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가처분소득을 가지고 있다면 우선 써야 하는 곳은 당연히 필수품들이다. 스타일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사라지고 실패했을 경우 회복해야 할 기회비용이 더욱 커지면서 사람들은 모험을 두려워하게 된다. 간단히 말해 자기 맘에 드는 A와 회사를 떠나면, 특히 21세기 한국 사회라면 다시 정상 루트로 복귀할 길이 묘연하다. 회사도 잡고 A도 가지고 싶다면 극복해야 할 정신적 에너지가 과도해진다. 그러므로 어느새 아예 마음속으로 처음부터 선택지는 B로 세팅된다. 실험적인 디자이너들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기존 레시피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뿐이다.
박세진, 『패션 vs. 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