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에서 발췌한 내용들로 책의 원문을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원제: 나의 운은 타인의 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운 좋은 사람은 따라잡을 수 없기에, 꼬인 실타래처럼 일이 안 풀릴 땐 ‘나는 왜 이리 박복할까?’ 한탄하게 된다. 도대체 운에는 무슨 이치가 있길래 어떤 사람은 매사 승승장구하고, 어떤 사람은 매번 같은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걸까?
일본의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는 50년간 1만 명의 의뢰인의 삶을 분석해 ‘운의 이치’를 파악했다고 해서 찾아 읽은 책이 《운을 읽는 변호사》이다. 쓰토무는 점쟁이나 관상가는 아니지만 자신을 찾아오는 의뢰인들, 예컨대 상속과 이혼 등 분쟁 당사자. 돈을 받아 달라는 채권자나 범죄자, 법망을 피해 교활하게 성공하려는 사람과 자연스레 번창하는 사람의 삶을 관찰하며 행운과 불운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김지수 기자는 오사카에 사는 74세 운의 현자를 인터뷰했다.
Q. 운이란 무엇인가요?
하늘의 사랑과 귀여움을 받는 것입니다. 여기서 하늘이랑 종교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신비한 것이지요.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운이 마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확실해요.
Q. 그동안 만 명 이상 의뢰인의 삶을 지켜본 결과 확실히 운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셨다고요?
맞아요. 재판으로 문제를 해결해도 나중에 비슷한 곤경에 처해 또 찾아와요. 그런 사람은 나쁜 운이 반복되는 거죠. 반대로 법률 자문을 받으러 올 때마다 사업이 잘 되고 나날이 번창하는 운이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Q. 그들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차이는 ‘덕’을 쌓고 있는가 여부지요.
Q. 덕이란 무엇이죠?
가능한 다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남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겁니다. 덕을 쌓지 못한 사람은 작은 상황도 분쟁으로 만들고 빈번하게 소송으로 해결하려 듭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겨도 계속 비슷한 분쟁이 반복될 뿐이에요. 불운을 끊어내지 못하는 거죠.
Q. 다툼으로 먹고사는 변호사인데도, 선생은 소송을 막는 변호사로 유명하십니다.
설사 승소해도 분쟁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변호사 생활 50년의 결론입니다. 경험으로 보면 이긴 사람은 대부분 그 후에 도산하거나 병에 걸리거나 불행해집니다. 분쟁에서 이겨도 진 사람에게 원한을 사기 때문이지요.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을 어떻게 해서든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저승에 가서라도 끌어내리려고 해요. 그러니까 결국 이겨도 운이 좋아질 수가 없는 거예요.
Q. 한편으로 봉사와 헌신을 해도 운이 잘 트이지 않는 사람은 왜 그런가요?
교만 때문이에요. 은연중에 타인의 죄책감을 부추기면 고생해도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일례로 자리보전하고 누운 시어머니를 큰며느리가 10년 넘게 간호해서 유산을 상속받았는데 다른 자식들이 크게 반발했어요. 그저 돈 욕심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며느리에 대한 악감정이 컸어요. 어머니를 잘 모셨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항상 감사하라며 생색을 낸 일은 용서할 수 없다는 거죠. 타인을 위해서 좋은 일을 많이 하는데도 운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의뢰인을 만나 보면 100퍼센트 교만 때문이에요.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는 겸손한 마음을 잊으면 봉사도 헛것입니다.
Q. 도덕적 과실과 운을 연결 지어 말씀하신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도덕적 과실이 운에 치명적인 것은 역시나 타인의 ‘원한’을 사기 때문인가요?
도덕과학(Moralogy)이란 게 있어요. 법학자인 히로이케 치쿠로 선생이 창인한 학문으로, 도덕을 과학적인 영역에서 연구합니다. 도덕과학에서 인간은 살아있는 한 계속 도덕적 과실을 저지른다고 말합니다. 가령 늘 이용하는 철도나 도로도 이를 건설할 때 사고로 생명을 잃은 누군가의 희생 없이 존재할 수 없어요. 도덕과학에서는 이것을 ‘도덕적 부채’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 도덕적 부채를 깨닫지 못하고 평소에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부족하면 타인에게 작은 피해를 입어도 못 참고 달려들어요. 이웃의 상한 감정은 언젠가는 불운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요.
Q. 조직에 운을 쌓으려면 유능한 사람보다 믿음이 가는 사람을 채용하라고 했는데, 단기적인 성장 효과를 신봉하는 한국의 조직에서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일본에서는 어떤가요?
유능함만 따지는 사장이라면 시장에서도 손익만 따지겠지요. 손익만 따지는 회사는 고객의 마음을 얻기 힘들어요. 일본도 성장 위주의 경제활동을 강요한 지 오래되었지만, 그 부작용이 오늘날 여실히 나타나고 있어요.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마음을 얻지 못하면 즉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를 얻지 못하면 정치로 세상을 바꿀 기회를 얻지 못해요. 유능한 사람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조직의 운을 바꿔 줍니다.
Q. 회사나 집안의 운을 짧은 기간에 바꿀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구성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세요. 기업을 운영하는 내 지인은 사원이 제안하거나 말을 걸어오면 어떤 내용이든 평가하지 않고 “좋네요”라고 긍정한답니다. 실현 가능성이 없어도 일단 믿고 반응해 주니, 젊은 직원들이 늘 적극적이고 결국 알아서 해결책을 찾아간다더군요. 그 회사는 정말 잘 운영되고 있어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야구선수들이 캐치볼 훈련을 하듯이, 서로의 말을 듣고 “아 그래? 그랬구나”라고 되받아 주기만 해도 상대는 말을 이어갈 수 있어요. 아내가 “꽃구경 다녀왔어” 하는데 “한가해서 좋겠다”라고 딴소리를 하면 다툼이 생기겠죠.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먼저 들어주고 긍정하면 절로 성장합니다. 한마디로 귀로 운을 트는 거죠.
Q. 개인이 자기 운을 개선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입니까?
운이 방향을 틀려면 운 좋은 사람, 타인의 행복을 생각하는 사람을 가까이해야 합니다. 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끼리끼리 모입니다. 서로 끌어당기는 법칙이라고 할까요. 제가 예전에 소매치기 한 명을 변호하게 되었는데, 그 의뢰인 주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소매치기 전문 변호사처럼 되어 버린 적이 있습니다. 소매치기 주변에 소매치기들이 모여 있었던 거죠. 그 뒤로 변호 일을 사양하게 되었어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입니다.
Q. 좋은 운을 유지하기 위해 선생은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하고 있습니까?
운은 인연에서 옵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면 큰 목소리로 인사합니다. 연말엔 꼭 자필로 연하장을 써요. 지금도 매년 2만 장씩 쓰고 있어요. 그리고 생명의 전화 상담원으로 10년째 근무하며 연간 1만 명을 상담하고 있습니다. 내 나이 74세지만, 양로원의 경청 봉사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100만큼 일하면 보수로 80을 받고 20을 타인에게 돌려줍니다. 잠자리에 들 때는 늘 나한테 베풀어 준 은인을 생각해요.
Q. 중년 세대에 비해 지금 한국의 청년 세대는 나아질 희망이 없으니 ‘운이 없다’라고 체념하곤 합니다. 장기 불황에 직업도 구하기 어려우니까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운은 조건으로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신비롭고 막연한 것도 아니에요. 나의 운은 항상 남의 운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서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마음을 지니면 예외 없이 좋은 운이 들어옵니다. 무엇보다 도덕적 과실을 깨닫고 사세요. ‘남들 다 하니 괜찮아’라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도덕적 잣대를 갖고 살아야 불은을 피할 수 있어요. 따지고 보면 불운만 피해도 얼마나 감사한 인생인지요!
[ 큐레이터의 문장 🎒]
대학원에 다닐 때였다. 쉬는 시간,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려는데 앞에 있는 동기가 물을 마시려다 말고 그냥 돌아서서 다시 강의실로 돌아가려고 했다. “물 안 마셔요?”라고 하니 “종이컵이 하나밖에 없어서요”라며 자기는 괜찮으니 나보고 마시라고 했다. 나는 종이컵을 구해서 마실테니 마시라고 했지만, 목이 별로 마르지 않다며 결사코 내게 양보했다. 어떤 사람은 슈퍼에서 물건을 살 때 일부러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을 구매한다. 슈퍼를 찾는 다른 사람들이 넉넉한 유통기한을 가진 상품을 구매하도록 양보한다. 운이 하늘의 귀여움이라면, 귀여움을 받는 사람은 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