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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기록, 공유 – 생각의 쓰임으로부터

이 책의 제목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생각이 다방면으로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생각을 글로 ‘써왔던’ 나의 또 다른 자아와 성장, 생각노트에 관한 것이다. 내가 쓴 생각이 나를 쓰이게 한다.

생각노트가 보여준 기록과 공유 의지는 ‘일을 하면서도 뛰어난 크리에이터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책을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아졌다. 스스로 겪은 시행착오와 자신의 생각 외에 자신에게 영감을 준 생각까지 함께 공유함으로써 또 다른 생각노트로의 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는데, 이는 성실함과 뛰어남, 선함이 공존해야 가능한 부분이다. 생각노트의 기록이 여러 플랫폼에서 콘텐츠로서 힘을 지닌 이유는 치밀한 고민, 성실한 공유, 텍스트의 힘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감각 그리고 이 조합 밑에 깔린 선한 마음 덕분이 아닐까? 오리지널리티가 더 다양한 색깔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고 있다.


[프롤로그] P.4

2016년 5월, ‘생각노트’를 시작했다. 생각노트에 마케터로서의 관심사를 보고 듣고 관찰해 관점을 담은 생각으로 만들어 기록했다.

생각, 기록, 공유

이 세 가지에 집중해왔다. 건강하고 단단한 생각을 떠올리기 위해 루틴을 만들어 습득했다. 책, 신문, 잡지, 팟캐스트, 넷플릭스를 가까이 두고 떠올린 생각을 빠짐 없이 기록했다. 그 뒤, 기록된 생각을 콘텐츠로 만들어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퍼블리에 나눴다.

(중략)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만약 5년 전에 생각노트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라고. 아마 5년간 생각노트로 이뤘던 모든 것들은 없었을 것이다.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었을 것이고, 회사 생활이 내 생활의 전부였을 것이다. 쌓이는 연차 앞에서 잘 성장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면서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을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생각노트를 시작한 덕분에 과거와 다른 내가 될 수 있었다. 회사 생활에 지쳐 잃어가고 있던 나의 모습을 다시 찾았고, 나의 생각과 관점을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이 찾아보는’ 채널이 되기 위해 생각을 기록으로, 기록을 콘텐츠로 만드는 과정을 고민하며 기획력을 길렀다. 독자의 반응과 피드백을 보면서 대중적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마케터이자 기획자가 될 수 있었다. 매사에 궁금증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만의 논리를 만들며 관점을 키울 수 있었다.

결국 <생각노트>는 내게 있어서 최고의 자기 계발인 셈이었다.

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자신은 ‘블로그’를 하는 지원자라면 반드시 눈여겨본다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인사 담당자는 생각 연습을 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할 줄 안다는 점에서, 꾸준하게 뭔가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블로그 하는 지원자를 가장 높은 우선 순위로 본다고 대답했다.

예전에는 이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리고 나조차도 이런 후배가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기록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경험이 얼마나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발전시켰는지 잘 알기에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끌린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나누자’는 다짐을 하게 된 이유] P.63

생각노트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유’이다.
나누는 것, 그 본질에 충실하다.

생각노트 브랜드를 시작하며 정했던 세 가지 핵심 운영 원칙이 있다. 바로 생각, 기록, 공유이다. ‘치밀하게 생각하고, 꼼꼼하게 기록해서,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자’는 지금까지 생각노트를 운영하며 지켜온 나름의 철학이다.

그중에서도 사적인 생각이 콘텐츠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공유’다. 나의 생각과 기록을 나 혼자 가지고 있으면 콘텐츠라고 할 수 없다. 뭐가 됐든 세상에 내놓아야 콘텐츠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생각과 기록이라도 열심히 공유하겠다는 의지는, 사적인 생각을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

공유의 가치는 피드백의 기회에 있다. 공유를 시도하고, 꾸준히 공유하다 보면 ‘반응’이 생긴다. 이 반응을 통해 내 기록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색깔이 나올 수 있고, 내가 잘 기록하는 분야가 무엇인지도 알아낼 수 있다. 이렇게 나의 기록이 점점 ‘콘텐츠’로 만들어진다.

지금은 볼 것이 참 많아진 시대이다. 나만 해도 구독하고 있는 멤버십 서비스가 열 가지가 훌쩍 넘는다. 이렇게 볼 거이 많아진 콘텐츠 시장에서 내 생각과 기록이 눈에 띄는 건,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 결국은 계속 내 생각과 기록을 공유하면서 콘텐츠로 그 가치를 증명받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내 기록을 기꺼이, 아끼지 않고 나누겠다는 ‘공유 정신’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나도 최대한 많은 것을 공유하려고 한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든 생각과 시행착오를 기록하는 블로그 운영 일기, 여행을 준비하는 전 단계를 꼼꼼하게 기록하는 블로그 운영 일기, 한 편의 글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블로그 글쓰기, 구독하고 있는 뉴스레터, 다이어트 할 때 쓰는 앱까지, 어찌보면 과할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의 ‘공유’가 지금의 생각노트를 만들었다. 나의 이런 기록을 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람’, ‘영감을 좋아하는 사람’, ‘인사이트를 나누는 사람’이라는 확실한 색채로 나를 기억했고, 내 기록을 콘텐츠로 여겨주는 팬을 모을 수 있었다. 결국 ‘공유’ 덕분에 생각과 기록이 누군가에게 닿아 완성됐고, 생각노트라는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것을 공유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다.


[성공사례를 따르다가 엉망이 되었다] P.130

성공 사례를 따라가기보다
나의 색깔, 나의 결을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독자가 원하는 것의 교집합을 탐색했다.

그 교집합을 발견한 후 인스타그램 계정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제 생각과 제게 영감을 준 생각을 담습니다.”

2020년 10월까지, 생각노트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적혀 있던 한 줄 소개이자 채널 콘셉트를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참 간단해 보이는 이 ‘한 줄’을 얻기까지 참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번 장에서는 이 시행착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인스타그램을 만들고 나니, 텅 빈 프로필이 보였다. 이 공간에 대한 설명을 뭐라고 적을지 감이 안 잡혔다. 처음 떠올린 콘셉트 아이디어는 ‘사진’이었다. 당연하면서 단순한 접근이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SNS니까, 나 역시 이곳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는 이미지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의미를 찾아야 움직이는 나로서는 ‘사진’으로 콘셉트를 해야하는 이유를 찾아봤다. 생각해보니, 아직 제대로 기록하고 있지 못한 영역이 ‘사진’이기도 했다. 어렸을 적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고, 거기에 여행까지 좋아하니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도 많았다. 수많은 사진이 정리되지 않은 채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었다. 그래서 ‘사진’으로 남긴 기록을 많은 사람과 나누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잘 나온 사진’으로 채널 콘셉트를 정한 뒤 미러리스 카메라 하나를 구입했다. 모든 취미의 시작은 장비이다. 비싼 장비를 사게 되면, 장비가 아까워서라도 뭔가를 하게 된다. 대학생 시절, 힘들게 돈을 모아서 샀던 DSLR 카메라가 있긴 했지만, 이제 너무 무거워서 제대로 들고 다니기조차 어려웠다. 예전에는 이 벽돌 같은 캄라를 어떻게 목에 두르고 돌아다녔나 혀를 차면서 조심히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새로 장만한 카메라는 가볍고 예븐 데다가 화질도 좋았다. 카메라 기술의 놀라운 발전을 몸소 체험하며 이곳 저곳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 사진으로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웠다.

반응은 어땠을까. 그야말로 처참했다. 개설 초기로 팔로워가 적은 탓도 있었겠지만,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반응이 별로였다. 가지고 있던 채널을 통해 오픈 사실을 실컷 홍보한 탓에 생각노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이들조차 반응하지 않았다.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잘 나온 사진을 몇 장 더 올리고나자, 잘 나온 사진은 생각노트의 색깔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인스타그램에는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이미 너무 많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잘 찍는 사진’이 아니었다. 기존의 ‘잘 나가는 채널과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 콘셉트에 대한 고민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해야 했다.


[에필로그] P.250

당신의 생각 쓰임을 응원하는 생각노트의 방법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쓴 제임스 클리어는 습관이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나의 지금 습관이 현재 나의 정체성이고, 익히고 싶은 습관이 내가 꿈꾸는 정체성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정체성으로 습관을 정의하라고 권유했다. 예를 들면, 목표는 ‘책 읽기’보다 ‘독서가과 되기’가 좋고, ‘마라톤하기’ 대신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되기’가 바람직하며, ‘악기를 배우기’가 아니라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기’여야 한다. 습관을 통해 어떤 정체성을 가질지 생각해보라는 의미였다.

생각의 쓰임을 톡톡히 누리며 5년을 지냈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나만의 생각을 하기 위해 애썼다. 생각을 넓게 확장하고 깊게 길어 올리기 위해 읽고, 듣고, 느끼고 배워왔다. 그렇게 얻은 생각을 기록하고, 글로 써서 공유하는 삶으로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런 나의 행동과 습관들이 나의 정체성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