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리드 이야기가 나왔는데,
하라 켄야
인간은 세계를 사각으로 디자인해왔어요.
굴곡이 심한 땅을 평평하게 만들고, 네모로 구획하고, 거기에 네모난 건축을 지어온 것이죠. 복도는 직각으로 꺾고 기둥은 수직으로 올리고 문짝, 방, 가구도 사각이고요. 창문도 세계를 사각 안에서 보여주죠.
오늘날의 컴퓨터, 스마트폰, 키보드 모두 네모납니다. 종이도 사각으로, 그 비율은 1대 루트2. 절반으로 접어도 두 배로 키워도 형태는 그대로죠. 왜 인간은 이렇게 사각을 좋아하는 걸까요. 거미, 꿀벌은 육각형을 좋아하는데, 인간만 사각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눈 두 개가 평행으로 붙어 있고, 몸이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고, 감각이 항상 수직 방향을 향하니까 수평 이미지가 인간 의식의 근본에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죠.
그러나 그것은 거미, 꿀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직립 보행으로 자유로워진 두 손을 써서 사각을 찾아냈을지도 모르죠. 바나나 잎을 손으로 꺾으면 직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또 한 번 접으면 직각이고요. 사각은 그 연장에 있습니다.
요컨대 그 근처에 디자인의 시원(始原)이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