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일을 혼자 다 했다는 착각
돌이켜보면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았던 순간들도 몇 달만 지나고 나면 그저 회사에서 내가 그때 해야만 했던 일이었을 뿐이고, 나의 일이 아닌 조직과 회사의 일이었습니다. 심각하게 몰입했던 순간도 이내 격양과 조정, 쿨링타임까지 겪고 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와 구운몽처럼 별것 아닌 것이 돼버리는 허무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조직이란 본래 팀으로 일하고, 개인의 성과인 것 같지만 한 걸음 물러서 크게 보면 팀, 그룹, 실, 본부 각기 다른 조직 위계 속에서 회사의 성과가 되곤 하니까요.
피식거림에 다 괜찮아졌던 시기
그럼에도 선선해진 가을밤 조깅 이후에도 문득 떠오르는 건 늦은 시간까지 함께 고민을 하다 헤어지고 옷만 갈아입고 나와 다시 일을 시작하는 아침에 피곤한 동료를 생각하며 출근길에 사 온 따뜻한 커피 한잔, 중요한 개인일정을 또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도록 백업을 해주면서도 괜히 부담이라도 느끼랴 애써 한참 해야 할 일을 거의 다 끝냈다며 우리도 들어갈 거라고 말해주는 동료들. 다들 예민해진 시기에 쓸데없어 보이지만 사실 꼭 필요했던 피식거리게 만든 스몰토크까지.
애쓴 동료를 살피고 애씀을 응원하는 마음
일을 하면서 타이틀의 함정,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지만 사실 곁에 두고 흔히 놓치는 건 무던히 애쓰는 동료입니다. 2011년부터 일을 하면서 좋은 동료들을 매년 만났습니다. 지금은 안부를 자주 전하지 못하지만 동료들의 응원 덕분에 저는 전보다 성숙할 수 있었습니다. 그 애씀을 알아차리고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건 늦었지만, 그 애씀 덕분에 다 괜찮아졌습니다. 이젠 저도 동료가 성장할 수 있도록 애를 쓰고 동료를 위해 애쓰는 동료를 응원하겠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함께 자라는 방법은 서로의 애씀을 응원하는 동료가 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