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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원

“평범한 회사원? 그런 인물은 없어”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다름’과 ‘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스프레드시트로 표를 하나 만들어 소설을 쓸 때마다 사용한다. 비중이 있는 인물이면 그의 외모부터 습관, 취향까지 다양한 항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해본다. 마치 앙케트조사와 비슷하다.

역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인물의 내면이다. 윤리적 태도, 성에 대한 관념, 정치적 성향, 십여 개의 항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하다보면 인물에 대해 좀 더 또렷한 윤곽이 그려진다. 그런데 인물의 내면 부분에서 내가 가장 고민하게 되는 항목은 ‘프로그램’이다.

노아 루크먼*은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인물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일종의 신념*’으로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인간의 행동은 입버릇처럼 내뱉고 다니는 신념보다 자기도 모르는 믿음에 더 좌우된다.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된다.

흑인은 지적으로 열등하다‘ 같은 고정관념도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인종차별주의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백인은 어쩌다 뛰어난 지적 성취를 이룬 흑인을 만나면 ‘흑인이지만 정말 대단하다‘는 대사를 칭찬이랍시고 치게 된다.

작가가 미리 생각해둔 프로그램이 인물의 대사가 되어 배우의 입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는 순간, 관객은 그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를 분명히 알게 된다.

김영하, 『여행의 기술』

* Noah Lukeman, The Plot Thickens; 8 Ways to Bring Fiction to Life, New York : ST. Martin’s Grifins, 2002, p.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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