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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와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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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색 버스에 가방을 메고 탑니다.

   살다 보면 모든 일에 변곡점이 찾아온다. 시대적 소명일 수도 있고 개인적 변화일 수도 있다. 변곡점의 세찬 파동이 인생을 드높게 쏘아올릴지, 바닥으로 처박을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이라는 함수의 변곡을 예감하고, 그 파고에 기꺼이 몸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수평 그래프로 사는 삶이 평온한 것 같지만 어쩌면 그런 삶은 삐 소리와 함께 벌써 생의 종지부를 찍은 상태인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것은 고유의 파동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변곡점을 생각하면 영화 <라라랜드>가 떠오른다. 특히 이별 이후, 재즈바에서 우연히 미아를 조우한 세바스찬의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파노라마는 압권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세바스찬과 미아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장면은 그저 두 사람 사이의 엇갈린 운명을 아쉬워하는 관객을 달래주기 위한 별책부록 같은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별볼일없는 재즈피아니스트와 배우지망생이었던 두 사람이 LA의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무감하게 욕만 해대고 스쳐갈 수 있었음에도 기어코 서로를 발견해낸 것, 각자의 존재 자체가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임을 알아보고 서로에게 치열하게 집중한 것, 고달픈 일상과 불투명한 미래를 잊어버리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서로를 고무시킨 것. 이 지점에서 두 사람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그 이후 흘러간 둘의 삶은 부연설명이고 아름다운 후일담일 뿐이다.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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