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번, 금요일 저녁 19:40, 강남역 근처에서 20명이 모였습니다. 한 권의 책을 함께 읽은 후 독후감을 쓴 사람들은 4시간 가까이 책을 가운데 두고 이야기를 나누죠. 여전히 잔잔한 모임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엔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그 생각을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메모해 두면서 다음 달 4번째 금요일 저녁을 기다립니다.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1을 마친 후 관계는 확장되고 있습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 생각을 나누는 멤버들이 있어 감사했고 시즌1에서 전달하려고 했던 모임의 가치가 어느 정도는 유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급할 게 없으니 박자를 맞춰보겠습니다. 함께하지 못한 분들께 안부를 전하며 어디서든 흔쾌히 다시 뵙겠습니다.
<리서치 하는데요> 클럽은 야마구치 슈의 <일을 잘한다는 것>을 닮았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에는 일을 잘하기 위한 방법론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일’과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how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플레이북이 아니라 why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저희 모임은 UX 리서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UX 리서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 UX 리서치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는 대신 “UX 리서치로 할 수 없는 것”과 “더 나은 사용자 경험”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에 가깝습니다.
저는 지금의 회사를 다니기 전까지 4년 넘게 재택근무 형태로 일을 했습니다. 수도권 외곽에 있는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것이 큰 행복이었고 후회 없는 결정이었죠. 앞으로도 계속 재택근무를 하거나 하이브리드 근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지났습니다. 이젠 판교, 용산, 신사동, 압구정동, 강남역, 삼성역, 종각역, 계동으로 출근하고 이동하며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입니다. 치열하게 고민해 본 적 없던 ‘일의 본질‘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책의 서문에서 구노스키 켄은 원격 근무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원격 근무의 가장 큰 의미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오던 일이나 업무를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다는 데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뀜에 따라 자신의 일에 어떠한 차이가 발생했는지,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바뀌지 않았는지를 다시 차근히 짚어보면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이 보일 것이다.
구스노키 켄
책에서는 ‘일을 잘한다는 것은 기술이라기보다 ‘감각(sense)‘에 가깝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의 제목이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잘한다는 것’이라는 점을 눈여겨보게 된 이유입니다. 일을 잘하는 것과 잘한다는 것 사이에는 제3자의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우린 모임에서 “주변에 일을 잘하는 사람을 1명 떠올려보세요”라는 질문으로 가까이에서 일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모임에서 떠올린 ‘일을 잘한다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일을 잘한다는 사람의 5가지 특징 ]
- 자기만의 ‘마스터피스‘를 만들기 위해 일을 한다
- 시스템이 없을 때 자조 섞인 목소리로 한탄하는 대신 시스템을 만들거나 만들게 한다.
- 혼자 일하는 대신 주변의 조력을 이끌어내서 임팩트를 만든다.
- 조직이 정기적으로 하는 평가와 별개로 동료에게 자신의 피드백을 주도적으로 요청한다.
- 여유가 있고 스토리텔링에 강하며 상대의 안부를 묻거나 함께 마실 커피를 준비한다.
트레바리 모임은 가만히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느낍니다. 처음 본 사람들과 일의 본질과 UX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잔잔함 밤은 다른 모임에서 쉽게 허락되지 않는 정적이고 느슨하지만 귀를 기울이게 하는 단단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진 평소의 생각을 의심하게 만들어준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2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4주 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