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광역버스에 백팩을 메고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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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안 해도 될 일을 하는 사람

금일 Intro는 ‘그릇‘입니다.

지금 생각하시는 그 단어가 맞습니다. ‘그릇’.
그릇은 물리적으로 음식이나 물건 따위를 담는 기구를 일컫습니다.
동시에 어떤 일을 해 나갈 만한 능력이나 도량 또는 그런 능력이나 도량을 가진 사람을 가르키지요.

그릇이 크다.
그 사람이 그런 일을 할 그릇이나 됩니까?
그릇은 1447년, 세종임금이 지은 <월인천강지곡>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순한글입니다.

그릇이 큰 사람은 선천적으로 정해지는지, 후천적으로 발달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둘 다 영향을 줄 겁니다. 타고나는 기질과 학습과 경험에 의해 발달하는 성격이 조합되어 개인의 ‘그릇’을 정하겠죠. 분명한 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비즈니스에도 그릇이 있습니다

기업가의 그릇은 회사의 비전이기도 하지요.

일본 ANA 항공을 이용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ANA는 매월 통신료와 항공편 이용실적에 따른 마일리지 적립에 특화된 알뜰폰(MVNO) 전용 스마트폰을 출시했습니다. 이 상품에 가입한 후 2년 동안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34,400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습니다. 외환크로스마일과 같은 제휴카드를 쓰지 않고도 말이죠.

항공사가 통신사가 되어 스마트폰 요금제를 만든다는 것. 국적기에 대한 선호와 별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배짱입니다. 마일리지 적립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를 항공사가 직접 서비스 오퍼링하기로 결정했다니, 그릇이 큽니다.

제가 Daily Report에서 꼭 한번 다루고 싶었던 인물이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입니다. 블랙베리를 다루면서 몇번 언급한 바 있는데요. 2009년 1월 20일부터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그는 기존의 대통령들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와이 출신인 그는 아프리카계로는 최초의 44대,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당선자입니다.
2008년과 2012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자, 200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하죠.

그의 이름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인데요. 버락은 “신의 축복을 받은 자”라는 뜻의 스와힐리어입니다. 후세인은 이슬람 신자였던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른 것입니다. 오바마는 케냐 루오족의 남자 이름으로 케냐 경제학자 출신의 아버지를 두었으나,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습니다. 부모가 이혼하고 자신에 대한 인종차별을 청소년기에 겪으면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오바마는 고등학교 때 마약을 하기도 했죠.

그릇이 큰 사람은 숨기지 않습니다

정치인이 된 이후 그의 발목을 잡을 뻔 했는데 인정했습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마약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는 정직한 정치인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었죠. 현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와 비교가 됩니다.

일대기에 대한 것은 구글이 더 잘 말해줄테니,
저는 사람의 그릇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연설을 잘합니다.
연설을 잘 한다는게 그릇이 크다는걸까요?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던 그였습니다.
최고로 꼽히는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해서 상위 10%, 우수한 성적으로 법무박사 학위를 취득했죠.
1997년부터는 일리노이주 의회에서 상원의원으로 활동했고, 시카고대학교 로스쿨대학에서 강의도 했죠.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잘하는 이유

그는 책을 많이 읽기로 유명했고,
유례없이 꾸준히 글을 쓰는 대통령이었습니다.
테크문화잡지의 객원에디터이기도 하죠.

2016년 10월 8일, 이코노미스트에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죠.
이민이나 무역, 기술혁신이 미국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일이 지난 날, Wired를 통해 AI가 가져올 변화를 예측했습니다.
테크문화잡지 Wired의 객원편집인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참여한 결과물이 공개된 것이죠.
칼럼을 통해 실직이나 소득감소, 소득의 불균형에 대비해 국민 기본소득 보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빌 클린턴이 추진했으나 실패했던, 미국의료보험 제도를 개혁하는데 몰입했던 그의 정치적 행보와 맥을 같이 합니다.

좀 더 일찍,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에 미국 의학저널에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고, 앞으로도 당분간 찾아보기 어려울 듯 싶습니다.
그는 미 의학협회 저널(JAMA)에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미국의료보험 제도 개혁안을 평가하는 논문을 실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논문 조회수가 무려 1,475,683건입니다.
그는 언제 논문을 썼을까요? 안 해도 될 일을 그는 왜 한 걸까요?
아,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대통령의 본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의 외교정책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불철주야 세계를 누비죠.

굳이 자신이 안 해도 될 일을 하는 사람

뉴욕타임즈는 ‘Obama After Dark‘라고 소개했습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며. 부시 전 대통령은 10시에 잠에 들었지만 오바마는 새벽 1시에 잠을 잡니다. 개인서재에 들어가 5시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죠. 술은 안하고, 아몬드만 7알. 물과 먹습니다.

Frontier란 그릇이 큰 사람을 가르키는 말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Frontier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소프트뱅크가 100조원 규모의 글로벌테크펀드를 만들 예정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Uber에도 4조 2천억을 투자한 바 있는데요.
놀랍습니다. 소프트뱅크는 향후 5년간 25조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저는 한국인이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전 2차 토론이 진행됐는데, 트럼프와 빌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이슈였습니다.
두 후보가 헐뜯는 모습을 두고보던 청중들. 마지막 질문이 인상적입니다.

“상대방의 장점을 한가지 칭찬한다면?”

분명 사람의 그릇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