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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Y와 나

PUBLY가 성수동에서 역삼동으로,
다시 삼성동 스파크플러스를 옮기는 동안
나는 (전)직장에서 뼈를 묻을 것 같다는 평판을 묻고 지금은 (세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내가 PUBLY를 알게 된 건 첫 번째 회사를 다니던 시기였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주최하는 테헤란로 커피클럽, 런치클럽에 기웃거린 덕분이었다.

2016년 9월 21일, 테헤란로 커피클럽 <읽는 콘텐츠’의 새로운 변화>

박소령 대표는 ‘지적 사치(intellectual Luxury)’라는 개념을 소개했고
PUBLY를 창업하게 된 계기, PUBLY가 지향하는 모습을 설명했다.
발표를 듣고 회사로 출근하는 길엔 “오늘 내 마음에 무언가 생긴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을 받으러 아침 일찍부터 세미나에 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날도 Daily Report*를 썼다.

* 나는 첫 번째 회사에서 매일 같이 IT 분야 소식을 정리해 ‘Daily Report’라는 이름으로 동료들에게 보내곤 했다.

처음엔 이른 아침부터 세미나에 참여한 나에 대한 애정인가, 지적경험에 대한 관심인가 싶었다.
돌이켜보면 이건 멋짐에 대한 팬심에 가까웠다.
팬심이었다는 것을 어제 확실히 알았다.

2016년 9월 22일, Daily Report <재료2>

나는 PUBLY라는 기업,
PUBLY에서 읽은 콘텐츠가 좋았다.

2018년에 PUBLY 독자 중 ‘콘텐츠를 가장 많이 읽은 상위 1%’에 선정될 만큼 자주 읽었다.

PUBLY 뉴스레터에서 밑줄 친 문구, 펀딩을 시작한 가치 있는 콘텐츠를 골라 Daily Report로 나누었다. 처음으로 멤버십 서비스가 시작했을 무렵에는 멤버십 회원권을 친구에게 기프티콘 처럼 선물하고 싶어 이런 아이디어를 트위터에서 제안하기도 했다. 회사를 옮기는 동안에도 이런 팬심은 비슷했다. PUBLY에서 콘텐츠를 보고 인상 깊은 것을 주변에 나누길 반복했다. 나를 통해서 PUBLY를 처음 접한 동료들은 주로 두 가지 질문을 반복하곤 했다.

  • “PUBLY와 브런치가 다른게 뭐야?”
  • “PUBLY는 왜 돈을 내고 봐야해?”

나는 팬이니까! 반복된 질문에 나는 설들력 있는 답을 생각해내야 했다. 질문에 이어지는 질문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고 고개를 끄덕이는 상대를 보며 뿌듯한 마음을 느꼈다. 이렇게 PUBLY를 알리는 중에 첫 번째 이직을 했다. 첫 번째 회사에서 약 5년 동안, 그룹 임직원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쓰는 욕구’를 해소했던 것 같다. 그러나 회사에서 쓰는 글에는 내 생각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부 담을 수 없었다. 어떤 것이든 조직이 원하는 방향과 맞아야 했다. 어느 날엔 회사원이니 당연하지 싶었지만, 출장을 가서 Uber를 탄 이후 ‘불친절한 택시 처럼 당연한 건 없었다. 왜 한국에서 승차공유는 안 되는걸까? 2013년에는 이런 생각으로 사내 그룹웨어에 기획기사를 쓰고 싶었다.

에버노트 속에 묻혀버린 원고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On Demand Business>

나는 Uber가 한국에 진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3년, 가로수길 건물 1개 층에 엉성한 사무실을 열자마자 나는 퇴근 후 차를 갖고 Uber 오피스를 찾았다. 전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를 발급하기 위해 강남경찰서에 들린 다음이었다. 당시에는 미국유학 중인 학생들이 방학, 휴학기간을 이용해 Uber 오피스를 운영했다. 개인차량을 이용해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Uber 상품 ‘Uber X’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 드라이버에 지원한 분들은 대리운전을 병행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Uber가 수요, 공급에 따라 요금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며 드라이버를 끌어들이는 방식, 공급을 늘림으로써 다시 요금을 내리는 우아한 (수요공급)곡선의 움직임, 불친절한 기사에 대해 승객이 평가하고 드라이버가 매긴 점수로 ‘승객으로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이 멋지다고 외쳤다. “이건 정말 멋진 일”이야! 이런 생각에 연비를 생각하면 손해가 확실한 곡선의 움직임에 3,000CC 차량에 몸을 맡기고 친절을 연습했다. 어느 날엔, 퇴근길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다 인천공항까지 승객을 모시는 날도 있었다. 김포공항에 내린 승객이 내게 물었다.

이 차로 하면 손해볼텐데 왜 하시는거에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거든요.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도 할 수 있어요. 저는 이게 재밌어요!
🎒 REDBUSBAGMAN

이건 빨리 알려야 해! 이미 미국 출장이 빈번한 직원들 사이에서 Uber는 일상이 되고 있었다. 택시, 렌트카 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Uber는 도착시간은 물론 요금, 기사의 태도까지 불확실하지 않았으니까.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는데 요금이 더 저렴하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비합리적이었다. 당시 회사 미주, 호주법인에서는 신제품 런칭행사에서 Uber와 프로모션 이벤트를 함께했고 투자가 업인 관계사는 Uber 관계자를 투자행사 연사로 초청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나의 ‘체험리즘’ 기사는 그룹웨어에 실릴 수 없었다. 공개될 수 없었다.그룹은 당시 택시노조의 반대, 기사에 대한 검증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기업 ‘Uber’에 대해 비우호적이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내 기획기사를 거절했다.

쓰고 싶은 마음은 마치 봄을 알리는 ‘벚꽃엔딩’의 순위진입처럼 반복적으로 찾아왔다. 나는 지도선배라는 자격으로 3개월 간 신입사원들에게 멘토링을 제공하는 양성교육 프로그램에 파견을 다녀왔다. 복귀해서 반복적으로 해오던 일에 다시 익숙해지고, 신입사원 후배들에게는 부풀려졌던 나의 존재가 조금씩 현실에 닿을 무렵, 그러니까 벚꽃이 다시 피기 전에 나는 첫 번째 이직을 했다.

두 번째 회사에서도 쓰고 싶은 마음과 이를 해소하는 패턴은 비슷했다. 그룹사 임직원 기자단 활동을 하며 무언가를 쓰고 공유하고 있었다. 자동차회사를 다니던 중에 나는 중국 선전으로 출장을 떠났다. 선전에서 묵을 장소를 찾던 중 가장 처음으로 선 보인 무인양품의 호텔, MUJI HOTEL은 상품을 팔지만,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브랜드 ‘무인양품’을 좋아하는 내게 질문이 가득한 장소였다.

  1. 무인양품은 왜 호텔을 시작했을까?
  2. 무인양품이 왜 선전에 첫 번째 호텔을 만들었을까?

두 가지 물음에 대해 나에게 명쾌하게 설명해 줄 사람이 없었다.
회사 규정 대비 초과된 요금은 개인비용으로 지불하겠다는 의지,
팀원들 배려 덕에 나는 내 두 번째 ‘체혈리즘’ 콘텐츠를 PUBLY에 공개할 수 있었다.

팬에서 독자로
독자에서 저자로
저자에서 다른 저자의 팬으로

아름다운 먹이사슬 흐름 속에 어제는 PUBLY에서 준비한 PRIVATE PARTY 2019에 다녀왔다. PUBLY에서 선보인 100개의 콘텐츠를 영화로 만들었는데 VIP시사회에서 감독판을 본 느낌이었다. 김안나님께서 요청한 RSVP에 떨리는 마음으로 참석하겠다는 응답을 제출했다. 동시에 나는 PUBLY 멤버십 1개월 비용을 예산으로 어떤 선물을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소비할 수 있는데 특별한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만 할 수 있는 선물을 만들고 싶었다. 항공배송으로 받기로 한 The Barn Coffee Roastery 원두가 저자파티 당일까지 회사에 도착하지 않아 조마조마했다. 회사 택배보관실에 연락해보고 혹시 착오가 있는건 아닐까 싶어 “독일에서 온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회사를 나오기 직전에 EMS 택배가 도착했고 나는 특별한 원두와 2호선에 몸을 실었다.

2019 PUBLY 저자파티에 가져갈 특별한 선물로 베를린을 대표하는 로스터리, The Barn 원두를 선택했다

저자파티에는 약 80명의 참석자가 함께 했다. 아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던 중 ‘자기소개’시간이 찾아왔다. 약 1분 동안 자신에 대해서, 오늘준비한 선물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소개를 마친 후 번호표를 뽑아 선물을 받을 사람과 다음 ‘자기소개’ 주자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내 번호가 언제 불릴까 조마조마한 마음에 소개하는 저자의 말을 놓치고 싶지는 않고, 우왕좌왕하다 내 차례가 왔다. 야심차게 PUBLY에 대한 4년차 팬심을 고백하는 순간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떨려서 내가 쓴 글의 제목도 말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이 원두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이런 60초 스피치였다.

PUBLY PRIVATE PARTY 2019 ‘자기소개하기’
<일 하는 마음> 제현주 대표께서도 PUBLY 저자이자 투자자로 함께 했다.

즐거운 자리에서 느끼는 속상함이란. 그러니까 평소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의전이 중요한 회사에서 대표이사 간담회 사회를 종종 의뢰받을 만큼 떨지 않았다. 친한 친구들 결혼식에서 사회를 보느라 같이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날은 너무 떨어서 속상했다. 심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애플와치에서 보여준 심박수는 “떨림의 우상향” 곡선이었다. 나는 그 곡선의 정점에서 한 가지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대표이사 간담회 사회를 보던 나(의 당당함은 없었다)
내 심박수 변화는 PUBLY에 대한 팬심을 증명했다
Siri야, 나 지금 떨어?
네, 8시 이후부터 떨고 있습니다.
🎒 REDBUSBAGMAN
PUBLY PRIVATE PARTY 2019에서 함께 한 사람들

저자파티는 즐거웠다. 테헤란로 커피클럽에서 만난 PUBLY 박소령 대표님, 손 뻗으면 닿는 곳에 두고 있는  ‘일 하는 마음’ 저자이자 PUBLY 투자자인 옐로우독 제현주 대표님, 어떻게 이런 디테일과 부지런함으로 인사이트를 줄까 궁금했던 생각노트님. 남성 1인, 여성 3인으로 이루어져 음식, 음악, 여행, 독서를 각자 맡은 혼성아이돌 ‘브랜더 마케터들의 이야기’ 저자분들까지.

나는 <MUJI HOTEL에 다녀왔습니다>가 PUBLY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야 2016년부터 팬을 자처해 온 PUBLY 박소령 대표님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러니까 이런게 성공한 덕후의 심정이랄까? (제가 성공할 수 있게 이끌어 주신 PUBLY 박소리PM님, 이현아 에디터님, 박혜강 에디터님, 한희진 에디터님 감사해요.) <MUJI HOTEL에 다녀왔습니다>를 통해서 연락이 끊기거나 뜸했던 지인들이 안부를 묻는 일도 이어졌다. 군대에서 알던 동료, 첫 번째 회사에서 임직원 기자단을 할 때 에디터로 만났던 PD, 두 번째 회사에서 눈 인사만 주고 받았던 옆팀 동료까지. 내 일상에 즐거운 곡선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느낌이었다.

PUBLY와 첫 번째 프로젝트를 마친 후 나는 <MUJI HOTEL에 다녀왔습니다>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긴자에 생긴 세 번째 MUJI HOTEL에 다녀올 생각이다. 무인양품이 가장 많은 인프라와 단골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도쿄에 선보인 MUJI HOTEL은 선전, 북경과 어떻게 다를까? PUBLY에 누가 되지 않도록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2020 PUBLY 저자파티에 참여할 땐 자기소개를 떨지 않고 해야겠다는 다짐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