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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로 묶인 사이

사슬로 묶인 사이

이런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우리의 삶이 얼굴 모르는 타인들에 대한 거의 전적인 신뢰 위에서 유지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승객들은 만나본 적 없는 조종사들이 충분한 휴식을 하고 신중하게 운항할 거라고 믿고, 조종사들은 자기가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구석구석을 정비사가 제대로 정비했을 거라고 믿고, 정비사들은 매뉴얼을 건네준 제조사가 제대로 설계, 제조했을 거라고 믿고, 제조사는 운항사와 공항이 제대로 정비, 관제할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 모두는 안전당국이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길고 거대한 신뢰의 사슬에 의지한다. 우리가 지금 먹고, 숨 쉬고, 이동하며 일상을 사는 건 누군가의 죽음으로 사슬이 고쳐지고 유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 건 궁극적으로 살아있는 사람들, 태어날 사람들을 위한 희생이다. 그분들 때문에 우리가 살아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연결되어 있고, 돌아가신 분들은 얼굴은 모르지만 남이 아니다.

<친애하는 슐츠씨>, 박상현 작가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