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연(우디)님이 쓴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를 읽으면서 ‘디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UX 리서치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은 ‘유용성’과 ‘사용성’을 담보하는 일(way of working)이라고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토스, 에어비앤비, 틴더, 쿠팡, 넷플릭스 등 익숙한 서비스를 예로 들어 ‘디자인이 좋다’라는 말에 담긴 진짜 의미를 짚어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쉽게 읽혔습니다. 저는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들 3가지에 밑줄을 치면서 서비스를 켜서 직접 사용해 보는 방식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1️⃣ 한 페이지에서는 한 문장으로 말하기
발표와 비슷합니다. 발표를 하기 위해 발표자료를 만든다고 하면 리허설 전에 점검해야 하는 첫 번째 항목은 ‘이 페이지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입니다. A, B, C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 페이지에는 너무 많은 정보를 담았기 때문에 청중에게 쉽게 전달이 되지 않습니다. A, B, C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고르고 한 가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야 합니다. 디지털 프로덕트에서도 한 화면(페이지)에서 한 가지 액션만 전달하는 경우 사용성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1)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쉽게 예상하고 동작할 수 있으며 2) 내가 액션을 취했을 때 나타나는 피드백을 쉽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2️⃣ 일관성과 통일성을 구별하기
일관성(cohenrence)이 반드시 통일성(uniformity)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UX 리서치 관점에서 볼 때 일관성 보다 중요한 건 사용자의 기대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사망증명서를 발급해야 하는 경우, 증명서 발급 서비스의 일관성만 고려한다면 ‘My Self’가 왼쪽에 기본값으로 놓여있고, 우측에는 ‘Others’라는 버튼이 드롭박스 형태로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나의 사망진단서를 내가 직접 발급할 수 있을까?”라는 상식적인 물음을 떠올리게 되는 상황이죠. 서비스에 기대하는 결과를 고려해서, 가능하면 일관성을 유지할 때에 사용성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사용성 보다 더 중요한 건 사용자의 기대, 즉 유용성입니다. 쿠팡 리뷰에는 별점이 있고, 컬리에는 별점 리뷰가 없는 것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맥락과 기대하는 가치에서 오는 차이입니다. 별점이 있는 리뷰가 반드시 더 유용한 것인가?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대목입니다.
3️⃣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인지 의식하기
국내에서도 UX 디자인팀의 역할이 Product Design, UX Research, Writing으로 세분화된 지 3년 정도 지났습니다. 모두 UX팀의 구성원이라면 각자의 전문성과 역할에 차이가 있더라도 UX팀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UX팀의 리더, 시니어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우리 팀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을 정의하고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Don Norman은 좋은 디자인에 대해 ‘알아차리기 어렵다’라는 특성으로 설명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스스로를 과시하거나 자랑하지 않고, 주목받으려 애쓰지 않습니다. 우리의 디자인은 이렇게 ‘낫다’라고 주장하는 순간, 좋은 디자인을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착각하는 게 아닐까요? 의식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아도 원하는 결과를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좋은 디자인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