 이유, Root Cause가 Why?를 설명하고 그 설명에 동의를 얻는 순간 내부적으로 ‘인사이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렇다면 파인딩의 인사이트화는 결국 내부 의사결정자에 대한 공감대 형성 정도와 설득에 달린 게 아닐까요?

2. ‘UX 리서치의 민주화’에 대한 어색함 내지는 불편함 (p.228)

  • UX 리서치를 UX 이외의 모든 직군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민주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 그렇다면 왜 백엔드 개발의 민주화, 데이터 분석의 민주화, 마케팅의 민주화 같은 표현은 없었을까요?
  • 원할 때 UX 리서치를 요청할 수 있고 언제든 참관할 수 있고 언제든 리서치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이 민주화 아닐까요?
  • 민주화라는 영문 표현을 그대로 한글로 번역하면서 ‘민주’라는 절대적인 가치에 책임과 권한, 전문성이 희석된 건 아닐까요?
  • 현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자신이 만든 디자인에 대해 스스로 사용성 문제를 검증하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 할 때가 많았습니다. 리서처가 없는 상황에서 디자이너가 리서치, 라이팅까지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겠지만 리서처가 있는 경우에 전문가를 통해 수행하는 것이 오히려 민주화 가치에 부합하는 게 아닐까요?

3. 마켓 리서치와 UX 리서치의 구분에 대하여 (p.266)

  • 저자가 이야기한 북미 빅테크와 다르게 국내에서는 마켓, UX 리서치 경계가 조직적으로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 5~8년 이상의 마스터플랜으로 제품을 연구, 기획, 출시하는 자동차나 전자제품, 공간 비즈니스에서도 마켓 인텔리전스 팀에서 리서치 에이전시를 활용해서 진행하는 리서치에 UX 리서치 성격이 포함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 쿠팡 등 디지털 프로덕트 중심 기업에서도 마켓 리서처가 UX 리서치 팀에서 일을 하거나, UX 리서치 조직의 리더로 마켓 리서치 회사에서 시장 조사를 하던 분이 합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그럼에도 마켓 리서치는 “시장에 내놓았을 때 얼마나 많은 고객이 구매하도록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UX 리서치는 “얼마나 오래, 계속 쓸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4. 우리의 생각을 활발하게 나누었던 ‘애플’과 ‘삼성’

  • 초은 님의 질문에서 시작된 토론은 아이폰과 갤럭시, 애플과 삼성. 감성의 차이를 만드는 것을 UX 리서치로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 기능적으로, 디자인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창업자의 스토리가 갖는 힘으로, 동료 집단에서의 암묵적 추구미까지 복합적인 것이라며 개인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 처음에 불편해도 쓰고 싶어하고, 계속 불편해도 쓰는 이유를 떠올려보면 사용성이 좋다고 사랑받는 것이 아니며, 사용성이 부족하다고 외면받는 것도 아니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 아이폰 사용자 그룹에서 1명이 안드로이드 폰으로 바꾸거나, 그룹에 새로운 멤버를 초대했는데 갤럭시 유저라면 갑자기 모든 대화가 파란색이 아닌 녹색으로 표시됩니다. 동영상은 작아지고 보기에 불편해지죠. 이런 상황이 또래 집단에서 아이폰을 써야만 할 것 같은 피어 프레셔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 게다가 아이폰과 애플 제품의 특징은 중고제품에 대한 가격방어가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중고폰, 리퍼폰 시장이 매년 14%씩 성장하고 있는데 이걸 무시할 수 없는 거죠. 초기 비용이 크지만 아이폰을 계속 유지하는 차원에서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삼성은 자사 운영체제 업데이트 기간을 4년으로 최근 늘렸지만, 애플의 6년에 비하면 여전히 짧습니다.

함께 보고 싶었던 콘텐츠

1. Hello, Chicago 2024

리서치의 ‘민주화‘에서 사용된 표현에 관해 Democratization이 불편했던 이유를 이야기할 때 공유했던 콘텐츠입니다. 정치적인 입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민주화’라는 단어가 미국과 한국에서 문화적 차이를 갖고 생각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UX 리서치를 다른 직군이 필요에 따라 손쉽게 요구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언제든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과 다른 직군도 UX 리서처가 해야 마땅한 전문적인 일을 필요할 때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맥락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달리 전통을 유지한 양당체제가 명확하며 전성기의 아티스트가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미국 대선 전당대회는 미국 바깥에서도 주목하는 문화적 이벤트입니다. 시카고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 승낙 연설을 했던 곳인데 민주당 전당대회가 21일 열렸습니다. 미셸 오바마 여사가 먼저 해리슨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바통 터치를 하면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지지자는 박수갈채를 보내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했고, 오바마는 2008년 대통령 수락 연설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Hello, Chicago“라며 연설을 시작했죠. 자신이 대통령일 때 부통령 직을 수행한 바이든에 대한 경의를 표했으며, 미국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차별적이지 않고 가치 지향적 표현으로 담았습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뛰어난 연설가로 유명한 이유는 무엇인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 2016년 10월에 블로그에 적었던 글도 소개해드립니다.

PBS – Former President Barack Obama’s full speech at 2024 Democratic National Convention (2024.08.21)
MBC –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민주당 시카고 전당대회 연설 (2024.08.21)
저는 희망을 느낍니다. 우리의 전당대회가 무엇이든 가능한 나라를 믿는 아이들에게 매우 좋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미국이 그녀에게 준 것과 같은 기회를 다른 사람들에게 주기 위해 평생을 보낸 사람을 선출할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보고, 당신의 말을 듣고, 매일 일어나 당신을 위해 싸우는 사람입니다. 미국의 다음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입니다.

역사는 조 바이든을 큰 위험의 순간에 민주주의를 지켜낸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를 '나의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를 '나의 친구'로 부르는 것을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관객들 "Thank you Joe! Thanks you Joe!" 외침)

이제, 횃불은 전달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믿는 미국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9년 전 금빛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온 이후로 자신의 문제에 대해 투덜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는 78세의 억만장자가 있습니다. 카멀라에게 질까봐 두려운 지금은 그저 불평과 원망의 연속입니다. 유치한 변명을 합니다. 미친 음모론이죠, 군중의 규모에도 괴상하게 집착합니다.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돼선 안 되고, 세상의 모든 잔혹함과 불의도 근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선을 위한 힘이 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합니다. 갈등을 억제하고, 질병과 싸우고, 인권을 증진하고,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고, 자유를 수호하고, 평화를 중재합니다. 그것이 카멀라 해리스가 믿는 것이고 대부분의 미국인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가 전에 없던 방식으로 일하고 우리의 신념을 굳건히 지킨다면, 우리는 카멀라 해리스를 미국의 다음 대통령으로, 팀 월즈를 부통령으로 선출할 것입니다. 우리는 희망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미국을 위해 싸울 지도자를 선출할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더 안전하고 공정하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나라를 세울 것입니다. 이제 일을 시작합시다. 신이 여러분을 축복하고 미국을 축복하기를 바랍니다.

2. Hello, Chicago 2008

3. 아이폰이 이기는 진짜 이유

아이폰이 성공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폰은 애플의 스마트폰 단일 브랜드임에도 안드로이드 진영의 무수히 많은 제조사 모델을 제치고 2022년 2분기, 시장점유율 50%를 넘겼고 작년 12월에는 52.5%를 찍었습니다. 애플이 금융까지 넘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애플 페이에 대한 소비자 니즈는 커졌고, 애플 페이의 협상력이 커지면서 애플 통장도 나올 수 있었던 거죠. 아이폰이 시장에서 이기는 진짜 이유는 '녹색 거품'과 '중고가 6년 보장' 2가지입니다.

1️⃣ 녹색 거품 (Green Bubble)

안드로이드폰에서 발신되는 문자는 아이폰에서 파란색이 아닌 녹색으로 표시됩니다. 아이메시지를 사용하는 아이폰 사용자들의 그룹 채팅에서 사용자 1명이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꾸거나, 그룹에 새로운 멤버를 초대했는데 갤럭시 유저라면 모든 대화가 녹색으로 바뀌고 동영상은 작아져 보기 불편해집니다. 순혈주의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런 상황은 아이폰을 써야만 할 것 같은 피어 프레셔로 작용한다는 분석입니다.

2️⃣ 중고 가격 방어

애플의 브랜드, 상품성 덕분에 중고 시장에서 아이폰을 포함한 맥, 맥북, 아이패드, 애플워치 가격은 감가가 크지 않습니다. 중고폰과 리퍼폰 시장이 매년 14% 이상 성장하고 있는데 이 시장에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지원 전략도 가격 방어를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구형 아이폰에도 새로운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6년까지 보장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최근 애플을 따라 운영체제(OS) 업데이트 기간을 4년으로 늘렸는데 여전히 애플보다 짧고, 다른 제조사들은 4년까지 보장하지도 않습니다.

Closing

과학자들의 의심은 남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의심에 자기 자신이 가장 많이 습격 당한다. 일찍이 철학자 데카르트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했던가. 과학자들은 그 말을 아주 잘 실천하고 있다. 의심하는 것이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문제에도 다양한 각도에서 의심하고 그 답을 구하려 애쓰며 답을 찾은 뒤에도 과연 답이 하나뿐인지 또 다른 측면에서의 답은 없는지 계속해서 의심하는 것. 그것이 과학자가 하는 일이며 해야 하는 일이다.

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p.96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