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사용자를 위하고 있을까?
최근에 대학병원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오랜만에 종합병원에 갔더니 대부분이 시니어 환자이더라고요.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가 필요했습니다. 일단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병원에 알리기 위해 키오스크를 이용해야 했어요. 알림톡으로 받은 환자번호나 주민번호를 등록해야 했죠. 최근에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한 후 블루투스 신호를 활성화해서 "저 도착했어요"라는 메시지를 병원에 보낼 수도 있더군요. 2가지 방식 모두 시니어 사용자가 병원에 처음 방문했을 때 손쉽게 사용하기엔 조금 어려워 보였어요.
제가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서 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병원 입구를 계속 살펴봤어요. 화요일 오전 10시, 접수처에 도착한 10명 중 7명은 도착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직원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직원 안내를 받아 키오스크 앞에 선 7명 중 4명은 첫 화면부터 망설였습니다.
초고령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지만 시니어를 위한 사용자 경험은 여전히 부족한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러고 보니 본가에 갈 때마다 부모님의 스마트폰 앱설치, 조작을 도와드리는 것이 루틴이 되었네요.
UX 리서처는 사용자가 서비스나 물건 등을 쓰면서 겪는 부족함, 어려움을 발견한 후 근본적인 원인을 정의하는 역할자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제품, 사람과 공간 사이의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하죠.
경계해야 하는 점도 있습니다. 시니어 사용자에게 다른 사람이 개입해서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진료를 왔을 때엔 여유 있고 친절한 사람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시니어도 주체적이며 독립적인 사용자로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삶의 주체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병원을 찾은 모든 사용자에게 보편적이고 매끄러운 서비스, 배리어프리(장벽이 없는) 경험을 제공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죠.
Ideas Worth Spreading
TED는 제게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마다 TED에서 관심 있는 주제를 골랐습니다.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이라는 범위는 지적 호기심을 모두 포괄했고 제가 생각한 세계보다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줬죠. 그렇게 전역을 했고 일을 시작하면서 TEDxSamsung, TEDxSEOUL, TEDxKAIST 등 제가 참여할 수 있는 TEDx 모임에 함께하며 간간히 제 세계를 확장하려고 했습니다. 네, TED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지식공유 플랫폼입니다.
TEDxKyunghee는 경희대학교를 기반으로 TED 본사에서 라이선스를 받아 독립적으로 TEDx 강연을 개최하는 단체입니다. 심리학, 철학, 디자인, 과학, 음악, 미술, 운동, 종교, 교육까지. 이야기의 주제와 분야가 종횡무진하다는 점, 슬로건 “Ideas Worth Spreading”, 퍼뜨릴만한 아이디어가 제가 추구하는 ‘표본의 확장’과 닿아있다는 점에서 이번 TEDxKyunghee 비움 | 틈 | 채움의 첫 번째 스피커로 참여했습니다. 제가 하는 UX 리서치가 어떻게 틈을 채우는 일인지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제 경험이 정답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여전한 시행착오를 통해 표본을 늘린다는 생각으로 연결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UX 리서치로 틈을 채우는 여정이 궁금하신 분들과 손 내밀면 닿는 거리에서 계속 닿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