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리서처로서 그토록 오래 붙잡고 있던 사용성(Usability)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으로서 지난 15년간 매달려온 과제는 명확했습니다.
-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더 쉽게 00하게 할까?’ – 발견과 선택, 구매전환
- ‘어떻게 하면 이탈 없이 구매 버튼까지 도달하게 할까?’ – 리드타임, Funnel
여기서 더 나아가면
- ‘왜 이탈했을까?’
- ‘우리 팀은 왜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을까?’를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AI 시대의 UX에 대해 고민한 끝에, 기존의 ‘사용성’ 중심 질문은 유효기간이 다했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화면(Screen) 위에서의 재배치와 최적화는 끝났고,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 맥락(Context) 속에서의 전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클릭하지 않는 쇼핑, 에이전틱 AI의 시대입니다.
가트너(Gartner)는 올해를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원년으로 꼽았습니다. 핵심은 클릭 프루프(Click-proof)입니다.
Click-proof?
- 클릭의 종말 | 지금까지의 이커머스는 사용자가 검색하고, 링크를 ‘클릭’해서 방문한 후 브라우징하면서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 AI Agent의 부상 | 2026년은 ‘agentic commece’의 원년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클릭하는 대신, AI 도구가 “물건을 찾아줘”라는 프롬프트를 소화하고 정보를 요약해서 결과물을 전달하므로 사용자는 쇼핑몰의 상품링크를 클릭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 Click-proof? | 워터 프루프처럼 클릭을 하지 않아도 된다, ~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표현입니다. 사용자가 더 이상 클릭을 하지 않는 시대가 와도 매출이나 브랜드 파워에 타격을 입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AI Agent가 더 우리 브랜드, 플랫폼, 커머스를 더 빠르게 인식하고 잘 요약해서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쇼핑이 사용자가 직접 검색하고, 스크롤하고, 비교하는 수고로움(Doing)의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에게 “나한테 어울릴 봄 자켓 찾아줘”라고 말 한마디를 던지는 위임(Delegating)의 과정으로 변했습니다.
여기서 UX 화두는 완전히 바뀝니다. “AI가 당신의 제품을 추천 리스트에 넣지 않는다면, 고객에게 당신의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상품은 있지만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기존의 리뷰 시스템 또한 금전적 이익을 위해 리워드를 기반으로 ‘생성된’ 콘텐츠였기에, AI 시대에는 그 신뢰도가 예전 같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공들여 깎은 버튼의 라운드 값이나 UT와 A/B 테스트를 거쳐 선정한 CTA 레이블, 그리고 화려한 마이크로 인터랙션은 AI에게 무의미합니다. Zero UI에 가깝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사람이 보기에 쉽고 직관적인 UI가 아니라, AI가 읽고 해석하기 좋은 데이터(Readability for AI)입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화면 뒤편의 설계가 화면 앞의 디자인보다 중요해진 것입니다.
”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잠이 아니라 틈입니다 “
2017년,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아주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 생각해 보세요. 넷플릭스 쇼에 빠지면 밤을 새우게 되죠.
우리는 수면(Sleep)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
We’re competing with sleep, on the margin.
당시엔 그 말이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자신감이자, 솔직히 낭만적인 비유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상황은 훨씬 냉혹해졌습니다. BCG Worldwide의 CEO 타라 드보(Tara DeVeaux)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결국 하루는 24시간뿐입니다. 넷플릭스는 틱톡, 유튜브와 시간을 놓고 경쟁해야 합니다.”
이제 경쟁의 본질은 잠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일상의 틈(시간)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사용자는 영화를 볼지 숏폼을 볼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 빈 시간을 채워줄 가장 확실한 도파민을 찾을 뿐입니다. 우리의 서비스는 사용자의 24시간 중 어느 슬롯(Slot)을 점유하고 있나요?
UX 리서처는 사라질 것인가?
AI 시대의 UX를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UX 리서치가 필요할까요?’라는 지적 호기심으로 이어집니다. 언젠가는 증기기관차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노션 창업자 이반 자오(Ivan Zhao)의 말을 빌려 자전거에서 자동차로의 전환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UX가 사용자가 자전거 페달을 더 편하게 밟도록 돕는 일(Usability)이었다면, 앞으로의 UX는 자율주행차에 탄 사용자가 시스템을 온전히 신뢰하고 목적지까지 맡길 수 있도록 돕는 일(Trust & Reliability)이 될 것입니다.
사용자가 화면을 터치하지 않아도, AI가 나를 대신해 쇼핑을 하고 내 취향의 콘텐츠를 가져오는 시대. 우리는 이제 보이지 않는 인터페이스를 설계해야 합니다. 화면을 넘어, 데이터의 구조와 사용자의 시간을 설계하는 일. 그것이 2026년, 더 나은 디지털, 피지컬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할 화두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제 고민에 동의하시나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RetailBrew – This year marked the birth of agentic commerce
- RetailBrew – 2026: The year of ‘zero-click buy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