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서 발행하는 readITzine #7에 실린 글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개발자, 오치문 님이 작성한 글인데 13년 차 개발자의 마음에 13년 차 UX 리서처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일을 하면서 주니어, 중니어, 시니어 시기를 거칠 때마다 ‘일하는 마음’에 변화가 생깁니다. 설레는 마음에서 성장하는 마음을 거쳐, 이제는 멀리 가는 마음과 오래 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이 마음도 변할 수 있다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혼자 일하는 것이 만드는 성과보다 팀으로 만드는 임팩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깨에 힘을 좀 빼고 일해도 된다는 주문도 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13년 차 개발자입니다. ‘개발하는 마음’이라는 주제를 보고 잠시 생각해 보니, 경력 시기 별로 느꼈던 감정들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 마음들을 돌아보며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시작은 설레는 마음으로
저는 대학 입학 전까지 컴맹이었습니다. 컴퓨터 공학과가 있는 학부에 지원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접하게 되었어요. 첫 학기를 어리바리하게 보내던 중 뒤쳐지는 자신이 싫어서 독학을 시작했고, 하다 보니 재미가 붙었습니다. 게임 제작 동아리 활동과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참여 같은 활동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대학 시절에 이런저런 곳에서 알바를 참 많이 했는데요. 대학교 4학년 때 프로그래밍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내 전공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것이 너무 뿌듯해서 개발자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게 아닌가 싶어요.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 설레던 마음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정수기 앞에서 커피를 타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차하던 한 개발자의 모습이요. 그렇게 저의 개발자 인생의 시작은 설렘이었습니다.
성장하는 마음으로 보낸 “중니어” 시절
주니어와 시니어 사이를 “중니어”라고 한다죠? 제가 첫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한 시점부터가 이 시기의 시작인 것 같아요. 이 시기를 생각해두면 꽤나 바쁘게 살았습니다. 업무도 많고, 장애도 자주 터졌고, 여러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업무뿐만 아니라 개발자 커뮤니티 활동에도 관심을 가졌고, 온오프라인 행사에도 참여했어요.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나?”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 같습니다. 그리고 성장을 통해 인정받기를 원했던 것 같아요.
당시 유닛장님이 직접 코드 리뷰를 해주신 것,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스터디를 진행한 것,
코딩 테스트를 주관하는 부서에 참여해서 활동한 것,
새로운 리더와 함께 일하며, 일하는 방식부터 기술적인 부분까지 리더로부터 많이 배운 것.
이런 일들이 떠오르네요.
성장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부족함으로 인해 좌절도 많이 했고, 일을 하다가 사람 사이에 갈등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들이 성장의 밑거름처럼 느껴지지만요.
이제는 멀리 가는 마음으로
현재 저는 테크 리드로서 한 조직을 리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화, 플랫폼화, 기술 부채 해결, 깨끗한 코드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답니다. 저는 지금 신경 쓰고 있는 키워드들이 멀리 가는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자동화를 통해 반복되는 업무에 투자되는 시간을 줄여 새롭고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고, 플랫폼화를 잘해두면 이후에 비슷한 요구도 빠르게 수용할 수 있습니다. 기술 부채를 해결하면 안정성을 높일 수 있죠. 코드를 깨끗하게 유지해두면 동료에게 도움이 되고, 기능 추가도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데 발목을 잡히지 않게 만드는 일들이죠.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제 저는 “멀리 가기 위해서”라고 답하겠습니다.
시기를 관통하는 즐거움
시기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그 모든 시기를 관통하는 마음을 바로 “즐거움”입니다.
아름다운 코드를 만들 때,
내 생각대로 모든 게 동작할 때,
문제를 해결하다 깨달음을 얻을 때,
결국 수수께끼가 모두 풀릴 때.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즐거움과 짜릿함을 동시에 느낍니다.
밥을 먹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생각할 때가 많아요. 이런 즐거움이야말로 개발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Source: 『readITzine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