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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와 태스크

일하는 프로젝트의 층위가 있고 태스크의 층위가 있다.

프로젝트는 정해진 목표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시간을 중심으로 정의된다. 태스크는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매일매일의 과업이다. 예를 들어 “6개월 안에 ‘새로운 시대의 일하기’라는 주제의 책을 출간한다”는 것을 프로젝트이고, 책의 기획서를 쓰고 목차를 짜고 매일매일 글을 써거 원고를 완성하고 탈고하는 것은 태스크다. 하나의 프로젝트에는 늘 여러 태스크가 포함되고 프로젝트 차원에서는 내가 원하는 일이라고 해도 그 프로젝트 안의 모든 태스크가 즐거울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내가 간절히 바라는 프로젝트일수록 그 안에는 반드시 괴롭고 어려운 태스크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이 딱 그런 지경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과거의 그 어떤 일보다도, 프로젝트 차원에서 보자면 내 마음이 원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이 일이 겨냥하는 목표를 향한 마음이 간절하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그 목표에 닿기 위해 수행하는 매일의 업무를 원했던 것은 아니다(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그 프로젝트가 매일의 일상에서 어떤 태스크를 요구할지 미리 구체적으로 알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거니와), 매일이 힘에 부친다는 생각에 일과를 쪼개어 들여다보니 일하는 시간의 9할을 이제껏 내켜 하지 않거나,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왔던 일에 쓰고 있었다. 힘에 부치고 괴롭다는 느낌이 드는 건 당연했다. 이렇게 괴로운 태스크에 9할의 시간을 쓰는데, 그렇다고 목표에 닿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으니 무력감이 몰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자신감이 떨어졌다. 내가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원하는 만큼 태스크는 어렵고 내 능력의 범위를 조금씩 비껴나간다.

제현주, 『일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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