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에 속한 구성원의 건강한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그 시작점은 조직과 나의 관계를 철저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혁신을 이뤄냈고 현재진행형으로 이루고 있는 기업의 구성원이라는 사실만으로 “그래! 나는 정말 대단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나’와 ‘회사’의 속성을 구별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내가 해야 하는 일에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직업인으로 기업에 속한 사람이라면 회사와 내가 계약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현실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몇 차례 이직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매번 업종을 바꿨습니다. B2B에서 B2C, 서비스업에서 제조업,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통신업에서 커머스. 덕분에 하고 싶었던 디자인 경험을 하면서 연봉도 높였습니다. 첫 번째 이직을 했던 현대자동차, 그다음 SK텔레콤, 직전의 쿠팡과 같은 국내 굴지의 기업의 잘 갖춰진 본사 건물로 출근했던 몇 번의 날에는 회사의 명성이 곧 나의 후광이라고 느꼈던 적도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할인받아서 살 수 있었고, 매달 20만 원이 넘는 통신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니 좋았습니다. 그런데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날들이 한 달, 두 달을 넘어가면서 감흥은 줄어들고 하나씩 당연해졌습니다. 일은 업무였고 회사는 조직이었습니다. 기업은 사람이 아니라 수익을 내기 위해 설립된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도덕적 의식, 의무, 감각이 있지 않습니다. 냉소적 태도를 가지라는 말이 아니라 객관적 인식을 통해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구글 시카고 엔지니어링 사무소를 구축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던 벤 콜린스-서스만은 구글에서 해고되었습니다. 가족과 친구에게 “왜 해고된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괜찮아?”라는 반복되는 질문에 반복되는 설명을 피하기 위해 만든 FAQ와 인상 깊은 내용을 공유합니다. 건강한 관계 인식이 있던 덕분에 벤은 구글에서 해고된 이후에도 정체성 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었고 건강하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구글을 떠나는 사람의 FAQ
1️⃣ 왜 당신이 해고대상이 되었나요?
- 개인적으로 타겟팅된 것이 아니며, 실수한 것도 아님
- 이번 해고는 매우 비인격적이며, Google이 운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일반적인 조치로 보임
- 벤은 엔지니어링 디렉터로 “단지” 35명을 관리하는데, 일반적으로 80명 이상을 관리함으로써 어떤 휴리스틱에 의해 회사가 그가 없이도 잘 운영될 수 있다고 판단된 것 같음
2️⃣ 어떻게 구글이 당신에게 그럴 수 있죠?
- Google은 개인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세스, 규칙, 문화를 따르는 여러 그룹의 사람들임
- 따라서 “Google”을 사랑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무의미함. Google은 의식이 없으며 의무나 빚에 대한 감각이 없음
3️⃣ 저런, 괜찮은거에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 괜찮아요. 🙂
- Google 문화는 지난해 첫 대규모 해고로 크게 변했으며, 그는 몇 달 동안 이 불가피한 사건에 대비해왔음.
- 감정은 혼합적임: 시카고 엔지니어링 사무소를 수십 년 동안 구축하며 자부심을 느끼고, 세계에서 가장 지능적이고 창의적인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 감사함을 느낌.
- “불편한 문화”와 “황금 수갑” 사이의 갈등이 견딜 수 없게 되어 안도감을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