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챗‘을 좋아합니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서로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비교적 편안하게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는 마음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나의 경험을 타인에게 공유하는 건 조심스럽고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니 이걸 지속하려면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타인의 시행착오를 줄이길 바라는 선의도 있어야 합니다. 커피챗 후에는 ‘리뷰’ 등을 통해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 내용이나 관점의 확장, 상대방의 준비와 선의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면서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반복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죠.
적어도 ‘커피챗’은 한국에서 플랫폼으로 이 기능을 적절하게 수행했습니다. 과거 커피챗 창업자 2분과 판교 인근 제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며 서비스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2분이 일을 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진로를 고민할 때 커피챗을 하려고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이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다는 말씀은 사용자로서의 고민에서 제품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몇 가지 개선할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현직자와 취업준비생, 이직하려는 사람, 리서치가 필요한 사람들이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도 정보를 공유하며 미지의 세계로만 생각했던 곳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렇게 오늘의 마지막 커피챗까지 총 114회의 커피챗을 했습니다.
어떤 분께서는 학교를 다니면서 저와 커피챗을 시작해서 취업을 한 후, 회사에서의 고민과 이직할 때의 고민까지 함께 나누며 총 9번 커피챗을 했습니다. 어떤 분은 커피챗을 통해 저와 연결되고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의 멤버로 관계를 확장하고 이어가고 계시죠. 이런 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커피챗을 요청하는 사람과 자신의 경험을 통해 타인에게 작은 도움이 되려는 사람 모두에게 있으니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플랫폼이 이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14회의 커피챗을 마친 슈퍼 파트너의 문장 🎒
1️⃣ Memorial Ending 없는 갑작스러운 종료 선언
2025년 1월 17일, 11:40에 메일을 받았습니다. 제목은 “커피챗 파트너분들께 서비스 종료 안내드립니다”였습니다. 서비스 종료일은 2월 7일이었습니다. 메일을 받기 하루 전까지도 커피챗 신청이 들어왔던 상황이니 당혹스러울 수밖에요. 예고 없는 22일 이후 완전한 서비스 종료는 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하루 전까지도 들어온 커피챗을 검토하던 파트너나 신청하는 사용자 모두에게 갑작스러운 종료 발표였죠. 적어도 3개월 정도 전에 서비스 종료를 고지하는 것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2️⃣ 매번 짧았던 커피챗 시간
가장 짧게는 20분, 길게는 60분까지 커피챗과 포트폴리오 리뷰를 진행했습니다. 매번 느끼는 건 20분도, 60분도 짧다는 겁니다. 저는 매번 상호 동의를 한다면 커피챗을 연장할 수 있는 기능을 넣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5분, 10분이라도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다면 시간을 조율하는 수고스러움을 줄이고 맥락에 몰입한 순간에서만 나눌 수 있는 대화의 밀도를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기능 개선은 비교적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3️⃣ 그럼에도 연결이 갖는 분명한 가치
총 114회의 커피챗을 마쳤고 86회의 리뷰를 받았습니다. 리뷰가 필수가 아님에도 약 75%의 신청자가 정성을 담아 리뷰를 작성해 준 것인데요. 일을 하면서 누군가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경험은 소중합니다.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이자, 더 괜찮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는 동력이 되니까요. 연결이 갖는 분명한 가치를 수년간 체득하게 해 준 고마운 서비스였습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연결의 가치를 구현할 ‘커피챗’과 서비스를 통해 제 경험을 표본으로 살펴봐주신 신청자 여러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