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버스에 가방을 메고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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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스터] 유저 리서치와 AI, 실무자 인사이트 엿보기

빨간색 버스에 가방을 메고 탑니다
레드버스백맨은 빨간색 광역버스에 백팩을 메고 타는 모습을 담은 퍼스널 브랜드입니다.

아래 글은 제가 ‘팁스터’와 인터뷰한 내용으로 3월 27일, 메일리에서 공개된 내용입니다.


👀 오늘의 질문

  1. AI가 실무에서 기존 유저 리서치를 어떻게 보완하고 있나요?
  2. 제한된 예산과 시간 내 AI를 활용해 효과적인 리서치를 진행하는 팁이 있나요?
  3. 현재 활용 중이거나 사용해본 것 중 가장 유용한 AI 관련 리서치 툴은 무엇인가요?
  4. 리서치에 AI를 도입하면서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 그 해결책이 있나요?
  5. 앞으로 AI 도구만을 활용해 유저 리서치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15년차 UX 리서처, 레드버스백맨님

빨간색 광역버스에 가방을 메고 탑니다

안녕하세요, 레드버스백맨입니다. 학부에서 심리학과 철학, 대학원에서는 디자인경영을 공부하고 어찌어찌 꾸역꾸역 15년째 UX 리서처로 일합니다. 컨설팅, 자동차, 통신사, 커머스 등 다양한 산업을 넘나들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UX 디자이너, UX 라이터, UX 리서처로서의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이러한 시행착오와 경험을 담아 『UX 리서처의 일』을 지었고, 매달 뉴스레터로 리서처의 습관을 나누고 있습니다.

트레바리에서는 <리서치 하는데요> 클럽을 5번째 시즌까지 연달아 이어가는 중입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이탈한 사용자, 그리고 잠재 사용자들을 관찰하고 질문하며 그들의 대답 속에 담긴 본질적인 이유에 다가가는 일을 사랑합니다. 사용자가 ‘그냥요’라고 대답할 만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여정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링크드인에서도 경험을 나누고 있으니 언제든지 손 내밀어주세요.

Q1. AI가 실무에서 기존 유저 리서치를 어떻게 보완하고 있나요?

리서치의 본질은 사용자를 관찰하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제가 “UX 리서처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종종 ‘방망이를 깎는 일’로 답하는데, 좋은 방망이는 단순히 빨리 깎는 것이 아니라 손에 쥐었을 때 편안함과 목적에 맞는 기능을 갖추어야 하는 것처럼, 빼어난 리서치는 빠르게 답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차이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AI가 아무리 방망이를 빠르게 깎아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라는 방망이 깎는 노인의 말처럼, 사용자 경험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사용자를 만나거나 관찰해야 합니다.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빨리빨리’가 미덕인 테크 업계에서 오차를 줄이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속도와 정확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하지만 언제나 UX 리서치의 본질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AI는 리서치를 어떻게 보완할까요?

Maze의 2025 Future of User Research Report에 제 경험을 비추어보면, 현재 AI는 3가지로 리서치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1.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리서치 Raw Data 분석(74%), 인터뷰 녹취록 작성(58%), 리서치 질문 작성(54%)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복적인 작업을 AI에 위임하면 리서처는 가설 수립, 문제 정의, Root Cause 분석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2. 파인딩스(Findings)에서 인사이트(Insight)를 찾아내는데 집중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리포트에 따르면, 리서치를 비즈니스 전략에 활용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약 2.7배 높은 성과를 거둡니다. AI가 데이터를 정리해주면, 리서처는 예민한 시각으로 사용자 행동을 분석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3. 빠른 의사결정 지원도 가능합니다.

리포트에서는 AI 도입 후 팀 효율성이 향상되었다는 응답이 58%, 리서치 소요 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응답이 57%였습니다. 다만 속도를 중시하다 보면 깊이 있는 사용자 이해를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리서치 질문을 정의할 때, 데이터를 요약할 때 편향이 없는지 더블체크하고, 다른 리서처와 크로스체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리서처의 역할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리서처의 역할입니다. 결론적으로 AI가 리서치를 하는 속도를 높여주지만, 여전히 데이터를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 방향을 쥐는 것은 리서처의 역할입니다. 빨리 만든 방망이가 아닌 오래 쓸 수 있는 방망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리서처의 판단과 절제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Q2. 제한된 예산과 시간 내 AI를 활용해 효과적인 리서치를 진행하는 팁이 있나요?

리서치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AI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리서치의 본질적 목적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는 리서처에게 중요한 ‘거절할 책임’과도 연결됩니다. 리서치를 하는 본질적 목적은 사용자가 ‘그냥’ 쓸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입니다. 인터뷰에서 “왜 그렇게 하셨어요?”라고 물었을 때 “그냥요”라고 대답할 만큼 직관적인 경험을 목표로 해야 하니까요.

계속 늘어나는 AI 도구를 적절히 선택해 효과적인 리서치를 위해 고려할 점을 정리해보면,

1. 리서치 목적에 맞게 질문을 명확히 하기

AI를 활용하기 전에 무엇을 알고 싶은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왜 00을 사용하지 않을까?”라는 추상적인 질문보다 “00을 발견하지 못해서 안 쓰는 걸까?”, “00이 없어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안 쓰는 걸까?”, “유저가 00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해서 안 쓰는 걸까?”와 같은 구체성이 필요합니다.

2. 업종과 조직 특성에 맞는 도구만 선별하기

기본적으로 UX 리서치는 마켓 리서치와 다르게 좁고 깊게 들어가거나,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속 시장에 등장하는 AI 도구를 익히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 투자 대비 효용을 고려해 꼭 필요한 도구만 선택하세요. 리서치 목적에 맞는 AI 도구를 리서치 각 단계의 부분집합으로 보고 반복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도구를 얕게 아는 것보다 검증된 몇 가지 도구를 깊이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3. AI로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선 긋기

AI는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작업에만 활용하고, 사용자 인터뷰, 현장 관찰, 맥락 이해와 같은 핵심 활동은 여전히 리서처가 직접 수행해야 합니다. 리서치 결과를 도출하는데 AI에 의존하며 아이디에이션을 하는 상황에 이른다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In-Home Visit’이나 ‘다이어리 스터디’ 등 환경과 맥락이 중요한 리서치는 AI로 완전히 대체할 수 없습니다. AI는 데이터를 정리하고, 키워드를 도출하며, 놓친 가설을 반박하는 용도로 활용할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Q3. 현재 활용 중이거나 사용해본 것 중 가장 유용한 AI 관련 리서치 툴은 무엇인가요?

이미 많은 도구가 있습니다. AI 기반 리서치 도구는 계속 새롭게 등장하지만, 너무 많은 도구를 사용하면 오히려 비효율적입니다. 각 조직과 업종의 특성에 맞게 2-3개의 도구를 선별하여 깊이 있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AI 도구는 튀김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즉, UI는 직관적이면서 분석 엔진은 정교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무알코올 맥주는 무알코올이 아닙니다”라는 표현처럼 AI가 제공하는 ‘객관적 분석’에는 여전히 데이터 편향이나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맹점이 종종 발견됩니다. 어떤 AI 도구든 “확신 대신 의심”의 자세로 활용해야 합니다.

가장 유용했던 3가지 도구 활용법은

1. 리서치 준비 단계와 데이터 분석을 진행할 때, Claude

“이 00 리서치 인터뷰 Raw Data에서 키워드를 클러스터링 해서 테이블로 전달해 줘”라고 요청하기보다 “이 인터뷰에서 언급된 사용자 불편사항을 키워드, 빈도수 테이블로 전달해줘”가 더 적확한 1차 결과물로 이어집니다. 단, 도구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Claude가 제안한 인사이트를 반드시 원데이터와 대조 검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식의 저주’처럼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상대도 알 것이라고 가정하는 오류에 쉽게 빠지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포함하여 전달하는 경우를 항상 검증해야 합니다.

2. 이해관계자와 협업 할 때, Miro

최근 Miro에서 강화하고 있는 AI 기능은 브레인스토밍과 인사이트 정리에 유용합니다. 스티키 노트로 기록한 사용자 피드백을 선택한 후 AI 기능을 통해 키워드나 감정별로 자동 그룹화하여 패턴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어와 비교하면 한국어 데이터 처리는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빠른 원격 사용성 테스트(Usability Testing)를 진행할 때, Maze

많은 리서치팀에서 사용하고 있는 도구로, Figma 프로토타입을 적용해 AB 테스트를 진행하고, AI 분석 기능으로 히트맵과 User Flow를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현상 분석일 뿐이고, 사용자의 멘탈모델, 이용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크리닝 후 IDI(In-depth Inteview)를 진행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특정 버튼을 누르지 않은 이유는 리포팅 화면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도구는 ‘일부’를 자동화할 뿐, ‘전체’ 프로세스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AI 도구는 리서치의 보조 수단일 뿐이며, 다만 ‘전체’ 프로세스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현재 환경과 리서치 목적에 맞는 2-3개 도구를 선택하여 깊게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Q4. 리서치에 AI를 도입하면서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 그 해결책이 있나요?

AI 도구를 사용할 때 가장 큰 도전은 비용 대비 효율, 그리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AI를 도입하면서 판단이 필요한 것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문제를 얼마나 더 잘 해결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AI를 도입해서 어떻게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그것이 비즈니스에 효과가 있는지 비용타당성을 고려하는 것이 리서치 조직에서 AI 도구를 도입할 때 판단하고 설득해야 하는 일입니다.

1. 정확성과 신뢰성 문제

AI는 그럴듯한 답변을 제공하지만, 실제 데이터에 없는 내용을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자주 발생합니다. 리서치 결과를 전달할 때 발견한 사실(Findings)에 오류가 있는지 가장 보수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실제로 Maze 리포트에서도 74%의 응답자가 ‘인간 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해결책

  • AI를 정답을 제공하는 도구가 아닌 질문을 제기하는 도구로 활용하세요. AI가 제안한 내용을 가설을 구체화하는데 삼고 이후 실제 데이터로 검증하는 과정을 항상 포함해야 합니다.
  • AI가 제시한 인사이트의 출처를 항상 확인하세요. “이 결론의 근거가 되는 원본 데이터를 보여줘”라고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세요.

2. 프라이버시와 윤리적 문제

사용자나 기업의 민감한 정보가 AI 도구에 저장될 수 있다는 점은 잠재적 위험요소입니다. 리포트에서도 39%의 응답자가 이를 중요한 문제로 언급했습니다.

해결책

  • 데이터 익명화는 리서처의 책임입니다. 조합하여 식별 가능한 정보를 AI에 입력하기 전에 반드시 제거하세요.
  • 리서치 패널 모집 시, 데이터 활용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AI 활용에 대한 명시적 동의를 받으세요. 플랫폼과 리서치 신뢰도에 대한 문제입니다.
  • 데이터 보관 기간을 명확히 하고, 리서치 종료 후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프로세스를 확립하세요. 이 과정이 불가능하다면 도구 선택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3. AI 과잉공급과 학습비용 사이의 효용성 문제

시장에 넘쳐나는 AI 도구를 모두 익혀야만 할 것 같은 부담은 내려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도구를 동시에, 반드시 활용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결책

  • AI 도구를 리서치 조직에서 활용할 때 ‘최소한’ 원칙으로 선별하세요. 리서치 목적과 조직 특성에 맞는 2-3개의 핵심 도구만 선택하여 깊이 있게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도구 선택 시, 리서치 조직의 워크플로우와의 통합성을 고려하세요. 이미 팀에서 Figma를 사용 중이라면, 잘 연동되는 Maze가 다른 도구와 비교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Q5. 앞으로 AI 도구만을 활용해 유저 리서치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디자인 솔루션을 검증하는 UX 리서치는 AI가 많은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를 발견하는 리서치, 문제라고 부르는 현상에 숨어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정의하는 리서치는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행동은 환경과 사람의 함수 관계로 형성되기 때문에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제품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왜 잘 쓰는지 혹은 왜 안 쓰는지 알아보려면 현재진행형 사용자를 대상으로 리서치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AI 도구는 보조적 수단으로 UX 리서처가 선택하는 생산성 향상 도구로 존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AI 도구를 활용하는 UX 리서처와 AI 도구를 활용하지 않는 UX 리서처가 존재할 뿐, UX 리서처나 UX 리서치 과정이 사라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엔 리서처로 일하는 제 바람이 담겨있을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