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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3개인 사람

직업이 3개인 이야기 가공자, ‘이슬아’님의 이야기.
월 1만원을 내고 유료 구독하는 <일간 이슬아>의 발행인의 이야기.
새로운 일을 시작한 이유와 그 과정에서 겪고 있는 고민을 문답으로 살핍니다.

🗂 직업 1. <일간 이슬아>를 발행하는 작가, 발행인
🗂 직업 2. 헤엄출판사 대표
🗂 직업 3. 글쓰기 교사


Q. 이메일이라는 방식으로 〈일간 이슬아〉를 시작할 때 했던 결심이 궁금하다.

‘부업을 하나 늘려 보자’ 정도의 다짐이었다. 당시에는 수입이 조금이라도 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메일로 수필이나 단편 소설이 연재된 선례가 없어서 ‘해보면 어떨까’ 하며 낮은 기대치로 시작했다. 50명 정도만 구독해도 월 50만 원의 추가 수입이 생기는 건데, 당시 나에게는 큰 돈이었다.

Q. 가족, 애인, 친구의 이야기나 자기 얘기가 담긴 솔직한 글을 써내는 것 같다.

솔직함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어떤 글이 솔직하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솔직함은 되게 무책임하고, 날 것의 비린내가 난다. 비호감일 정도로 솔직한 경우도 있다. 나의 글이 별로 솔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허구여도 진실 쪽을 가리키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재조합하고 변형해서 말하고 싶은 진실은 솔직함과는 거리가 멀다. 숙련된 이야기 가공자를 추구해 왔고, 솔직한 일기는 한번도 쓴 적이 없다.

Q. 사실에 허구가 가미된 팩션(faction)으로 〈일간 이슬아〉를 정의하고 있다.

〈일간 이슬아〉에 실리는 글은 인터뷰, 서평, ‘이야기’, ‘풍문’, 그리고 주변인의 글을 소개하는 ‘친구’의 다섯 개 코너로 나뉜다. 수필은 이야기 코너에, 상상력으로 창작된 소설은 풍문 코너에 담긴다. 얼마만큼이 사실이고 또 허구인지 자주 질문을 받는데, 그럴 때마다 ‘왜 글 자체로 읽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허구의 인물은 이야기 속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물론 〈어색해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에 나오는 헬스 트레이너는 내가 겪은 여러 남성 트레이너들의 총합이고, 〈수줍은 희는 어디에〉의 ‘희’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를 굉장히 닮았다. 하지만 사실이 무엇인지 공개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책 속의 문장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Q. 매일매일 꾸준히 글을 펴내는 ‘기복 없음’의 비결이 있다면?

내 글을 차분히 기다려주는 사람들 덕분에 지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다. 연재 초반에는 돈이 아쉬웠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창간호 포스터에 쓴 것처럼 첫해는 2500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만 했다. 두 번째 해는 월세 탈출을 목표로 열심히 했다. 세를 내는 일이 너무 힘들어 전세가 평생 숙원이었다.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아서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안정적인 정서가 꾸준한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진다. 별로 우울하지 않고, 그렇게 즐겁지도 않다. 항상 ‘조(躁)’도 ‘울(鬱)’도 없는 상태다. 기복을 조절하는 방법은 꾸준한 운동이다. 마음은 몸에 담긴다. 몸이 일정한 컨디션이면 마음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요가와 달리기를 주로 한다. 꾸준히 일하고 싶어서 운동을 꾸준히 한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기복을 조절하는 방법은 꾸준한 운동이다.”
“마음은 몸에 담긴다. 몸이 일정한 컨디션이면 마음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요가와 달리기를 주로 한다. 꾸준히 일하고 싶어서 운동을 꾸준히 한다.”

[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 📮 ]

➊ 이슬아, 《일간 이슬아》 창간호 포스터
➋ 타일러 라쉬, 《두 번째 지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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