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리서처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과 역할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문제 정의’로 꼽습니다. 문제만 잘 정의하면 솔루션을 찾는 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인데요. 팀 내부에 리서치 조직과 디자인, 라이팅, 프로덕트 기획과 데이터분석, 개발, 브랜딩과 마케팅, CX 운영 등의 편제가 완벽할 때에는 ‘문제 정의’만 잘해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특히 요즘처럼 스타트업 무대에 투자금 흐름이 줄어들었을 때에는 ‘문제 정의’ 이외에 ‘솔루션 탐색’, ‘솔루션 검증’까지 잘해야만 합니다. 최근 투자 유치를 위해 피치덱을 만들고 VC 등 잠재적 투자자들을 만난 스타트업 대표님은 정확히 1년 전과 비교해 기업가치 평가금액이 반토막 났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만큼 지금 어려운 시기입니다.
‘문제 정의’와 더불어 ‘솔루션 탐색’, ‘솔루션 검증’까지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기업이 현재 지향하고 있는 서비스의 방향이나 경쟁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솔루션이 여러 가지라는 말은 거꾸로 말하면,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최선의 선택이란 업의 정의에 기반한 서비스 로드맵 방향과 일치하는지, 시장에서 인지된 서비스의 가치를 강화하는 방향인지, 경쟁 서비스와 비교할 때 비교우위에 있어서 사용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선택이 가능한 방향인지를 다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솔루션을 만들 때마다 쉽게 빠지는 함정은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부담‘과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겠다는 고집‘입니다. 새로운 것이 중요할까요? 유용한 것이 중요할까요? 새롭지 않아도 쓰기에 좋은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모두가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대부분의 서비스는 혁신적이라는 이유로 사용자에게 사랑받기보다 당장 나에게 유용함을 주기 때문에 선택받곤 합니다. 만드는 사람에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내가 사용자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비용이 비싸거나 유지, 관리가 어렵기 마련입니다. 세상에 있던 것을 좀 더 유용하게 바꾸는 쪽이 훨씬 더 빠르고, 당장 필요한 것을 찾는 사용자에게 효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야 합니다.
저와 함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편향을 경계하고, 더 나은 사용자경험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3월 모임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