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개발, 이직을 하는 데에는 자기만의 이유가 있지만, ‘몸 값 올리기’는 많은 경우 의사결정을 하는데 핵심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제가 『이직의 조건, 4Cs』에서 말씀드렸던 4가지 C 중에서 Compensation(보상)을 제외하면 다른 요인은 경험하기 전까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Colleague(동료), Chance(성장 기회), Culture(조직 문화)는 텍스트로 보는 것과 경험한 이후에 차이가 클 수 있고 저는 이 차이를 체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텍스트를 보고 전과 후에 차이가 없는 유일한 요인은 ‘보상’, 즉 ‘연봉’ 또는 ‘몸 값’입니다.
2013년 김창준 님은 ‘몸 값 안 올리기’라는 이름으로 피고용인을 대상으로 50분 동안 강연을 하셨어요. 제목은 사실 좀 과장된 표현이고 다른 시각을 가져보자는 의도로 비틀어 본 것인데 ‘몸 값 올리기’에 대한 다른 시각을 살펴보기에 좋은 글이라 소개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몸 값을 올려서 달성하려는 목적이 ‘행복’이라면 이직을 통한 행복감은 금세 사라져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겁니다.
1️⃣ 사람들은 왜 몸 값을 올리려고 할까요?
대부분 성공하려고 혹은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답할 겁니다. 경력 연구(Career Research)라고 하는 연구 분야에서는 경력 성공을 두 가지로 나누어 봅니다. 객관적 경력 성공과 주관적 경력 성공이 그것입니다. 전자는 말 그대로 당사자의 의견에 상관없이 평가할 수 있는 성공입니다. 통상 연구에서는 임금과 조직 내 직위를 변수로 삼습니다. 정량적이죠. 임금이 높아지고 직위가 올라가면 객관적으로 더 성공한 겁니다. 간단하죠. 주관적 경력 성공은 개인의 주관적 평가가 들어갑니다. 개인이 심리적으로 성공했다고 느끼는가, 혹은 직무에서 얼마나 만족하냐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몸 값을 올리는 부분은 객관적 경력 성공과 직결되어 있겠죠. 그럼 주관적 경력 성공은 어떨까요? 이 부분에 대한 답은 잠시 미뤄두죠.
잠깐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죠. 몸 값과 행복의 관계는 어떨까요? 몸 값과 행복의 관계는 어떨까요? 연구에 따르면 몸 값이 올라갈수록 행복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으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고(연구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나 임금으로 행복의 차이의 약 5% 이내만 설명할 수 있음), 그 행복 증가 정도가 점차 줄어든다는 일종의 한계 효용 체감 법칙이 적용됩니다. 즉, 수입이 월 백만원인 사람에게 백만 원 느는 것과 월 천만원인 사람에게 백만 원 느는 것은 다르다는 거죠. 그래서 수입을 로그로 변환해서(즉 원래 수입에서 몇 배 늘었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연구자들도 있죠(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몸 값이 일정 숫자 이상 오르면 더 이상 행복이 유의미하게 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연구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5만 불에서 7.5만 불 사이로 볼 수 있습니다. 단 주의할 부분은 어떤 종류의 행복이 오르지 않느냐는 것인데, 이 부분은 좀 더 후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그리고 몸 값과 행복의 관계는 개인 간에서보다 국가 간 비교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을 받은 카네만 교수는 사람들이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돈 외에도 (혹은 돈보다도 더) 행복에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연구가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관계입니다. 예컨대 하버드 대학 공공정책 대학원의 로버트 퍼트남 교수는 좋은 결혼 생활이 임금이 네 배로 오르는 것에 상응하는 행복 증가를 가져다줄 수 있고, 좋은 친구를 사귀면 급여가 세 배 오르는 효과가 있으며, 동아리에 소속되면 급여가 두 배 오르는 효과, 심지어 일 년에 소풍을 세 번 가는 것으로도 급여가 10%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2️⃣ 객관적 성공뿐만 아니라 주관적 성공이 가져오는 행복을 인식하세요
객관적 경력 성공에 한계가 있습니다. 약 7년 경력 이후에는 객관적 성공 속도가 둔화되기 시작합니다(curvilinear). 아무래도 피라미드 위로 갈수록 더 좁아지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초기에 빨리 오른 사람(직위 건 임금이건)일수록 후기에 둔화가 더 심합니다. 빨리 출세한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거죠.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객관적 성공과 주관적 성공의 관계입니다. 1400명 가까운 전문직 종사자의 종단 연구를 통해, 객관적 성공이 주관적 성공에 영향을 별로 미치지 못하더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주관적 성공은 차후 객관적 성공에 영향을 미칩니다. 쉽게 말하자면 몸 값이 오르거나 직위가 오른다고 해서 내가 주관적으로 직무에 얼마나 만족하냐가 높아지지 않지만(그러나 다른 사람과 상대 비교해서 내가 더 성공적이라고 하는 주관적 평가는 높아짐 -- 그러나 이런 요소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삶에서 불행감을 더 느낀다는 연구가 있음), 반대로 내가 주관적으로 직무에 얼마나 만족하냐가 차후에 내 임금이나 직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주관적 성공, 즉 현재의 만족감, 행복감이 객관적 성공, 즉 임금이나 직위에 선행한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있습니다. 긍정 심리학의 권위자인 류보머스키의 메타 분석은 225개 연구를 종합 분석했습니다. 거기에 따르면 더 만족하고 행복한 사람이 31% 더 생산적이고, 37% 매출이 높고, 창의성이 3배 높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돈 벌어서 행복해져야지 전략보다 행복해져서 돈 벌어야지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성공한 개발자와 행복한 개발자"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이 주제로 나온 Happiness Advantage라는 책도 일독을 권합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몸 값을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다들 인정하시겠지만 몸 값을 올리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회사 옮기기"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인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의 연구들이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회사를 옮길 때에 몸 값에 집중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변수를 무시하게 된다고 합니다(앞서 이야기한 "성공에는 대가가 따르지" 같은 주문과 비슷해 보이죠). 예컨대 옮겨갈 조직의 문화 같은 것이죠. 그러면 옮겨서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내기가 더 어려워지고(사실 문화가 퍼포먼스를 좌우하는 부분이 매우 큽니다), 새 직장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지기 쉽습니다. 그러면 통상 그쪽 회사의 기대는 큰데(돈을 올려줬을 것이므로) 퍼포먼스가 기대보다 못하니 그 회사는 실망을 하겠죠. 게다가 동료나 상사, 부하 등의 사기가 떨어지는 효과도 관찰되었습니다. 나보다 돈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일을 잘 못하니 그럴 만도 하죠. 그러면 자신은 더 압박을 받고, 위축되고, 주변의 도움도 못 받고, 결과적으로 퍼포먼스가 더 떨어집니다. 그러면 그때 또 다른 이직을 알아보려고 할 수도 있겠죠.
3️⃣ 행복하게 몸 값 올리는 3가지 방법
이직이 아니더라도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방법을 먼저 시도해볼 수 있죠. 예를 들어 감사일기를 쓰거나, 남을 도와주는 일, 감사함을 표현하는 일 등은 이미 실험에서 행복감을 높여주는 행동으로 검증된 바 있습니다. 구호단체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평소처럼 일을 하되 동료에게 커피 한잔을 건네며 "많이 힘드시죠. 요즘 계속 일이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도 남을 도와주기에 해당합니다. 이렇게만 해도 행복감이 증가합니다.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을 수 있죠. 그럴 때 잡 크래프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잡 크래프팅은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지시받은 일)를 재설계하는 겁니다. 직장에서 받은 권한과 책임 내에서 살펴보면 자유도가 있기 때문에 재설계가 가능하고 업무의 범위를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작업, 관계, 인지 3가지 측면에서 크래프팅 할 수 있습니다.
이직을 할 때에는 경험하기 전까지 완벽히 알기는 어렵더라도 재직자나 재직했던 사람으로부터 조직문화, 기회, 동료 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신뢰하는 동료와 함께 이직을 하거나, 이직 후에 동료를 채용하는 것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Source: 애자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