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내 인생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속내를 밝히자면 그리 내키지는 않았다. 기억의 단편을 정리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건 사실 내 성격에 맞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현재의 사카모토 류이치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적잖이 흥미를 가지고 있다. 어쨌든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나 자신의 일이니까. 어떻게 이런 인생을 보내게 되었는지 나로서도 무척 궁금하다.
나는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지 못한다. 음악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적도 없고, 어릴 때부터 꼭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초등학생 때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여러분, 글로 써주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느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떻게 써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주변 친구들은 총리나 의사, 여학생이라면 스튜어디스, 신부 같은 걸 써냈다. 나도 열심히 고민은 했는데 결국 “없다”라고 썼을 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짐작도 가지 않았고 직업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왠지 이상한 일로 여겨졌다. 어쩌면 아직까지 그런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허무주의자처럼 “나는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다. 곤충을 예로 들자면, 알에서 유충이 되고 번데기가 되고 이윽고 성충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변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그런 식으로 변해간다는 건 도무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라는 식의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시간감각이 결여된 아이였다고 이제 와서야 생각한다. 시간이 경과한 뒤의 일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미래의 나 자신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내가 “어째서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있을까?” 하고 새삼 궁금해하는 것도 어쩌면 그런 현상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음악이란 “시간 예술”이라고 한다. 직선적인 시간 속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켜나가는 창작 활동이라는 말인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애초부터 음악을 지어내는 재주는 내게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건 공부하면 배울 수 있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은 룰을 배우기만 하면 가능하다.
룰을 외우고 그 룰대로 뭔가를 축적해 나간다. 일반적으로 성장이란 그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그런 생각과 어딘가 항상 어긋난 듯한 느낌이 있었다. 공부를 하면 뭔가를 잘할 수는 있겠지만, 왠지 생리적으로 그런 과정이 내게 맞지 않는 듯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래서 과거에서 현재까지 나 자신을 정리해 이야기한다는 데에 사실은 적잖이 위화감이 든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부감해 보고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기억과 사건을 순서대로 펼쳐놓고 그것을 연결해 본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현재의 나에 대해 뭔가 보일 것이고, 그런 표현 방식을 통해서 비로소 다른 사람들과 뭔가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Source: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