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멤버와 9번째 <리서치 하는데요> 모임을 가졌습니다. 덕분에 평일 저녁, 일을 마치고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이런 대화를 이곳이 아니면 어디에서 나눌 수 있을까요? 돌아오는 길엔 낯선 사람들과 서로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교집합을 늘릴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잔잔하지만 단단한’ 모임의 성격을 유지해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겸손한 대화를 계속해서 시도할 계획입니다. 제가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1을 처음 시작할 때 지키고 싶었던 것과 이번부터 변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들이 있습니다.
시즌을 거듭해도 지켜가고 싶은 것
여전히 잔잔한 대화여도 괜찮아
- 트레바리 모임은 연애를 위해서,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서, 홍보를 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목적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리서치 하는데요> 모임은 4시간 내내 조용한 대화를 주고받기 때문에 다른 클럽 경험이 있는 멤버분들과 놀러 가기를 통해 찾아오신 분들은 “이런 클럽도 있는지 몰랐어요?”라며 모임에 대한 인상을 전했습니다.
- 저는 여전히 <리서치 하는데요> 클럽이 ‘잔잔하길’ 바라며 그렇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시즌1부터 함께 해주시는 멤버분도 있고, 새로운 멤버도 있기에 사람의 변화에 맞추기보다 클럽이 가져온 방향성을 유지하겠습니다.
서로의 틈에 정적이 있어도 괜찮다
- 발제문 중 BOOK TALK 1의 첫 번째 항목을 읽고 나서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사실 함께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를 처음 던졌는데, 같은 책을 읽었더라도 퀴즈처럼 발제문에 담긴 주제에 대해 해답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정적을 갖는 시간 동안 책을 다시 펼쳐보거나, 자기의 경험을 떠올려보거나, 왜 이런 질문을 던질까? 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는 정적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정적이 없는 대화를 하는 시대에 정적을 허락하면 좋겠습니다.
- 발제문 중 BOOK TALK 1의 첫 번째 항목을 읽고 나서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사실 함께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를 처음 던졌는데, 같은 책을 읽었더라도 퀴즈처럼 발제문에 담긴 주제에 대해 해답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정적을 갖는 시간 동안 책을 다시 펼쳐보거나, 자기의 경험을 떠올려보거나, 왜 이런 질문을 던질까? 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는 정적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정적이 없는 대화를 하는 시대에 정적을 허락하면 좋겠습니다.
시즌을 거듭하며 변화를 만들고 싶은 것 3가지
하나. 조심스럽게 교집합을 늘려볼까?
- 트레바리는 스터디나 강의가 아닌 ‘커뮤니티’라는 점을 어제 모임에서도 강조했습니다. 즉, 어떤 지식을 일방적으로 공유받는 것이 아니라 A라는 현상이나 B라는 실험, C라는 법칙에 대해 서로 다른 경험을 토대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이 취지라는 건데요. 커뮤니티가 아니었다면 시즌을 이어가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번 시즌3에서는 함께 하는 멤버들과의 교집합을 늘려가려고 합니다.
- 각 모임을 마치고 익명으로 의견을 수렴해서 다음 모임이 서서히 나아질 수 있도록 시도하는 이유입니다. 첫 번째 책, 『사람을 안다는 것』에서 저자는 “어려운 대화를 어렵지 않게 할 방법은 없다. 자신과는 인생 경험이 전혀 다른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렵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계속 알아가보려고 해 보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둘. 발화량의 편차를 줄여볼까?
- 균형을 잡는 게 어렵지만 제 경험을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의 피드백을 자주 받았습니다. 시니어 UX 리서처의 시행착오는 지금 UX 리서처로 일을 하거나, UX 리서처가 아니어도 사용자 경험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분들에게 유용한 ‘정보값’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커뮤니티 성격을 갖는 <리서치 하는데요>에서 저와 파트너, 멤버 모두 동등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 절대적인 발화량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자기의 생각을 어렵지 않게 꺼내고, 누군가의 생각에 다른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는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러니 모임을 계속하는 과정에 나의 생각을 전달하고 타인의 생각을 묻고 목적 없이 상대의 관점을, 상대의 세계관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클럽장 특강은 ‘별책부록’이라는 이름으로 3번째 모임과 4번째 모임 사이에 함께 찾고 싶은 공간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난 클럽장 특강 바로가기)
셋. 발제문 완성도를 높여볼까?
- 매달 책을 1권 읽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발제문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부담이 있습니다. 4시간가량 이야기 나눌 화두를 던지는 일은 책을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리서치 하는데요> 모임의 지향점을 담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매번 고민하느라 모임이 있는 주, 수요일까지 발제문을 허겁지겁 제출하곤 합니다.
- 인쇄된 발제문에 오탈자가 마음에 걸려습니다. 발제문을 완성하기 전 다시 한번 소리 내서 읽고 어색함을 줄여볼 생각입니다.
시즌3 2번째 모임부터 적용할 것
하나. 정적을 허락하기
- 저희의 대화가 시작되기까지의 정적을 견디는 여유를 갖기로 해요.
- <리서치 하는데요>가 왁자지껄하거나 활기차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대부분의 시간이 차분하고 자연스럽고 그래서 편안했으면 합니다.
- 천천히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며 서로 질문하고, 가끔은 반박하고, 함께 토론해요!
둘. 좌석을 조정하기
- 발화량이 많은 클럽장, 파트너가 한쪽에 몰려 앉아 있으니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시선이 스크린 방향, 한쪽으로만 집중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 클럽장 좌석을 파트너와 마주 보는 자리로 변경하겠습니다.
- 멤버 분들은 도착하신 순서대로 편한 자리에 똑같이 앉으시면 됩니다.
셋. 발제문 퇴고하기
- 이번 발제문에 띄어쓰기 오류가 있었습니다. 번추위 선정 윗 부분에 ‘어 느날’, ‘버지니 아’로 적은 부분이 있었고 일부 문장은 자연스럽지 않았습니다.
- 발제자로서 발제문을 퇴고하고 파트너께 공유드리겠습니다.
- 파트너께도 발제문 등록 전에 한번 더 확인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첫 모임 속에서 메모한 것들
하나. 왜 냉장고는 비어 있고 냉동고는 꽉 차 있을까?에 대한 물음과 ‘지각된 현실’
- 사용자가 냉장고를 쓰는 방식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 몇 명이 살고 있는가? 관리비는 어떻게 부담하는가?
- 얼마나 큰 집에 살고 있는가?
- 곧 이사를 할 예정인가?
- 결혼을 앞두고 있는가?
- 집(본가) 등에서 음식을 정기적으로 보내주시는가?
- 운동을 하거나 식단을 챙기는가?
- 배달음식을 일주일에 얼마나 먹는가? 와우멤버십 회원인가? 관악구에 거주하는가?
-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가?
- 회사 식당을 이용하는가?
둘. 대화를 할 때 목적성이 있는가?
-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요약하면서 rephraseing(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바꾸어 말하기)을 하는 것이 ‘듣는 능력’으로 상대에 대해 공감을 일으키는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기계적인 바꾸어 말하기는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는 수단이 아닌 ‘방법’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메모하려고 하거나, 기록하려고 할 때 과연 그 결과물(텍스트)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상대의 이야기를 놓칠 수 있고 메모하기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rephasing을 하더라도 목적성에 따라 달라진다.
- “이게 맞아?” – 당신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있는데 이런 의미가 맞는 걸까요?
- “이게 맞지!” – 당신의 이야기를 나는 잘 듣고 있고 나는 집중하고 있고 나는 리액션을 하고 있어요!
셋. WHY’ 함정에 빠지지 말기
- 5 Whys와 같이 리서치를 할 때 ‘Why’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에 우리는 사로잡혀있는 게 아닐까?
- 왜 사용자는 000 했을까?에 대해 알고 싶다고 사용자에게 “왜 늦은 시각에 식료품점에 가죠?”라고 물어서는 안 된다. 사회저으로 바람직한 모습을 거스른다고 여겨지거나, 개인정보에 대해 묻는다고 느끼거나, 단도직입적인 질문은 사용자를 위축되게 만든다.
- 순수한 UX 리서치를 기업에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례비를 제공하면서 기업의 수익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리서치는 대가를 통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어른에게, 학생이 선생님에게 겸손한 질문을 던질 때의 순수함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리서처는 상기해야 합니다.
멤버들의 독후감에서 밑줄 친 문장록
트레바리 모임을 하면서 가장 큰 기쁨은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을 읽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매달 1번 만나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은 소재에 대해 떠올린 다른 생각을 글로 접할 수 있는 기회들. 모임을 지속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 “내러티브 모드는 자기 앞에 있는 독특한 개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이야기는 한 사람의 성격이 가진 개성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나타나는 그 사람의 변화를 보여준다.” 예전에 읽었던 모배러웍스의 롱블랙 인터뷰가 생각났어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회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복도에 아이디어나 기획 자료를 모두 붙여 놓고 과정을 공개하면 결과물에는 동의하지 않아도 그 노력을 알기에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서사를 공유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떠올랐고, 내러티브가 가진 힘을 실감했어요. – 유경 님
- 대부분의 채용공고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쓰여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강조하는 걸까. 회사에서의 대화는 언제나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컨셉을 설득시키는 일, 유관부문에게 들어오는 반박에 논리적 근거를 들어야 하는 일, 내가 놓친 자잘한 실수에 대한 구차한 변명까지. 회사의 대화는 대부분 갈등상황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게 대화가 오고 가다 보면 말 한마디는 무거운 책임으로 다가온다. 또 때로 잘못 전달된 말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갖고 있을 때, 그리고 각자의 세상을 보고 있을 때 오해는 더 커지게 된다. 이렇게 회사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운 것 투성이다. – 유민 님
- 누군가 ‘디자인은 깃털처럼 해야 한다‘는 말이 기억난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온 힘을 들여, 모든 최선을 다해서 잘 해내려는 욕심부터 생긴다. 그러다 보니 디미니셔처럼 되었던 적이 생기지 않았을까? 일을 놀이로 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요즘에 더욱 많이 든다. 잘하려는 마음이 생길수록 더 주의하면서, 함께 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고, 내가 만든 제품을 사용할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서로 조율하고 격려하는 놀이처럼 하루하루 조금은 더 즐겁게 일해봐야겠다. – 혜민 님
- “직원이 회사를 떠나 이직하는 이유를 경영자 대부분은 연봉을 더 많이 받으려고 이직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회사를 떠나는 당사자에게서 가장 많이 나온 이직 사유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제대로 보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에 회사를 떠났다.” 이와 같이 ‘사람을 진정으로 바라보는 능력’은 사적인 관계에서만 유효하며, 비즈니스와는 하등 관계없는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 초은 님
- 영어는 아티클에 따라 뜻이 다르다. 다음 세 문장을 보자. 비슷해 보이지만 이 세 문장은 뜻이 미묘하게 다르다. 1) I know of you 2) I know about you 3) I know you. 1번은 “나는 당신에 대해 안다”라는 의미로 간접적으로 아는 것에 가깝다. 2번은 “나는 당신에 관해 안다”라는 것으로 당신에 관한 것들에 대해 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3번은 “나는 당신을 (정말 잘) 안다”라는 뜻이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How to Know a Person”이다. 3번 뜻에 가까운 의미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국문 제목보다 영어 제목이 더 와닿았다. – 호준 님
Closing
우리는 ‘사람을 안다는 것’에 대한 브룩스의 통찰을 사용자를 사람으로 대입해서 살펴봤습니다. 사용자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오롯함의 태도라는 것을 배워습니다.
UX 리서치를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닿은 사용자에 대해 우리는 일부만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리서치를 하더라도 사용자에 대해서 여전히 모른다는 생각으로 ‘알기 위해 계속 노력하면’ 어떨까요?
우리의 대화 속에 나왔던 책, 음악, 공간
- 책
-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 철학과 인문학으로부터 업의 본질을 묻고 답하다
- <경험의 함정> –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경험은 왜 강점이 아닌 약점이 되는가?
-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