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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이에요’라는 평가가 무서워진 날

리서치와 라이팅을 하는 레드버스백맨 퍼스널 브랜드 이미지
빨강색 버스에 가방을 메고 탑니다.

상반기 성과 평가 면담에서 팀리드가 말했습니다. “잘하고 있어요. 안정적이에요.”

칭찬인데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그 단어가 맴돌았는데요. “안정적”이라는 말이 “더 이상 놀라움이 없다”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마치 식당 리뷰에서 “무난해요”라고 쓰는 것처럼요.

돌아보면 3년 차에 하던 일을 5년 차에도 똑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진행, 보고서 작성, 결과 공유. 수준이 올라간 게 아니라 속도만 빨라진 것이었어요. 자전거를 잘 타게 된 건데, 같은 동네만 돌고 있었달까요.

단순 반복은 성장을 만들지 않습니다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이걸 평생 연구한 사람입니다. 2016년에 로버트 풀과 함께 쓴 《Peak》에서 핵심을 하나로 줄였는데요. 단순 반복은 성장을 만들지 않는다. 운전을 20년 했다고 레이싱 드라이버가 되지 않는 것처럼요.

익숙하게 잘하는 것과 새로운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단순 반복은 성장을 만들지 않는다.

Anders Ericsson & Robert Pool, Peak (2016)

성장의 조건 세 가지가 빠져 있었습니다

에릭슨이 말하는 성장의 조건은 세 가지였습니다. 현재 능력 바로 위의 도전, 즉각적인 피드백, 의식적인 교정. 제 5년 차에는 세 가지 모두 빠져 있었어요. 익숙한 방식으로 익숙한 업무를 처리하면서 도전의 수준이 멈춰 있었습니다.

능숙함은 있었지만 긴장은 없었습니다.

피하고 있던 영역이 정체기의 중심이었습니다

정량 분석이 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피하고 있었거든요. “나는 정성 리서처니까”라는 울타리가 편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PM이 물었어요. “인터뷰에서 나온 이 패턴, 전체 사용자 중 몇 퍼센트에 해당해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정체기는 늘 막막한 감정으로 오는 것 같지만, 나중에 보면 대개 피하고 있던 한 영역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편하다는 감각이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정체기를 깨뜨린 건 거창한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 한 줄만 쓰기 시작했어요. “이번 주 가장 어려웠던 순간.” 3개월 쌓이니 패턴이 보였습니다. 같은 지점에서 반복해서 막히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지점이 제가 피하고 있던 바로 그 영역이라는 것.

성장 정체기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신호는 “편하다”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긴장되지도, 새롭지도 않다면 그건 능숙해진 게 아니라 도전이 사라진 겁니다. 편안함이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니, 좀 잔인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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