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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인출해야 일을 잘할 수 있습니다

핸디 뢰디거가 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인지심리학에서 연구한 성과 중 학습방법에 대해 요약한 책인데 창의력과 피드백에 관한 내용에 밑줄을 치면서 읽었습니다. 제가 밑줄 친 부분을 보고 학습방법, 교수법, 인지심리에 대해 관심이 생긴 분들은 책을 한번 읽어보셔도 좋겠어요. 제가 매달 보내는 뉴스레터, 3월 TREND REPORT에서도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1️⃣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사적인 행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꾸준히 떠올리고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급박한 상황에 놓인 자동차 경주 선수나 태클을 피하는 쿼터백처럼, 생각하기 전에 반사적으로 행동하려면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정확한 행동을 해야 합니다.
2️⃣ 많은 경우 '암기'와 '시험'에 대해서 창의적인 생각을 방해하는 고리타분한 방법이라고 치부해왔지만 실험 결과는 '암기를 무시하면 안 된다'를 설명합니다. 획일화된 평가 방법으로서의 시험은 부작용이 있고, '단순 잣대'로서 많은 사람이 불만을 느끼지만 기본적인 지식 습득은 창의적 사고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시험 효과'라 부르는데 1917년부터 학계에서 수 차례 연구를 통해 시험을 통한 학습 효과와 성취도를 증명했습니다.
3️⃣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것을 상기하는 연습을 계속하면 기억이 강화된다"라고 말했고 프랜시스 베이컨,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도 이 현상에 대해 거론했죠. 단순히 원본을 반복해서 학습할 때보다 인출 연습(배운 것을 써먹는)이 훨씬 탄탄한 학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실증적 연구로 증명했습니다. 이를 인출-연습 효과, 또는 시험 효과라고 말합니다.
4️⃣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한 지식이 풍부할수록 낯선 문제를 다루는 데 창의력이 더욱 섬세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기본적인 지식 습득과 창의적 사고의 계발을 둘 다 해야만 창의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만 있는 경우, 반사적인 행동으로 긴박한 상황에서 발휘될 수 없는 모래성 지식에 불과하죠.
5️⃣ 시험을 볼 때 학습한 것이 뇌에서 인출되는데, 이때 기억에 매듭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런 매듭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만들 때 망각의 속도와 망각의 비율이 줄어듭니다. 결국 학습의 본질은 '망각을 방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기 때문인데요.
6️⃣ 인출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려면 생각 없이 그냥 쓰고 외우는 데 그치지 말고 어느 정도 인지적 노력을 들여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회상해야 합니다. 회상을 반복하면 기억이 단단한 개념으로 뇌에 통합되기 쉬우며 나중에 그 지식이 인출되는 신경 회로가 강화되고 크게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7️⃣ 시험을 반복해서 보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학생들은 60개 구체적인 사물 이름이 언급되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야기를 듣고 바로 시험을 본 학생들은 첫 시험에서 사물의 53%를 기억해냈습니다. 일주일 후에는 39%를 기억했죠. 반면 같은 자료를 배우고 일주일 동안 시험을 보지 않은 학생들은 28%를 기억했습니다. 한 번의 시험이 일주일 후 11%만큼 망각을 방해했죠. 시험을 세 번 본 다른 집단은 일주일 후에 53%를 기억했습니다. 시험을 세 번 본 집단은 한 번 본 집단에 '망각에 면역력이 생긴' 셈이죠. 
8️⃣ 여러 번의 인출 연습을 하면 한 번의 인출 연습에 비해 더 나은 성과를 거두고, 연습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을 때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건 심리학에서 말하는 '생성 효과' 때문인데 시간적 간격을 두고 회상하려는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억이 공고해지기 때문입니다. 
9️⃣ 피드백에서도 이 효과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좋은 피드백은 반드시 빠르게 주는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인데요. 즉각적인 피드백보다 지연된 피드백이 장기적인 학습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불편한 상황에서 피드백을 습득하는 것이 수용성이 높기 때문이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은 자전거의 보조바퀴와 비슷한 것이라 상대 피드백에 의존하게 됩니다.
🔟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교훈이 있을까요? 담임선생님도 없고, 더 이상 학생도 아닌데 시험을 볼 수 있을까요? 스스로 회상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반추는 그 자체로 연습이죠. 내가 어떻게 했는지 떠올리고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나의 행동을 인출하고, 이것을 새로운 경험과 연결하고, 다음에 시도해볼 다른 방식을 시각화하고 머릿속에서 연습해보는 것. 시험공부를 하듯이 일을 해볼 수 있습니다. 배운 것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다음에 다시 해보고, 또 공유하고 그렇게 해보는게 일을 하는 사람이 해볼 수 있는 인출이자 학습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