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소식을 몰라 아득히 고니처럼 목을 빼고 남녘을 바라보는데,
이하응 (1820~1989) 본관은 전주, 봉호는 흥선대원군
버들잎 같은 종이가 눈앞에 너울거리며 도착하니
고기뱃속에 들어갔던 편지와 다름없습니다.
편지를 통해 흉년에 큰 탈없이 일상생활이 좋으심을 알았습니다.
지금 저는 늙어서 70세가 되어가지만,
날마다 그런대로 먹고 자고 있습니다.
집안의 위아래 노약자들은 모두 평안합니다.
다만, 승지의 나이가 삼십이 되어 녹봉을 받을 기약이 없으니
바로 그 집안의 혈연이 부족한 때문입니다.
이는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가 심사만 낭비한 격입니다.
먹을 갈고 종이를 펴니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편지로는 다 할 수 없습니다.
아득한 나머지 사연은 말 없는 가운데 있습니다.
그대가 걱정하지 않아도 나는 실로 태평하여
기운과 마음을 평안히 하고 있으니 흡사 평지의 신선처럼 지냅니다.
김진묵이 고을의 업무에 내려오기를 기다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등불 아래 심지를 돋우니, 눈은 뻑뻑하고 손은 뻣뻣하여 이만 줄입니다.
안심하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시기 바라며,
‘웃을 소’ 부적을 지니시어 내 마음을 위로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