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은 사용자를 고민하게 하지 않습니다.
저는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디자인을 하기 위해 전공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디자인을 할 때 심리학에 대해 얕게나마 학습한 지식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자인에서 사용성에 대한 중요도가 점점 더 커지면서 멘탈모델이나 인지 부하 등 사용자가 하는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에 대한 디자이너의 관심도 커졌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사용성이 뛰어나다는 게 이견이 없다면 심리학 법칙을 알아두는 건 굉장히 비용 효율적입니다.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례들은 이런 법칙을 고려했고, 이건 법칙이 절대적이라기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탐구한 학문인 심리학이 발견한 행동 특성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사용성과 관련한 10가지 심리학 법칙을 알아두면 사용성 테스트를 거쳐 A/B 테스트를 하기 전에, 또는 사용성 이슈가 생겨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솔루션을 고민할 때 유용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 용량은 1년마다 바뀌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에서 얻은 통찰은 시효가 길 수밖에 없습니다. 20년 전에 사용자들이 어려워했던 부분은 오늘 사용자도 어려워할 겁니다.
제이콥 닐슨, 닐슨 노먼 그룹 설립자로 심리학 박사
[사용성이 가진 특성]
- 유용성 –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하는가?
- 유효성 – 하려고 한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가?
- 효율성 – 작업을 수행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합리적인 수준인가?
- 호감도 – 사용자가 이것을 갖고 싶어 하는가?
- 재미 – 사용자가 사용할 때 재미있다고 느끼는가?
- 학습 용이성 – 사용자가 사용방법을 알아볼 수 있는가?
- 기억 용이성 – 사용할 때마다 사용자가 사용법을 다시 익혀야 하는가?
존 야블론스키가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에서 소개한 10가지 법칙을 소개합니다. 책에 나오지 않는 사례를 최근의 사례를 추가해 시의성을 높이고 제 해석을 곁들이겠습니다. 10가지 법칙 모두 사용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1. 제이콥의 법칙
멘탈 모델(mental model)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사용자는 여러 사이트를 이동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따라서 새로운 사이트를 이용할 때에도 이미 알고 있는 다른 사이트들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길 원합니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자신이 익숙한 제품을 통해 유사한 제품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디자인을 할 때 기존의 멘탈 모델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새로운 모델을 학습하지 않아도 되므로 학습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듭니다.
9. 테슬러의 법칙 (Tesler’s law)
테슬러의 법칙은 복잡성 보존의 법칙이라고도 부르는데요. 1980년대 중반 제록스 파크에서 컴퓨터과학자, 레리 테슬러가 인터랙션 디자인 언어를 개발할 때 발견한 법칙입니다. 당시 테슬러는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과 어떻게 인터렉션 하는지가 애플리케이션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데요. 애플리케이션과 인터페이스 양쪽에서 모두 복잡성을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줄여지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죠. 이렇게 남은 복잡성은 줄이는 대상이 아니라 처리해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즉, 테슬러의 법칙은 ‘모든 시스템에는 더 줄일 수 없는 일정 수준의 복잡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5. 포스텔의 법칙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더 이상 없앨 수 없는 복잡성을 사용자가 감당할지, 시스템이 감당할 지에 대한 고민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는 원칙입니다. 내재된 복잡성을 디자인이나 개발 과정에서 처리하면서 사용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테슬러 법칙을 디자인에 적용할 때 적합한 해석입니다.
이메일 보내는 케이스가 대표적입니다. 지메일에서 메일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수신자’는 사용자가 반드시 입력해야 합니다. ‘발신자’는 로그인한 사용자 이메일 주소를 자동으로 입력해서 생략할 수 있지만 ‘수신자’나 ‘제목’, ‘본문’은 사용자 입력 없이 임의로 완성할 수 없죠. 지메일은 스마트 답장 기능으로 이메일을 스캔해서 맥락에 맞는 간단한 답변 몇 가지를 제안하거나 메일 발송 후 사용자에게 30초 이내에 메일 발신을 취소할 수 있는 기능, 첨부파일을 빠뜨렸다고 판단하는 경우 보내기 전에 ‘파일 첨부를 하시겠어요?’라고 묻는 기능 등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10. 도허티 임계
도허티 임계는 상편 마지막에 언급했던 ‘반응속도’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기준이 되는 법칙입니다. 컴퓨터와 사용자가 서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속도는 0.4초인데요. 이 시간 안으로 인터랙션을 완료할 수 있다면 생산성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주의가 분산되지 않도록 피드백을 0.4초 이내에 제공하는 것이 보편타당한 기준으로 볼 수 있죠. 만약 시스템 복잡성으로 인해 0.4초 이내에 제공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 대기 시간은 0.6초라도 0.4초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체감 성능을 높여야 합니다. 정확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로딩, 프로세싱 상황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것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전체를 동시에 보여주는 대신 페이지의 프레임을 먼저 보여주고 이미지, 영상 등 불러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소를 마지막에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미디엄에서는 로딩 시간을 최적화하기 위해 블러 업(blur up) 기법을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큰 이미지를 표시해야 하는 공간에 작은 이미지를 가져와서 로딩한 후 크게 확대하는 방식입니다. 저해상도 이미지를 키우면 픽셀 단위로 깨지고 노이즈가 생기니 가우시안 블러를 활용해 심미성을 유지하는 방식이죠.
인스타그램을 보고 힘들게 찾아간 식당을 나오면서 “여기 다시는 안 올 거야”라고 생각한 적이 있으신가요? 흔히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공간은 사진이라는 수단과 SNS 마케팅을 결합해 스마트폰 화면으로 볼 때 가고 싶은 고객의 욕구를 극대화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경험하기 전에 기대치를 높이거든요. 기대가 크면 실망하는 법이잖아요. 높은 기대치를 갖고 찾아간 장소는 주차도 불편하고, 오래 기다려야 하고, 직원들은 정신이 없고, 가격은 비싼데 양은 적고, 맛은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보면서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라면 “다시는 안 올 거야”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사용성을 고려한 디자인에서 중요한 건 ‘투입한 수고에 비교해서 얻은 가치’입니다. 고생스러울수록 대단한 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가게 앞에서 오픈 전부터 기다렸다 1시간 만에 입장해서 90분 만에 먹은 음식을 생각해보세요.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점과 동일한 맛, 분위기를 기대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평범한 혹은 평균 이하의 능력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어떤 사물을 사용해서 무엇인가 하려고 할 때 사용법을 스스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단 투입한 수고에 비해 얻은 가치가 더 커야 합니다.
스티브 크룩, 사용성 컨설턴트
멘탈 모델이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에 대해, 특히 작동되는 원리나 방식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를 가리킵니다. 모바일앱이든 키오스크든,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 정수기와 같은 디지털부터 물리적 시스템까지 포괄합니다. 시스템 작동 방식에 대한 축적된 경험이 멘탈 모델을 형성하고 이를 새로운 대상과 인터랙션 할 때 사용합니다.
인지 부하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기억 용량처럼 사용자가 인터페이스를 처음 익히고 사용하는데 필요한 정신적 자원의 양을 의미합니다.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너무 많은 앱을 사용하면 배터리는 급격히 줄어들고 처리하는 속도도 느려집니다. 만약 지금 수행하는 작업이 더 많은 기억 용량을 요구하면 뇌는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정보를 지우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인지 편향은 판단에 관여하는 사고나 이성에 발생하는 계통 오차(systematic error)를 가리킵니다.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하기보다는 효율적으로 신속한 결정을 내리게 해주는 일종의 정신적 지름길입니다.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검토하기 위해 모든 정신을 쏟기보다 평소에는 무의식적인 자동 반응에 의존해서 빠르게 처리하고, 꼭 필요할 때에만 시간을 들여 정신적 노동을 하는 거죠. 인지 편향의 한 종류가 기억 편향(memory bias)인데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한 사건을 그렇지 않은 사건보다 더 잘 기억하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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