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면 피곤합니다. 그냥 넘어갈 만한 것도 한번 더 들여다보고, 계속 신경을 쓰니까요. 정확히 표현하자면 “신경이 쓰이는 겁니다”. 그냥 넘어가고 싶은데 자꾸 눈에 보이고 다른 것에 집중하기 어려운 거죠. 정말 중요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천장에 전구 20개가 있는데 그중에 1개가 깜빡이면서 희미해졌어요. 19개의 전구로 책을 읽거나 일을 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깜빡이다가 희미해진 전구가 신경 쓰여서 일을 하는데 자꾸 전구 생각이 나는 겁니다. 밥 먹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전구를 교체해야 속이 시원하죠.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이런 제 자신이 가끔은 스스로 피곤하면서도 좋기도 합니다. 예민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려고 노력도 하고요. 덕분에 저희 집 전구는 항상 밝게 빛을 냅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저스틴 크루터(Justin Kruger)의 이름을 딴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urger effect)라는 게 있어요. 무능한 사람은 자신의 유능함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의 수행과 바람직한 수행 사이의 차이를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첫 논문의 제목이 ‘미숙함과 그것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무능한 사람들이 자신의 수행을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술, 즉 ‘상위 인지’를 정밀하게 다듬는 법을 배우면 능력을 향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혔죠. 이러한 결과를 얻은 연구들 가운데 학생들에게 수행평가를 한 실험이 있습니다.
첫 번째 실험의 결과는 가장 무능한 학생이 자신의 수행에 대해 가장 모른다는 예상을 입증했습니다. 평균 점수가 하위 12%에 해당했던 학생은 자신의 논리적 추론 능력이 상위 32% 안에 든다고 생각했거든요.
두 번째 실험에서는 테스트 후 다른 학생들의 답과 자신의 답을 보고 자신이 올바르게 대답한 문제가 몇 개인지 다시 평가하게 했습니다. 수행 성적이 하위 25%에 해당했던 학생들은 더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서도 자신의 수행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실패했죠. 심지어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기존의 과대평가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수행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판단력을 향상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지 조사했습니다. 학생들은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문제로 테스트를 받은 뒤 자신의 논리적 추론 능력과 수행 순위를 평가하게 했습니다. 이번에도 하위 25%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수행을 아주 높이 평가했어요. 그런 다음, 절반의 학생들은 10분짜리 논리 훈련(삼단 논법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법)을 받고, 나머지 반은 상관이 없는 과제를 받았죠. 그 후 모든 학생들이 테스트에서 자신의 수행이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할지 다시 한번 평가했습니다. 그러자 하위 25% 학생 중 논리 훈련을 받은 학생은 정답을 쓴 문제의 수와 자신의 수행 성적 순위에 대해 더 정확하게 평가했습니다. 하위 25% 학생 중 논리 훈련을 받지 않은 학생들은 자신의 수행이 훌륭했다는 잘못된 확신을 계속 유지했어요.
왜 무능한 사람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미숙함을 배우지 못할까요? 더닝과 크루거에 따르면 몇 가지 이론으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들은 나쁜 소식을 전하고 싶어 하지 않으므로 일상생활에서 기술과 능력에 대해 타인에게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또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더라도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뒤따라야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요소가 제대로 들어맞아야 하지만 실패는 얼마든지 외부로 그 원인을 탓할 수 있죠. 우리는 많은 경우 도구를 탓합니다. 정작 탓할 것은 손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결과적으로 나아지려면, 성장하려면 예민함이 효과적인 무기가 됩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겁니다. 진단이 없으면 처방도 불가능하죠. 아픈데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호전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예민한 사람은 피곤하지만 다행히 더 나아지기 쉬운 거죠.
Source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