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에서 감상한 콘텐츠, ‘독전 2‘는 엔딩크레디트에서 함께한 배우들을 등장순으로 나타냈습니다. 사용자를 생각하고,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등장순으로 배역과 배우 이름이 나오니 인상 깊었던 조연배우 이름을 쉽게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게임을 자주 하지 않지만 <플레이어를 생각하는 게임 UI 디자인 노하우>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게임회사를 다녔던 디자이너 분들과 대화가 흥미로웠던 이유도 나름 짐작할 수 있었고요.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매우 닮아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에 따라 경험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사용자가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우선순위가 높은 정보를 강조해서 표현하는 것부터 텍스트를 사용할 때의 규칙까지 고민하는 점은 UX 리서처의 고민을 퍽 닮았습니다. 예컨대 아래 디자인 체크리스트는 게임이 아닌 산업군, 프로덕트 디자인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 UI는 사용자 경험에 큰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멋진 캐릭터로 가득해도, 스토리 라인이 훌륭해도, 배경 음악이 멋져도, 연출이 화려해도 게임을 즐기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 조작하기에 좋은 환경이어야만 그런 요소들이 주는 감동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옮긴이 ‘김모세’의 말에서
[12가지 디자인 체크리스트]
- 이용자의 시선을 가장 먼저 끌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판단할 수 있는가?
- 게임 플레이의 흐름에 따라 순서대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가?
- 모든 텍스트의 가독성이 유지되는가?
- 한 번에 보여주거나 읽게 하는 정보의 양이 적절한가?
- 텍스트는 실제 사용하는 폰트로 최대 글자 수를 넘지 않는가?
- 로컬라이제이션을 할 때 각 언어의 최대 글자 수를 넘지 않는가?
- 버튼이나 커서는 이용자가 편안하게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가?
- 멀티·크로스 플랫폼에 대응하는 경우 각 환경에 따라 손쉽게 플레이하기 쉬운 레이아웃인가?
- 톤 앤 매너의 색상 계획에 따라 색상이 배치되어 있는가?
- 불필요하게 사용하는 색상 수를 늘리지는 않았는가?
- 색각이상자를 배려하고 있는가?
- 실제 디자인에 사용할 때 각 요소의 규모나 연출을 상상할 수 있는가?
입력 모드와 출력 모드를 유연하게 전환하기
오랜 시간 컴퓨터와 씨름하며 콘셉트 구성이나 디자인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점점 시야가 좁아지고 영감(inspiration)이 떠오르지 않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상태에 빠지면 우선 책상에서 떨어져 ‘입력’ 모드로 뇌를 전환합니다.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눈 앞에 닥친 일과 상관없는 게임을 하거나, 잡지나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트렌드 뉴스를 찾아봅니다. 사람의 뇌는 ‘입력’과 ‘출력’을 반복하므로 어느 한 쪽에 치우쳐 사고가 정지되면 일부러라도 그 모드를 전환해보기 바랍니다. 돌파구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게임의 전체 UI 콘셉트를 구성할 때는 프로젝트 자체의 목적과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고객(이용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에는 프로젝트 관리자나 디렉터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소통하면서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전달할 것인지’를 확인해둡니다.
비전과 목표를 이해하고 디자인하기
- 비전: 대략적인 미래의 이미지
- 목표: 비전을 구체화한 것
예를 들어 ‘전 세계 사람이 플레이한다’와 같이 매우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이미지는 비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게임 출시 후 1년 이내에 10개 국가에 서비스한다’와 같이 달성 여부를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목표에 해당합니다. UI 디자인은 반복해서 개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상 비전과 목표를 의식해야 원래 목적에 어긋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타깃을 확인합니다. ‘이 게임의 대상이 누구인가’는 매우 중요하며 UI 콘셉트를 크게 좌우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항목을 가정할 수 있습니다.
- 남성인가? 여성인가? 양쪽 모두인가?
- 10대인가? 20대인가? 아니면 50대인가?
-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가?
-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이나 빈도는 어느 정도인가?
-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이런 항목을 기반으로 유저 퍼소나(persona, 가상의 이용자 이미지)를 만들고 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지 구체적으로 상상합니다. 그리고 타깃의 니즈(원하는 경험과 가치)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니즈의 예시입니다.
- 새로운 쾌감을 얻고 싶다.
-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 다른 사람에게 감사를 받고 싶다.
-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
게임은 플레이를 통해 이용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이와 같은 경험 설계 부분을 확실히 이해하면 목적에 더욱 부합하는 UI를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발표까지가 디자인이라고 이해하기
디자이너에게 발표는 좋은 디자인 만큼이나 중요한 순간이 옵니다. 특히 시니어가 될수록 자신이 한 디자인을 논리적이고 우아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역량이 필요하죠. 톤 앤 매너를 결정할 때뿐만 아니더라도 디자이너는 평소 발표 기술을 익혀두면 업무를 진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해서 자료로 모으는 능력
- 상대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능력
- 유연한 대응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