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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모르는데 (feat. FOMO)

포모(FOMO)증후군이 심해지기 좋은 시기입니다.
자존감을 챙기려면 내가 안다고 믿는 나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허지원 교수님이 2018년 9월 1일에 쓴 칼럼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혹시 스스로 포모증후군을 느낀다고 자각했다면 시간을 내어 전문을 읽어보세요. 요약하면 인간은 원래 복잡하고, 인생도 원래 복잡하니 함부로 말하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인간은 원래 복잡하지요. 우울하면서 행복할 수 있고, 실패하면서 배울 수 있고, 관계가 단절되면서 독립할 수 있습니다. 아니어도 상관없지만요. 단일한 부정적 정체성을 손에 꼭 붙들고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종종거리지 마세요. 당신은 아직 당신을 모릅니다.

허지원

2021년 1월, 주식을 하지 않던 사람도 주식계좌를 만들었고,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뛰어듭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가상화폐 광풍이 불던 시기에는 한강에 뛰어드는 원숭이들에 비유되기도 했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4천 만원에 가까워졌죠. 저도 주식계좌를 만들었습니다. 뒤쳐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싫었거든요.

라이프해커(lifehacker.com) 잡지에서는 포모증후군을 이렇게 설명헀습니다. “만일 당신이 쿠킹클래스를 시작했는데, 몇몇 친구들이 요가를 배우고 있다면, 당신은 소외감이나 두려움을 느끼는가?” 이때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면 스스로 되물어야 합니다. “내가 불안한 이유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인가?” 대답은 ‘둘 다’일 수도 있고 ‘친구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할 것 같다’일 수도 있죠.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이런 포모증후군이 우리를 수동적으로 만든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사람들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로 5분 마다 정보를 검색하거나 소비하지만, 이는 SNS가 능동적일뿐 우리가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하는 행위는 단순 반응에 불과하다고 말하죠.

성취로 정체감을 형성하지 말아요. 직장은 자아실현을 해야 하는 곳이 아닙니다. 자아실현은 직장에서 모은 돈을 가지고 다른 곳에서 해도 돼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돈을 모아 기부하면 됩니다. 책임감은 가지되, 굳이 나서서 뭘 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것도 자의식 과잉입니다. 번아웃 되기 쉽고요.

허지원

연구결과로도, 본인이 속한 그룹의 대표성을 굳이 짊어지고 뭔가 성취를 이루려고 하면 그만큼 수행 수준이 낮아집니다. 자신에게 자꾸 큰 의미 부여하면서 점점 커진 삶의 의미, 혹은 삶의 의미가 부재한 자리를 감당하려 하지 마세요.

허지원

대인관계나 타인과의 비교로 공허감이나 자기개념을 채우려고도 마세요. 최근의 연구결과로 자존감이 높아서 사회적 지지를 받게 되는 경우는 있어도, 사회적 지지를 받으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패턴은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대인관계의 폭에 집착해 SNS 활동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마세요. 한국의 경우, 싸이월드라는 당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SNS가 일찍 시작되고 5년여 후에는 페이스북이 유행하면서,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일상이나 인간관계를 가상의 광장에 게시하게 된 것 역시 개인의 불편감, 박탈감, 열등감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허지원

당신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과 중요한 사람을 구분해주세요. 수치심, 열등감, 적의 때로는 살의도 느끼겠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 저 사람이 정말 내 인생을 통틀어 내게 그렇게까지 의미 있는 사람인지 변별해야 합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어요. 그 사람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도 없는 사람임을 인식할 때, 그때 나를 괴롭히던 감정들이 고요해지는 것을 경험해야 합니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코멘트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 화내지 않고 당신의 품위를 지킬 수 있습니다.

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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