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21년에 한 해를 시작하며 연간 좌우명으로 삼았던 문장입니다. 2021년에도, 2023년 1분기에도 마음처럼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왜 뭔가 사는 행위를 멈추기 어려울까요? 코로나가 한창일 때에는 여행을 못 갔으니, 공연을 못 갔으니 자연스러운 ‘보복소비’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다기에는 코로나 때에도, 지금도 여전한 소비항목들이 있습니다. 배달음식이나, 새벽배송, 당일배송으로 받는 물건들이 있으니까요. 토스피드에서는 돈과 관련한 재미있는 글들을 볼 수 있는데,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님의 글을 요약해서 소개합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과 지갑이 안녕하기를!
1️⃣ 과소비는 ‘돈이나 물품을 지나치게 많이 쓰는 것’이고 보복소비는 ‘어떤 외부 요인으로 억눌려 있다가 터져 나오는 소비 현상’입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 백화점 명품관에서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보복소비’입니다.
2️⃣ 인지심리학에서 “00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할 때 00은 원인이기보다는 무언가에서 비롯된 결과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 과소비나 보복소비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고 진짜 원인은 따로 있는 것이죠. 제가 타이틀로 뽑은 문장을 보시면, 소비는 ‘감정’이 Root Cause일 수 있습니다.
3️⃣ 예컨대 부족한 휴식이나 외로움과 같은 결핍은 소비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과소비의 심리학에서는 이 2가지를 주요한 원인으로 꼽습니다. 휴식이 없는 일상, 그리고 외로움입니다.
4️⃣ 사람들의 뇌가 바빠지면 결국 평소에 하던 자극만큼으로 평소만큼의 만족을 얻지 못하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즉, 더 강한 자극과 더 큰 자극, 더 잦은 자극을 찾게 되는 것이죠. 온전한 휴식이 없는 상태에서 인간은 자극을 쫓게 되고 소비는 앉은자리 아니, 누운 자리에서도 바로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자극입니다. 잠들기 전에 몇 차례 버튼만 누르면 다음날 아침에 문 앞에 도착한 택배상자를 우리는 받아볼 수 있죠. 실험의 내용이 흥미로운데, 7자리 숫자 배열을 외우도록 하면서 레몬에이드의 신맛과 단맛의 강도를 전후 비교하게 한 실험에서 실험자는 복잡한 실험을 할 때 더 시고 더 단 음료를 줘야 사전에 마신 것과 같은 강도를 느꼈습니다.
5️⃣ 마음이 헛헛할 때에도 비슷합니다. 고통받는 마음을 경험하는 사람은 이 욕구의 상당 부분이 문제 해결과 무관한 물건 소유욕으로 전이되는 현상이 실험에서 나타났습니다. 실연을 겪고 폭음이나 폭식을 하는 경우, 존중이 부족한 성장 과정을 거친 학생이 직장에서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측면이 강해서 시기나 질투를 발휘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6️⃣ 소비를 하고 나서 마음이 개운해진다면 그나마 낫지만 대부분 택배박스가 쌓인 것을 보고 엄청난 행복감을 느끼거나, 문제를 해결한다고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오히려 카드값 결제일에 후회가 몰려올 때가 많죠. 이때 중요한 것이 ‘자기 초점(self-focus)’입니다. 자기 초점은 자신이 겪은 일들이 모두 자신과 관련되어 있고 자신에게만 집중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성인데요. 이런 자기 초점 경향성이 높으면 외로움을 더 증폭시킵니다. 그래서 이게 나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천히 소화하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불안을 관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