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광역버스에 백팩을 메고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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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물건을 파는 일

그때 난 아끼는 물건을 쓰지 않고 아끼고 있었다.
쓰면 닳아서 아끼는 물건에 담긴 가치가 바랄까 싶었다. 싫었다.

타지 않는 자동차를 아꼈고,
겨울이면 먼지를 두텁게 입은 채로 날 기다리는 자동차가 좋았다.

그러다 아끼던 물건을 팔아야 하는 순간은 머지 않아 찾아왔다.
먼지를 한겹 더 입은 자동차는 내가 아끼던 자동차가 아니었다.
내가 아끼는 마음으로 하는 일이 되려 소중한 대상의 빛을 바래게 만들었다.

아끼는 물건을 쓸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생각한 가격을 지불할 사람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오래되었다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귀한 것이 천한 대우를 받았다.

급할 것이 없었다.
돈이 급해서 파는 것이 아니라,
아끼는 것을 더 아껴주기 위해서 내놓았으니 기다렸다.

한달을 기다렸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기다렸다.
계절이 바뀔 때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스님이 올라왔다.

Walco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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